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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펌-줌마클럽] 나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 유수정

geni2003.08.26 18:01조회 수 66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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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네 골목을 누비며 스피드를 즐기며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잘 타

는 사람이 골목대장인데 나는 항상 그 자리를 누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자

전거를 열심히 탔다. 그때는 지금처럼 동네 아이들이 저마다 자전거를 가질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잠깐 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집에 들려 물이라도 마

시고 나올라 치면 고물장수 아저씨가 자전거를 집어가 버렸다. 엄마의 치마 자

락을 잡고 동네 고물상에 가면 내 자전거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냥 가져 올 수

는 없는 노릇이기에 엄마의 알밤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이제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전거가 애물단지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 타기로 약속을 하고 사기는 했지만 제법 실력이 늘고 스피드가 붙자 학원이

나 심부름에 타고 간다고 고집을 부려 전쟁은 시작된다. 하지만 엄마로서 양보

할 수 없다. 자전거는, 절대로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자전거는 집안에서 붙박이 자전거의 페달을 돌리건 밖에서 스피드를 즐기건 우

리의 중요한 체육 시설이었다. 이제 그 자전거가 일상생활의 이동 수단으로 다

시 변신중이다. TV에 비춰지는 다른 나라들처럼, 그리고 자가용이 보편화되기

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전거로 통학이나 출근을 하고 쇼핑을 하러 다니자

고 흥을 돋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도 배달업체나 일부에서는 중요 교통 수

단이었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매연없는 자전거를 타자고 요란스럽다.

‘1주일에 하루만 자동차를 쉬게 하자’는 서울시의 환경 캠페인과 맞물려선 동

네 곳곳에 자전거 타기를 호소(강요?)하는 문구가 심심찮게 눈에 뛴다.

‘우리고장 맑은 공기 자전거가 일등공신’ ‘자전거 이용 내가 먼저 자전거 문화

우리 함께’

그러나 나는 자전거를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이용도 막으려고 한다.

일본의 자전거 문화를 훔쳐보자. 그들은 좁은 골목 덕에 마을 구석구석의 작은

골목도 모두 일방 통행이다. 그런데 그 자동차 일방통행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에 자전거를 타고가다 예기치 않은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와 놀랄 위험이 줄어

든다. 또한 산길에 흔히 있는, 사각지대를 보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동그란 볼

록 거울이 골목마다 설치되어 있어 작은 골목에서 달려나오는 차량이나 자전거

와의 충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마음 자세 또한 굳어있어서 자전거는

사람 다음으로 보호받는 이동수단이다. 비오는 날 우산을 걸 수 있는 우산걸이

가 자전거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부럽다고 할 수도 없다. 내가 가장 탐나고 부

러운 것은 모든 자전거가 의무로 설치하여야 하는 전조등이다. 작은 전지와 연

결된 라이트가 설치되어 야간 주행에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 지하철 역 부근의

넓은 자전거 보관소와, 자동차처럼 동사무소에 신고를 하면 등록 번호를 받아

분실시 경찰로부터 분실물 습득이 가능하다는 것도 샘이 난다. 일본에서는 일

단 자전거를 등록하면, 자전거 좌석과 바퀴의 이음새 부분에 등록 번호가 새겨

진다고 한다. 물론 세금 은 없다.

우리도 지금 거주자 우선주차제와 함께 자동차 일방통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

연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일방통행로를 자신만만하게 거꾸로 진입하고도 상대편

의 진입차량에게 경음기를 울리고 삿대질을 하는 모습들을 아직은 흔히 볼 수

있다. 자전거 라이트 또한 지금은 계절이 계절인지라 아직 그 필요성이 절감되

지 않으나 이제 곧 찬바람이 불면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하다. 그 이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나 저녁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그리고 야간 자율학습이나

학원 수업 후 하교하는 학생들은 그만큼 위험에 노출된다. 자전거 이용, 아주

좋은 생각이다. 자전거는 환경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교통 수단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자전거는 단지 안에서

만'을 고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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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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