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겨울이 되니 갑자기 군생활 기억이 나네요...
저희부대는 강원도 전후방 지원사단으로 9개월은 후방->9개월은 해안경계->9개월은 후방
이런식으로 각 연대가 돌아가며 해안과 후방을 복무했습니다.
이등별 일병때는 인적도 없는 강원도 엄청높은 산꼭대기 보병부대에 갇혀(거의 강제수용됨)
할머니만 봐도 반하는 남자만의 세계였음... (여군도 한명도 없었음)
워낙 외진 산골짜기 부대에 훈련도 빡센 보병부대라 여군이 다들 오기싫어하는거 같았음..
이후 상병때 드디어 기다리던 해안경계소초로 들어가게 됐는데 제가 소대 취사병이 되었음..
해안은 소초단위로 근무하는지라 소대별로 취사병과 보조 1명 해서 2명을 선발합니다.
사실 후방에 있을때 식수인원 900명을 상대하는 대대취사를 좀 했던지라 소대취사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해안 들어온후 처음 2~3개월은 FM으로 했습니다.
대대에서 900명 상대하다 소초로 와서 30명 상대하니 정말 편하더군요.
슬슬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겼습니다.
저녁 식사시간에 배식이 끝나고 설겆이는 후임에게 맡기고 저는 부대에서 좀 떨어진 근처마을로 가서
만화방이나 오락실을 전전했습니다.
뭐 무단으로 외부에 나가도 외박이나 외출나온 군인으로 알기에 누구도 의심 못했죠.
저녁 8시 정도에 나가서 오락 2시간 정도하고 취사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럼 일마치고 쉬는 후임은 이제 내무반으로 올려보내고 저는 같이 일하는 취사병 동료인
레이더 기지 취사병과 맥주를 즐기죠... 라면도 끓이면서..
무단 영외이탈에 영내에서 음주.. 이거 간부에게 걸리면 영창 15일은 확정입니다.
내무반과 취사장이 떨어져 있어서 소초장님과 부대 선임들 누구도 저의 이러한 일탈을 눈치못챘죠.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법...
한번은 부대에서 마을까지의 거리가 멀어서 마침 음식물쓰레기를 얻으러 온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그 차를 타고 마을로 가게됐습니다. (아저씨와는 대대취사병때부터 알던사이라 친함)
차를 타고 정문을 내려가는데 아니.. 바로앞에 소대장님을 비롯해서 부대원 전부가 정문내리막길에서
공사를 하는게 아닙니까...ㅜ.ㅜ
내려가는길 멈추고 차에서 내릴수도 없는 상황.. 소대 선임들은 물론 소대장님에게 꼼짝없이 걸렸습니다.
이후 상황을 적당히 둘러대서 영창은 면했습니다, 옆에 아저씨도 거들어주셔서 그나마 좀....
하지만 무단 영외이탈이라는 죄로 소대장님에게 며칠을 소초 옥상에서 얼차려받고
소대 선임들에게 엄청 갈굼당했죠... 우리는 뺑이치는데 너는 뭔데 외도나 하냐며...ㅜ.ㅜ
이후 한달정도 근심했다가 소대장님이나 선임들의 태도가 누그러질무렵...
다시 몸이 근질근질 하더군요..
아무래도 차타고 나가는건 걸리면 직빵인지라 좀 멀어도 근처 산을 통해 산을 넘어 마을로 갔습니다.
부대에서 몰래 빠져나와 오락실가서 오락한판 하는게 왜이렇게 스릴있고 재밌던지...
지금 하라면 절대 못할짓인데 당시엔 무슨정신으로 그랬는지 제가 생각해도 희한합니다.
이후 제대 2개월 남기고 다시 후방으로 갔는데 정말 적응하기 힘들더군요.
거의 말년인데도 왜이렇게 힘든지... 거기에 훈련은 뭐이렇게 많은건지..
유격도 제대 일주일 남기고 갔다왔다는.. 결국 유격 3번받았음..
제가 복무했던 해안부대가 외옹치 소초였습니다.
대포항이 바로 앞이었죠..
외옹치마을을 빠져나가면 바로 대포항이라 종종 순환근무 나가면서 한치회도 먹고그랬죠..ㅎㅎ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때는 만원주면 2명이 지겹게 먹을정도로 줘서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군인이라 더 준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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