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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하게 될 줄이야

靑竹2009.05.11 22:23조회 수 971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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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보단 좀 더 대비되는 여름과 겨울 중, 어느 계절이 더 좋은가 하는 질문은 자칫 응답자의 간사함을 유발한다. 난 그냥 코앞에 닥친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확신까지는 아니다. 어쩌면 변덕을 숨기기 위한 처방일지도...(지난 겨울 눈이 수북했던 화야산에서)


아무리 폭우가 내려도 잔차질을 그쳤던 날이 없었는데
최근의 두어 해는 간혹 비를 피하고 있는 제자신을 보게 되네요.
나이 탓인가 봐요.
(진눈깨비에 홀딱 젖은 채로 세 시간을 넘게 달려도 보았는데 흑흑.)

비를 무척 좋아해서이기도 했지만

"세상에, 이런 날에 미쳤어 미쳤어."

하며 혀를 내두르는 마누라의 걱정을 뒤로하고
잔차를 끌고 빗속으로 대차게 뛰어드는 기분이란
엄하디 엄하기만 하셨던 아버님의 먼 출타를 틈타
묵직한 썰매를 메고 한참을 걸은 끝에
너른 논에 물을 대서 얼린 천연스케이트장에 막 들어서던
개구장이의 벅찼던 가슴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죠.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있네요.

컴컴한 새벽에 자출하다 한양대 인근 갈대숲이 있는 곳에서
두 바퀴가 물에 다 잠기는 바람에 생긴 부력 탓에
중심을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오리가 발을 놀리듯
페달질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장안동 근처를 지날 무렵,
물 반, 뻘 반으로 뒤범벅된 중랑천길을 달릴 그 당시
이른 새벽이라 아직은 컴컴할 때였는데
빗물펌프장에서 한양대쪽으로 내려가면서 보니
전방에 하얗게 보이는 게 물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길에 뭐가 저렇게 하얗게 깔린 거지?'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촤아아아악'하면서 입수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어
그냥 잠수라이딩으로 가기로 작정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건
50여 미터 전방에 헬멧을 쓴 채
앞서서 잠수라이딩을 하는 라이더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기뻐했던 일입니다.

(불어난 비에 죽어 떠다니는 쥐도 세 마리나 보았음)

작년 여름엔 줄기차게 주말만 골라 비를 뿌렸던 기억이 나네요.
느낌이지만 비가 내리는 양상이 예전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도 들어요.
지구온난화 탓인지 어떤 때 보면 꼭 스콜처럼 뿌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자연 속에 묻혀 싸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저로선
계절이 뿜는 열기와 때로 구질구질할 정도로 내리는 비마저
불편해할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자연을 살찌우는 에너지니까요.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빗속으로 맹렬하게 뛰어들어야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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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지리 잘 아는분...(화천 사창리 가는길,.,,) (by rampkiss) 발톱이 빠졌습니다. TT. (by 십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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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청죽님..................조심하세요
    그때는 무거워서 떠내려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벼워져서 ....바로 떠내려 갈겁니다
    이제~~~푸르른 글은 못보는거죠 ㅋㅎㅎㅎ
  • 靑竹글쓴이
    2009.5.11 23:20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안그래도 그런 경험이 있었죠.
    그런데 어찌어찌 자전거를 집어서 머리 위로 쳐드니
    자전거 무게 때문인지 중심이 잡혀서 둑방으로 간신히 나온 적이 있습니다.
  • 우리가 다니는길이 아스팔트에서는 늘 한정된 자리인지라...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비를 온몸으로 느끼네요...

    아침에 얼굴과 목에 바른 스킨로션과 비릿한 비냄새가 섞여 또 다른 냄새를 만들더군요

    아~ 좋아요

    스킨로션+땀+비

    청죽님... 건강하시죠? ^ ^

  • 저도 한때는 우중라이딩을 넘 즐겼었는데요...비에 신발이 졌어 무슨 세수대야에 신발을
    당근것처럼 졌기도 하고 무지 쏘다녔는데 어느순간 자전거를 보니 출렁이는 소리가 나서
    시트포스트를 빼고 자전거를 마루에서 꺼꾸로 드는순간...물이 짜장면 그릇 한그릇 정도가
    쏫아지는디 마눌 볼까 무서버 언능 딲고 잔차 딱고 하였지요...
    사실 우중라이딩은 좋은데 과음하고 난 다음처럼 몸이 피곤해집니다. 정비를 해주어야 하니
    이거이 너무 귀찮아져서리 우중라이딩을 안하게 되드라구여...배낭도 빨아야하고...에휴
    청죽님 잘 계시지요? 서울 나들이 오시면 불러주셔요...
    (이젠 찾아 뵌다는 소리는 안하고 건방진 선인... 죄송합니다.^^)
  • 靑竹글쓴이
    2009.5.12 11: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요즘엔 적극적인 라이딩으로 다리에 힘이 붙어가는 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어깨가 아직 시원칠 않아서 그런지 고된 끌바 후엔 한동안 어깨쪽이 쑤십니다.
    상체쪽으로 스트레칭을 자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channim님^^

    선인님께서 전천후로 라이딩을 즐기시는 거야 저도 잘 알죠.ㅎㅎㅎ
    그런데 비가 무섭기보다 어쩌면 라이딩 후의 뒤치닥꺼리가 귀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정과 귀차니즘의 사이에 놓여지는 세탁물과 엉망이 된 잔차가 부담이 돼서는 안 될 텐데 말입니다. 서울에 가면 전화 드리죠. 아직도 새신랑인 척할지도 모를 곰솔님 꽉 잡고 나오세요.ㅋㅋㅋ
  • 네 청죽님 곰솔형 꼭 잡고 기둘리도록 하겠습니다. 근디 뭐 애도 있는데 새신랑은 아니죠...ㅋㅋ
    요즘 이번주인가 무슨 랠리 나가신다고 바쁘게 훈련(?)을 하고 있드랩니다.
    혼자서 속초도 연습삼아 다녀오시고 ...ㅋㅋㅋ 무슨 랠리였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 우중라이딩 젤 싫은게 신발을 빨아야만 하는거...
  • 저는 겨울이 제일 좋습니다...
    그다음은 요즘 신록이 우거질때가 좋습니다...
    어느계절 좋아하는지 설문조사 하시는 거죠?
  • 사진속에 잔차타고 가시는 모습이 무지 아름답습니다..
    정말 멋있어요..
  • 靑竹글쓴이
    2009.5.13 18:33 댓글추천 0비추천 0
    맞습니다 sancho님. 요즘 옷가지들이나 배낭은 탈수만 하면 곧 입고 나가도 될 정도인데 신발은 건조까지 시간이 좀 걸리죠?

    인자요산님 눈내리는 겨울을 좋아하실 거라는 느낌은 예전에 받았습니다.ㅎㅎㅎ

    알티비님 고맙습니다.
  • 지난 겨울에 다녀오신 저희 동네군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날씨 좋은 날 출근하는 것 말고는
    거의 1주일에 한 번 타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업힐이 있으면 딴힐이 있는 법,
    전기가 되는 때가 있게 마련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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