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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를 보고나서(줄거리가 들어있으므로 영화보실분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shaman2004.01.23 23:44조회 수 76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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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얼마전에 실미도도 봤다. 실미도는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 어떤부분은 많이 유치하기도 했다. 부대원들이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런부분은 과거 전쟁영화나 기타 이런 영화에서 등장하는 멘트라서 듣고 있쟈니 귀가 영 그슬렸다.

주제가 애국 죽음 배반 조국  군대 뭐 이런 단어들이 떠올라 너무 무겁다. 솔직히 말해서 갑갑하고 지겨웠다. 몇몇부분은 눈에 뛸만한 장면들이 있었으나 그것은 전체적인 무거운 주제앞에 힘을 못쓰고 나의 시야에 오래 남지 못한다.

그 반면에 말죽거리 잔혹사를 오늘 저녁에 친구와 보고 왔다. 난 영화를 보면서 뭔가 모를 감흥에 휩 쌓인다.

주인공 현수(권상우 분)는 내가 과거 고등학교때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그 무엇을 깊은 기억속에서 끌어 올려 준다.

그 기억은 매우 흐릿하여 영화를 다 보고 나올때 까지 난 뭔지를 잘 몰랐다.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서서히 내 안에서 정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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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강북에 살다가 새로이 계발되는 강남 즉 말죽거리로 전학을 온다. 이때 까지 현수는 소위 말하는 범생이다. 기존질서에 철저히 순응하면서 살아가지만 자신의 색깔이 전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자의식이 매우 결여되어 있다.그렇지만 그의 눈매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현수의 내적에너지에 눈을 뜨게 하는 사건이 있다. 사건은 우연하게 다가 온다. 고2, 수업을 마치고 차안에서 한 여고생을 본다. 현수는 첫눈에 그녀에게 사로잡힌다.

그는 은주라는 그 여학생으로 말미암아 안에서 고요히 잠자고 있던 괴물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그는 그 힘에 대해서 아주 낮설게 느끼며 자기 자신도 그 힘에 사로잡혀 어떻게 하질 못한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기존 질서에 대해 대항해 나간다. 그렇수록 그는 크나큰 대가를 치른다. 즉 성적이 팍팍 떨어지는것이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도 현수는 여전히 예전의 어린아이 모습 즉 강북에서 살던 모습을 고수한다.

이대목에서 난 고등학교때 현수와 같이 과감하게 안에서 오는 그 힘을 온 몸으로 받아 내질 못했다.  사실 그것은 너무나 두려운것이었고 낮 설고 힘든것이었다.

그렇다면 현수는 어떻게 그 괴물과 대적하게 되었을까??

현수 자의적으로는 절대로 대적할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그 용기는 은주라는 한 여학생을 대하면서 서서히 한 어린아이에서 한 남자로 탈바꿈할려는 시도를 한다.

위험하다. 한마디로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이라 할까....

그렇다. 그 댓가는 처절했다. 그러나 현수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자 그 힘에 맞선다.

그 힘에 맞서게 하는것이 바로 이소룡이다. 이소룡은 그 내면에서 대별되는 용기이자 남성상이다.

그는 학교의 최고 짱과 맞장은 뜬다.

그는 이소룡이었다.1:8-9로 맞짱을 뜬다. 이때 괴물이 현수를 휘감싼다. 아니 이소룡이 되었다. 진짜 이소룡이었다. 쌍절권 두개를 무섭게 뒤두른다. 기존 질서로 대별되는 짱 그는 선도부의 짱이자 학교의 짱이었다.

현수는 온몸으로 그 짱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 그리고 학교를 나오면서 그는 "이 ㅈ ㅣ 라 ㄹ 같은 학교....."라고 하면서 그는 기존 질서와 결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기존 질서와 그것을 파괴한 괴물이 현수에게 가져다 주는 댓가는 가혹했다. 그렇지만 현수는 그것을 받아 들인다.

현수 아버지가 피해 학생보호자에게 무릎을 꿇고 빈다. 현수는 가만히 있다. 잠시후 아버지와 현수는 평소 현수가 하교하던 길을 걷는다.

현수父 曰 "야 현수야 이소룡이 대학나왔냐"

난 이 한마디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현수 아버지는 진정한 남자였다. 그날 이후로 현수는 진정한 한 남자가 된다.

현수 曰 " 난 아버지와 함께 그때 집으로 돌아가던 그길이 그렇게 짧은적이 없었다." 이 장면에서 현수는 아버지와 화해하게된다. 즉 남자대 남자로서 아버지를 대할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현수는 자기 안에 있는 그 괴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는것 같았다.

결국 현수는 퇴학당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날  차안에서 은주를 본다. 현수는 예전과 달리 은주에게 스스로 다가간다. 먼저 인사를 한다. 은주는 상당히 어색해한다. 현수는 예전에 자기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은주를 아프지만 굳건하게 지켜본다. 현수는 남자다.


한 남자로서 은주를 대한다. 그러나 은주는 아직까지 어린 고등학생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여자로 태어나질 못했다. 성숙의 고통은 느꼈지만 그것을 박차고 나오질 못하고 알 속으로 숨어 버린듯 하다.

은주는 현수에게 뭔가를 말할려다가 그냥 내린다.

드디어 현수는 은주에게서 벗어난다.

난 여기서 현수가 힘들게 그리고 가혹한 댓가를 치르고 획득한 그 무엇을 본다. 내가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서서히 정리된것이 이것이다.

난 아쉽게도 현수처럼 맞 서질 못했고 그렇게 대항할려는 시도도 못해봤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강북에 머물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이 아니라 기존질서에 굳건히 닫혀 있는 강북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현수는 강하게 나의 예전기억의 지층을 강타한것이다. 그것이 서서히 올라 온것이다.

그렇게 사춘기를 보낸 나는 이후 현수 못지 않는 댓가를 아주 길게 치렀다.누구나다 현수같은 기억은 있을것이다. 그것이 작던 크던 상관없이 누구나 그런 기회가 온다.

문제는 지금도 그런 기회를 아예 인식도 하지 못하게 싹을 확 잘라 버리는 환경이 너무나도 무섭다. 왜냐 그 싹이 잘렸을때 한 개인이 느끼는 고통은 두고두고 그 개인을 힘들게 하기때문이다.

지금도 그 무엇인가를 위하여 끊임없이 싹을 자르고 있는 학교를 보면서 나또한 그싹을 자를려고 하지 않는가를 새해 벽두에 한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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