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의 귀여운 첫아들. 정말 귀엽죠?
(흐흐..첫아이라고 해 봤자 늦둥이나 마찬가지지 뭐. 누가 장개를 늦게 가래?)
산악자전거의 세계로 날 이끌었던
딱 열 살 아래의 젊은 첫 번째 사부께서
이 나이든 제자의 청출어람의 모습을 보면서
하산하기로 결심하셨는가
아니면 일이 바쁘셨는가
유사 은퇴 모드로 일관하면서도
낮잠든 강아지 이따금 몸을 뒤채듯
간간이 꿈지럭거리는 모습을 보이기에
강호에 다시 나서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연 전에 장가를 간다고 연락이 와서 가 보니
어디서 보쌈을 했는지
저보다 열댓 살이나 어린 신부를 소개하면서
희희낙낙거리던 이 사부께서(도..도..도동놈)
치맛폭에 쌓였는지, 바짓가랭이를 붙잡혔는지
잔차를 타는 꼬라지를 이후로 통 볼 수 없었다.
가끔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잔차와는 상관이 없는 이바구만 건네기에
말꼬리 끊고 잔차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더니
"아이고~ 안 그래도 한 번 타려다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있어서 펌프질을 했더니
펌프 안의 고무가 삭아서 안 돼서 하나 다시 샀어요"
"음..오래 썼구나"
"아녀요. 4년 전인가 5년 전인가 사서
한 번도 안 쓴 새것인데 그렇다네요"
"으이구~ 퍽이나 새것이다. 그래서 많이 탔누?"
"바람 넣고 나니 귀찮더라고요. 안 탔어요"
"그럼 요즘 뭘 하는 겨?"
"벽에 걸린 잔차에 거미줄이 꾸준히 생기는 통에
자주 걷어내다 보니 거미줄 걷는 일엔 도사가 됐어요"
"도사 자격증이 많네? 끌바도 예술의 경지잖여?"
"그거야 독보적이죠 흐흐. 글구 티타늄이지만
그래도 혹시 잔차도 펌프처럼 팍 삭은 건 아닌가 불안해서
가끔 두드려보곤 하는데 이 일도 쉬운 게 아니네요
팔이 생각보다 아파요"
'........................믕
아들이나 커야 고려장을 시키버리라고 하지..'
언젠가 한강으로 나갈 테니 얼굴 좀 보게 나오라고 한 뒤
아무래도 자주 타는 내가 조금은 낫겠다 싶어
페달질을 열심히 했던 걸 감안하고라도
신월동에 사는 그 친구와 잠수교 언저리쯤에서
만나려니 했는데 통화하면서 계속 가다 보니
결국 여의도를 지나 방화대교까지 가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야~ 곧 죽어도 사부라고 횡포냐?"
하며 무엄하게도 사부에게 눈을 흘겼더니
"아이고 나 죽네. 내 나이 돼 봐요. 안 힘든가.
흐미~ 16km나 달려서 왔네요. 헐"
하는 엄살에 45km를 달려간 난 말을 잃었다.
실제로 일이 워낙 바쁜 친구라 그렇다는 건 알지만
같이 타본 지 오래라 아쉬운 생각이 들어 주절거려 보았다.
혹시 멀쩡한 사람 입문시켜 놓고
정작 자신은 은퇴 모드로 돌입한 경우를
여러분 중 혹시 겪고 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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