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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국수

靑竹2010.03.11 21:16조회 수 1373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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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자? 밖에서 국수를 사서 먹는 일은 많은데

곰곰 생각해 보니 집에서 먹은 기억이 까마득하네?"

 

마누라가 멋적은 표정으로 대꾸한다.

 

"그거야 내가 국수를 안 좋아하니...."

 

 

50이 가까와서야 화해를 했지만

어려서부터 철천지 원수라도 되듯 수제비를 홀대했다.

그러나 국수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좋아했다.

국수나 수제비나 같은 원료인 밀가루에다가

다시마, 멸치, 파, 마늘, 호박, 양파, 계란 등등 들어가는 양념재료들도 같다.

그런데 왜 두 음식에서 느끼는 호감도의 차이가 그토록 큰지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국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국수를 심심찮게 삶아 주셨다.

그런데 사서 먹는 외에 마누라에게 오랜 세월 동안

국수를 대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와서야 눈치채다니.

툴툴댔더니 마누라가 미안하다며 국수를 한 보따리 사다 놓았다.

 

 

내가 만든 거지만 국수는 역시 기막히게 맛있다.ㅋㅋ

국물을 우려낸 다시마는 버리지만

생선 킬러답게 왕멸치는 버리지 않고 먹는다.

(까짓, 안 해 주면 내가 해 먹으면 되지.)

 

 

뙤약볕에서 온 식구가 밭일을 할 때면

저멀리 아지랑이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산모퉁이에

식구들 참으로 국수를 삶아 오시는 어머니의 모습보다

머리에 이신 광주리가 먼저 두둥실 고개를 내밀었었다.

 

그 때의 벅찼던 감흥을 어찌 글로 표현하랴.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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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by stom(스탐)) 컴맹 살려줘 잉!!! (by 산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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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한 풍미하는 국수인 것 같습니다.

    고로, 먹고 싶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갑장인 청죽님이 밉습니다.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진 공복을 유지해야 하는데...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3.11 21: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차차..그렇구나..이거 일을 벌였네.)

     

    물도 안 되능교?

  • 멸치 들어간 국수 오랜만에 봅니다.

    옛날 결혼식장에서 먹던...그런

    실고추, 계란 말아 가늘게 썰어 넣은 것, 약간 비릿한 멸치 냄새나는 국물 맛..

    화병에 꽂혀 있는 대나무 가지

    날개와 다리가 묶힌 채 눈만 멀뚱거리던  화려한 깃털의 장닭..

    언제나 처럼 마당은 질퍽 했고, 왕겨나 짚푸라기가 깔려 있었죠.

    이런 원,,국수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ㅎㅎ

  • 사진을보니....

     

    행주산성근처 국수집에 가고 싶네요

  • 먹고 싶습니다

    오늘은 모두 그림동화같은 이야기가 많이 있네요

    줄거운 하루되세요

  • 어제 멸치국수가 먹고싶어서 친한 직장언니보고 국수먹으러 가자니깐.. 자긴 들깨칼국수 먹고싶다고해서 마음 상했는데.. 오늘 국수 사진보니 더더더더욱 먹고싶어지네요 ㅠㅠ 오늘은 기필코! 먹어야겠어요!!

  • 전 설탕 살짝 넣고 오이고명 얹은 고추장 비빔국수가 더 좋다는...근데~~ 꿀꺽~~!

  • 조만간 서울 동북 방향에 큰쉡이 출현한다는 소문이 혹시.......?

    설마 아니겠지요?

  • 어려서 밀가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좀 사이가 서먹하기는 했는데
    요즘은 마누라표 국수도 좋더군요.

    다만 간식처럼 먹을 대는 괜찮지만
    국수 먹은 날은 너무 일찍 배가 고파서 그게 문제이기는 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국수~~

  •  저도 어려서부터 수제비는 완전 싫어하는데 국수는 왠일인지 좋아하네요 ^^;;

    둘 다 어린시절의 지긋지긋한 조성도 비슷한 밀가루 음식들인데 거 참...

  • 밥이면 밥~~!!  밀가루면 밀가루~!!   뭐 가리는게 읍시 암거나 잘묵으니

    중요한 것은 맛읍는 것은 맛없다고 말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진정한 "taster"가 될 수 읍는 저에겐 특별한 별미로 보입니다...^^ㅎ

     

    바닷가에서 자란 예전에 저의 어머니께서는

    울타리에 메달린 호박을 따서 숭숭숭 자르시고 바지락이나 대합을 넎고

    끓여 주시던 칼수제비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별미가 되어버린 음식들이지만

    과거엔 어려울 때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음식들....아욱 된장국,열무에 꽁보리 비빔밥,보리개떡,쟁반빵....ㅎ

  • 아욱된장국이 얼마나 맛나는데(무지 좋아함), 꽁보리 비빔밥은 지금은 찾아헤메야 먹을 수 있는 별미인걸...

     

    성남 모란장터에 가면 몇십년 전통의 3천원짜리 보리밥 비빔을 먹을 수 있는데 언제 자전거 타고 함 가세나...

     

    내가 쏨세... 그거에 생 얼음막걸리 한사발..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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