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기가 한국 맞아? 요즘 날씨가 왜 이래?"
딸아이의 말처럼 분명 대한민국인데 무슨 영국도 아니고
음습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더니만 모처럼 볕이 화창했다.
▲2km 남짓 되는 송추 정신병원 업힐 코스를 지나
장흥임도 정상에 있는 4거리 쪽으로 싱글을 탄 다음
장흥임도를 모처럼 돌아서 내려오기로 했다.
▲임도든 싱글이든 일단 코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초반의 고된 업힐을 각오해야 한다.
대한민국 지형의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뭐든 거저 되는 법은 없다.
쓴 맛을 알아야 단 맛이 더 감미로운 법,
업힐의 고통이 있은 연후의 다운힐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그런데 고통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젠 업힐마저 즐거움을 느끼는 경지이고 보니
자전거를 타는 일이 숙명이랄 수밖에.....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공감하면서도
실천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감과 현실의 괴리는 핑계일까 도피일까?
아마도 영원히 풀어야 할 인간의 숙제일 것이다.
나의 탐욕은 끝이 없다.
끝없이 순환하는 대자연뿐만 아니라 우주마저 다 나의 소유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며 마치 나의 정원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대자연 속으로 자전거를 몰고 나간다.
모처럼 내리쬐는 화사한 봄볕은 큰 공을 들여 만든 무대 장치다.
▲임도 업힐 끝.
장차 신록이 우거진 싱글 코스를 재미 있게 타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지구력 증강이 필요하다.
적당한 길이의 업힐 코스를 오르는 일을 반복하는 일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
엊그제 도락산에 있는 2.4km 거리의 청소년 수련원까지 오르고
오늘 또 그와 비슷한 거리의 업힐을 하고 나니 제법 힘이 붙은 느낌이 든다.
▲남향이 아닌 쪽의 싱글 코스는 아직 눈이 많이 남았다.
이리저리 미끄러지긴 해도 다운힐은 역시 재미가 있다.
예전엔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계절을 모두 좋아한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붙잡을 수 없는 세월이
못내 아쉬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일 낮 기온이 섭씨 16도까지 오른다니
오늘 밟은 눈은 다가오는 겨울이 돼야 또 보게 될 것 같아
서운하다.
▲모처럼 갑장님과 장흥임도를 달렸다.
산악 라이딩의 경험이 없던 시절,
처음 올랐던 장흥임도를 보며 얼마나 감탄했던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시시하다며
찾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어딜 가도 대동소이하다.
손 안의 보물이 진짜 보물인 법이다.
자전거 안장에만 올라도 가슴이 벅찼던 시절의 추억이
이 장흥임도에 깃들어 있다.
▲이제 곧 신록이 우거지면
칙칙한 마른 풀과 앙상한 활엽수의 메마른 가지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 갑장님의 모습이 확실한 대비로 도드라지리라.
▲장흥임도에도 볕이 잘 들지 않는 사면엔 아직 눈이 많다.
"청죽님. 저는 첫 스노우라이딩이네요."
▲봄맞이 집수리에 들어간 까치.
▲장흥임도를 탄 뒤 송추 쪽으로 난 도로를 광속(근거는 없지만)으로
다운힐한 뒤에 마시는 커피의 맛은 일품이다.
"라이딩을 마친 뒤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은 기막히죠?"
"그럼요. 어디다 비하겠습니까?"
사위가 봄에 젖어들고 있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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