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늑하고 조용한 산사가 집 가까이에 있다니.
저녁 여섯 시가 넘었지만 여름해가 길어 밝을 법도 하건만 날이 워낙 흐리니 사위가 우중충하고 어둡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 모처럼 호암사에 올랐다. 이 가파른 코스를 처음 올라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삼분의 일도 못 올라가고 길 옆에 널브러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는 줄 알았었다. '세상에 이런 곳을 어찌 자전거로 올라간단 말인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벌써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그런데 쉰이 넘은 나이인 지금은 한가롭고 여유롭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올라가지니 혹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 아닌 건지 모르겠다.
사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 아닐 테고, 아마도 십여 년이 넘는 라이딩으로 호흡과 페이스를 조절하는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도로 라이딩을 열심히 하면서 생긴 지구력이 확실히 오늘 업힐에 도움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
▲호암사에 올라 마시는 맑은 약수 한 모금에 시름이 놀라 달아난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힘들고 고된 업힐을 왜 하는 것일까?
몸의 여러 곳에 부상을 입었을 때 가장 심한 곳의 통증을 주로 느낀다. 다른 곳도 물론 통증이 있겠지만 가장 아픈 곳의 통증에 묻혀버리는지 잘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 여기도 다치셨네요?" 하면서 남들이 알려 줄 때까지 모를 경우도 있었다. 마음이 심란하고 자잘한 시름들에 잠겨 있다가도 자전거를 타고 고된 업힐을 하면서 비오듯 땀을 흘리고 나면 심신이 간결해지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를 타면서 몸도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이러니 어찌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오늘도 난 여전히 자전거를 이용하여 심신을 포맷시킨다.
▲도로 라이딩을 죽어라 했더니 10kg이 줄어 제법 날씬해 보인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저녁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하다.
▲호암사에서 만난 분. 축구를 즐기시다가 인대 부상을 심하게 입어 후방인대 기능을 상실하셨단다. 수영을 하다 체중 감량에 별 효과를 못 보시자 3개월 전에 엠티비로 전향하셨단다. "자전거 타시는 거 재미 있으시죠?" "네 재미 있네요 하하."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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