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어제 오후에 짧은 싱글을 타고 와서
샤워하고 빨래하고, 잡일을 하다가
적당한 시간(23:00)에 잠들었었는데
잠이 잘 오지 않더군요.
운동량이 적어서 그런건지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전에는 운동을 하고 나서
샤워하고 나면 졸리워서 못 참고
바로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런 공상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 어느 분의 시체를 어느 강변인지
해변인지 물가의 건물에 옮겨다 놓았습니다.
친분이 많지는 않은 분이나
꽤 유명한 사람의 시체였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어떤 꿍꿍이(?)가 있어서 옮겨 놓은건데
그 일로 인해서 걱정이 생겼습니다.
어딘가 떳떳지 못한 생각으로 인한 고민이었지요.
아!
그 건물이 뒷간이었군요.
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경기도, 그것도 산골인 저의 고향의 그것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형이나 정사각형의 구조에
돌담이나 흙담을 쌓아서 만들었고
지붕에는 이엉을 얹은 그런 모습입니다.
문은 이엉을 사용하였거나
아니면 거적, '풍년표'비료 포대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뒷간에
큰 돌을 두개 놓아 둡니다.
돌 앞에는 불을 때고 남겨진 재를 놓아두고
그 재로 볼일을 보고 난 물건에 덮고
삽이나 너까래로 밀어서 뒤 쪽에 쌓아 놓는….
그런 뒤쪽에는 엉성한 선반이 있어서
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얹어 놓곤 하는데
그 곳에 시체를 얹어 놓았습니다.
고민을 하면서 귀가한 저에게
그 곳에 있던 아는 녀석이
시체를 가리키면서 그러는 겁니다.
"나는 000이 제일 좋아"
평소 조금 주제넘고 간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녀석인데
무언가 고민스런 생각으로 들어 간 뒷간에서 싫지 않았습니다.
시체가 말을 시켜오더군요.
저는 꽤 유창한 언변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곧 매장을 하겠노라고 변명을 하다 깨었습니다.
이 곱지 않은 꿈을 꾸고 잠결에 몇 가지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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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저의 요즘 심사를 반영한 꿈이라는 것입니다.
집에 고민거리가 한 가지 있고
직장에서도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이룩해 놓은 것도 없고, 장래에 대한
두려움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부모형제, 처자식에 대한 미안함
직장에서의 상관과 부하에 대한 미안함 등
여러가지 미안한 마음들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둘째는,
뒷간에 옮겨 놓은 시체가
'지름신'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여러가지 사회적인 일에는 문을 걸어 닫아 놓고
오로지 나의 취미나 개인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어서
무언지 모를 존재에 대한 희망이나 연민이 있는 것이 아닌지
셋째로는,
지난 여름 이후로 발길을 끊었다가
이제 다시 나가기 시작한 교회나 절대자에 대한
죄책감이 아닐까 합니다.
한마디로 '내 마음속의 우상'이라는 거지요.
아직 털어버리지 못한 찝찝함.
그로 인한 마음의 부담이 꿈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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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무엇이든간에
마음속의 부담이 꿈 속에 이런 것으로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내가 '정신병의 초기 증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을 많이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다보니 생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친근한 사람도 귀찮아지더군요.
어떤 때는 인간이 지닐 수 밖의 없는
'한계상황'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인생에 대한 번민이 오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한 밤중에 꿈에서 깨어나서
이러고 있는 것이 정상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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