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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산에 부는 바람

靑竹2010.11.11 19:56조회 수 2534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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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렸다?

 

 

자전거를 타면서 일행들 사진을 찍어 주는 찍사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뒷모습 한 장 찍느라 벌어진 거리를 좁히자니 죽을 맛이다. 예전에 즐겨 다니던 왕방산 임도였는데 마지막으로 갔던 게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아무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시 배수로 작업을 하느라 군데군데 온통 파헤쳐진 모습을 보면서 그 구간들에 콘크리트로 포장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실망했는데 오늘 가 보니 오해였다. 경사가 심해 토사가 쓸려 내려갈 우려가 있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예전처럼 대부분 흙길이었다. 어디 콘크리트길의 정취가 흙길만 하랴.

 

 

 

 

 

간밤에 잠을 못 자서 비몽사몽이었지만 어깨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갑장님을 감안할 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따라다니기 벅차다. 헥헥헥.

 

 

 

 

 

 

가을답지 않게 날씨는 습했고 오후가 되니 하늘마저 잔뜩 찌푸렸다. 시나부로 달리노라니 을씨년스러운 가을바람이 사위를 울리며 불어댄다. 활엽이 떨어져 나간 마른 가지들은 윙윙거렸고 아직 지지 않은 활엽들과 억새들은 '솨아아'하는 파도소리를 냈다.

 

바람 소리는 내게 늘 각별하다. 특히 늦가을 무렵의 산중에 부는 바람 소리는 까닭모를 외로움과 그리움은 물론이고 윤회하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까지 들게 만든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를 파하면 집으로 돌아가 책보를 툇마루에 휙 던지고 낫 한 자루 들고 서당골에 있는 다락논으로 식구들을 찾아 꽤 오래 숲길을 걸을 때면 꼭 이런 바람이 불었다. 당시엔 바람소리가 무척이나 을씨년스럽게 느껴졌고 웅웅거리는 그 바람소리들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초로에 접어들기 시작하니 그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립기만 하다.  

 

가을이 왕방산을 훑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꾸역꾸역 갑장님을 따라가다 지쳤는데 쉬는 장소에 먼저 도착하셔서 한가하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 鼻孔(비공:콧구멍) 굴착 작업으로 내 기를 죽이시는도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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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이미 산은 겨울에 들어선 모습이군요.
    얼마 남지않은 낙엽, 스산한 바람이
    가을을 더욱 쓸쓸하게하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억새와 조금 남은 단풍이 겨울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합니다.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1:56 댓글추천 0비추천 0

    비바람을 하루 맞으니 그나마 남은 활엽이 전멸하다시피 확 졌습니다.

  • 벌써 윗동네는 낙엽마저도 다졌네요.

    아직 아랫 동네는 단풍이 예쁩니다.

  • 훈이아빠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1:57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러게요.

    꽃소식이 북상하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라니

    단풍잎이 지는 것도 비슷할 듯싶습니다.

  • 배가 고픕니다.

     

    잔차질도 고픕니다.

     

     

    해서 슬픕니다.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1:57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ㅋ

     

    툭하면 갑장님을 슬프게 만듭니다.

    죄송합니닷!!

  • 얼마전...

    천보산에서 왕방산까지 종주를 하신다 하더니...

    감행을 하신 모양입니다.

    연세에...대단 하십니다.

    감축드리 옵니당..ㅋ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1:58 댓글추천 0비추천 0

    종주 맞습니다.

    어찌 아셨습니까?

    (일단 우기고 보자. 본 사람도 없는데 뭘.)

  • 사진을 찍느라 뒤쳐지면 앞서 가는 친구를 따라 잡는게 엄청 힘이 드는 일이지요.

    다음부터는 먼저 앞으로 가셔서 앞 모습을 찍으시면 아주 쉽습니다. ㅎㅎ

  • 송현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1:59 댓글추천 0비추천 0

    꽁무니 따라다니기도 벅찬데 앞서다니요? ㅋㅋㅋㅋ

     

  • 강릉엔 벌써 입산 통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이 되거나 말거나 잔차를 타지 않으니 언제 통제가 되는지 관심도 없어집니다...ㅠ.ㅠ

  • 仁者樂山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2:00 댓글추천 0비추천 0

    (자전거를 압수해야 하는데 워낙 크니 어디 소용이 닿아야지..쩝)

     

    자전거 열심히 타세욧!

  • 자전거도 달려보고....경치도 보고....친구도 보고....

    친구분의 림부렉이 고수의 연륜을 지긋이 보여주는 듯합니다.

  • 짧은다리님께
    靑竹글쓴이
    2010.11.13 22: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세상사 복잡하게 보면 한없이 복잡하죠?

    옷에 묻은 먼지 털듯 훌훌 털면 또 그렇게 단순하기도 합니다.

    안녕하시죠?

  • 靑竹님께

    MTB 첨 시작할때, 그맛은 복잡한 싱글과 나뭇뿌리를 넘고 피하고...끌면서

    오늘 실패한 난구간은 언젠가는 성공할꺼야~ 이런 도전같은 것을 했던거 같은데...

     

    요세는 일찍 해가지는 산속이 왠지 서글프고 기복이 심한 구간구간이

    답답해지기만 합니다.

    한강에 자주 나가는 이유도 게속되는 직진에 어느순간 무념무상이 되고

    마치, 깊은 물속에 귀를 틀어막고 잠수를 하는듯 하는 기분이 편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길어져가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다보면 세월도 느껴지는군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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