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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boy(인주열)님 메스컴타다 -한겨레신문-

이혁재2002.10.17 18:57조회 수 52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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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오솔길에서 ‘헉헉’ “난, 자신감을 밟는다”


△ 인주열씨가 지난 13일 ‘배트보이’와 함께 코스모스가 핀 해룡산에서 가을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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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도 탈수있는 자전거” 산악자전거





회사원 인주열(27)씨에겐 든든한 여행길 동반자가 있다. 이름은 ‘배트보이’(박쥐소년). 1m 좀 넘는 키, 굵직한 뼈대에 두 다리 대신 동그란 두 바퀴를 가진 노랑색깔의 산악자전거다.

“배낭에 간단한 옷가지와 행동식, 수리공구를 챙겨넣고 자전거 안장에 오르면 못갈 데가 없다는 자신감이 솟아요.”

휴일인 지난 13일에도 둘은 동두천 해룡산, 왕방산으로 고즈넉한 가을풍경 여행을 다녀왔다. 산악자전거 동호회 ‘위 라이드’ 회원 20여명과 함께 한 산악자전거 여행이었다.

자동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만한 35㎞ 비포장길이 난 가을산은 노랑, 빨강의 완연한 추색이었다. 해룡산(해발 660m)의 초반 가파른 언덕길. 27단 기어의 최저단을 사용했는데도 페달을 밟은 인씨의 두다리에 힘이 실렸다. 구르는 바퀴에 흙속의 돌멩이가 툭툭 패여나갔다. 인씨의 이마에서는 뚝뚝 구슬땀이 떨어졌다.

이 순간 인씨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나 자동차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일체감을 느낀다. 어렵지만 정직한 정상길이라는 자부심이 둘 사이의 믿음을 두텁게 한다. 인씨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에서의 희열이 내리막의 시원스런 속도감에 못지 않다”고 했다.

정상의 장쾌한 경관은 일반 등산길이나 산악자전거 여행이나 매 한가지였다. 드디어 내리막길. 왕방산 입구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에서 인씨는 마음껏 페달을 밟아 시속 20~30㎞의 속도감을 즐겼다. 오르막길에서 땀냄새 젖은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는다면, 내리막길에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날려보낼 환희와 자유를 만끽한다.

인씨의 아버지는 자전거 가게를 운영한다. 그 덕에 인씨는 자연스레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막연한 자신감에 기대어 고2때 서울 정릉 집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60여㎞를 ‘당일치기’ 여행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자전거여행은 대학에 다니던 지난 98년 충북 괴산~단양~태백~동해~부산~제주~완도~광주~대전을 잇는 11박12일 동안의 전국일주다. “그때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요. 해냈다는 무한한 자신감,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죠.”

인씨는 지난해 1월 틈틈이 모은 220만원을 선뜻 내고 생애 처음으로 새 자전거를 마련했다. 바로 배트보이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살 돈인데, 좀 아깝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인씨는 씩 웃기만 했다.

둘은 주말과 휴일에 산내음이 그리우면 근교 수리산, 관악산, 청계산으로, 바다가 그리우면 강화도, 제부도, 심지어 속초까지 발길을 옮긴다. 평일에도 양재동 회사까지 1시간 출퇴근 길을 함께 한다.

인씨에게 자전거는 일상에서의 탈출수단이다. 문명에서 벗어난 듯한 길 위에서 그는 땀냄새나는 원초적 자유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힘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탈 이유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성취감과 기쁨이 커요.”

그는 앞으로 아내, 자녀와 함께 가족 자전거 나들이를 즐길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동두천/글·사진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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