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셨습니까?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 왈바에 대한 애정(?)도 점점 식는 듯 합니다.
저야 그렇다 치고 점점 게시판이 쓸쓸해 지는 것을 보니
많은 분들이 왈바를 떠났다기 보다는
'발길을 멀리'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도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의 보고'를 보고 찾아와서
이런 저런 얘기로 따스함을 느끼고 가던 왈바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
얼마 전에 어디에서 했는지
남녀 선호도 설문조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예상대로 딸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다고 하구요.
어쩌다 보니 남자들의 설 곳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하는 얘기로
초등학교에 가 보면 남자 선생님들이 드물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여자를 경시하던 풍조 때문에
여성들이 교육의 기회가 적었는데
그게 해소되면서 점차 여성들의 영역이 확대되었고
그런 연유에서 군대를 다녀 온 남자들보다
공백없이 계속 공부한 여성 교사가 늘었다는
사회적 이슈도 만들곤 하는데
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이 집중력이 그만큼 높고
머리도 뒤지지 않아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더 존중 받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럴 수도 있겠군요) 집안 내력이랄까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
저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혈혈단신이었던 까닭에 무남독녀였던 어머니의 친정에 얹혀사는
'처가살이'를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자존심이 강해서
처가집 도움은 받지 않겠다면 세간을 나서
일곱살 때 까지의 기간은 할머니의 과보호 하에서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의 과보호는
제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 밖에 모르는 그런 아이로 자랐고
지금도 융통성 없는 것을 보면
그 영향이 컸지요.
할머니의 과보호가 어느정도였냐면
제가 밖에 나가서 맞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집은 할머니의 언성으로 벌컥뒤집힐 그런 정도였습니다.
평상시 인정이 많고 손이 크셨던 할머니지만
예외로 외손자를 위하는 점에서는 전혀 양보가 없던 분이었죠.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외할아버지는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외손자를 위하느니 방앗공이를 위하랬다'
그 말씀이 생각나는 것은 일곱살 때까지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아버지가 세간을 나와 살던 곳이 같은 동네였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외할머니댁 터를 바라봅니다.
추억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체질(?)이지만
그래도 몇가지 추억은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처가집 그늘'에 사는 것을 꺼려하신 것 같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제사를 걱정하셨나봅니다.
양자 외삼촌을 들였고
그 분이 적지 않은 재산을 다 들어먹고
요즘은 궁핍하게 고향 이웃에서 삽니다.
어머니는 가끔씩 아버지의 뜻을 꺽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외삼촌이 재산을 다 말아먹고 그런 신세가 된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
얘기가 빗나가네요.
그렇게 과보호 속에서 자랐고
저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는데
이상한 점이 발견이 됩니다.
저보다 세 살이 어린 제 여동생이 먼저 결혼을 했지요.
이웃 동네 제 동창과 결혼했는데
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결혼했듯이
제 동생 또한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으니 그 기쁨이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 조카 녀석들에 대한 사랑이 컸습니다.
지금도 그 녀석들이 오면
다 큰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을 정도로
좋아하십니다.
문제는 저의 아이들,
큰 아이(얼마 전에 제대 한)가 태어났을 때는
좀 좋아 하시더니
작은 아이(미대 다니는)는 그저 무덤덤했었고
정을 주지 않는겁니다.
물론 제가 시간이 없어 고향에 잘 가지 않았고
아이들도 할머니와 정 붙일 시간이 거의 없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뻐하는 정도가 눈에 보일 정도이고 보면
어머니가 딸네 아이들만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게 바로 밑의 동생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여동생들의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니까 문제죠.
허긴 멋대가리 없이 자기밖에 모르는 아들이
기대를 하기는 뭣하지만
그래도 그게 사실이니 그렇지 않을 수 없네요.
세상이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전에 외할머니도 나를 과보호로 키우셨다.
또
어머니도 외손자들을 더 좋아 하신다.
이런 생각을 하니
꽤 '씁쓸한 인생'이네요.
※ 사진은 영친왕의 묘소인 영원과 인근의 설경입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