△소피의선택의 한 장면
메릴 스트립이 열연했던 영화다.
그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2차대전 때 소피라는 여인에게 커다란 불행이 닥친다.
유태인이 아니면서 아버지와 남편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독일군들에게 총살당하고 그녀 역시 아들,딸과 함께
셋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는데.....
그녀의 탐스런 금발을 보며
유태인이 아니란 걸 알아챈 독일군 장교 하나가
능글능글 웃으면서 다가와 수작을 건다.
"아이를 다 죽이려고 했는데 하나는 살려 주겠다 선택해라"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선택이 요구된 것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요구를 받은 소피는 충격에 울부짖으며 어쩔줄 모른다.
저 멀리 암울하고 흉흉하게 개스실이 지옥처럼 보이고
갈팔질팡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 장교는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고 아이들을 둘 다 끌고가려 한다.
놀란 소피는 벼락같이 달려들어
엉겁결에 큰아이인 아들의 손을 잡아끌었는데
잔인하게 웃는 독일군 장교의 팔에 안겨서 끌려가며
원망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딸의 모습은
이때부터 소피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평생을 자신을 쥐어뜯으며 자학하는 고통의 원천이 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물론 생각도 하기 싫다.
그래서 그 장면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다.
비록 강요받은 '선택'이었고
딸이 죽은 지 며칠 뒤에 아들도 처형당했지만
그녀는 당시에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는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다.
소피의 선택과 비교야 되지 않지만
살면서 우리들은 끊임없이 유사한 선택을 강요받는 것 같다.
정작 그런 강요를 하는 부류들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탕평론자들은 파당주의자들에게서 강요받고
이도저도 아닌 경계인들은 이념주의자들에게서 강요받고
박애주의자들은 다투는 자들에게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화합주의자들은 분리주의자에 의해서 또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모두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할 의무가 지워진 연륜은
과격한 젊은 혈기로부터 또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꽤 오래 전부터
세상을 살면서 세상을 향한 변명,
세간의 평으로부터 나자신을 옹호하는 변론 따위들이
무가치한 느낌이 들게 되었다.
나는 단지 그럴연하게 세상에 보일 뿐이고
그런 나를 정확히 보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고
잘못 보는 것 또한 고스란히 타인의 몫일진대
내가 거기 개입하는 건 가당치도 않다는 걸 진즉에 깨달았다.
보고 느끼고 행한 타인에게 판단의 잘못이 있다면
그걸 수정할 의무도 전적으로 타인에게 지워지므로
난 언제나 이런 점에서 자유롭고 해방스럽다.
새해 인사를 못해 드린 분들이 계시네요.
그분들께 '소피의 선택'을 바치며
새해엔 만사 이루려는 바 모두 형통하게 되시고
건강한 한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부끄럽게도 이런 류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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