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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자전거보다 몸을 먼저 돌보다

靑竹2010.12.26 17:47조회 수 1452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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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이 두툼한 날 보면서 아이들은 곰발이라며 배꼽을 쥐고 웃곤 한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 때문에 행여라도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요즘은 차도를 이용하는 법이 없이 인도로 조심조심 자전거를 달리곤 한다.

 

그런데 엊그제 사단이 났다. 일이 있어 어머니께 가는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조바심이 나서 요즘 안 다니던 차도로 내려가 속도를 좀 냈는데 골목길로 좌회전하려던 차량운전자가 자전거로 달려오는 날 못 봤단다.느닷없이 좌회전으로 들어온 승용차의 옆구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는데 왼발이 승용차 뒷바퀴 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텅' 소리를 내며 승용차가 발등을 밟고 넘는 소리를 들으며 '아, 큰일 났구나. 내가 다치면 안 되는데.'하는 걱정이 머리를 스치면서 그대로 도로에 나동그라졌다.운전자가 허겁지겁 달려와 날 일으켜 준다.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이 대개가 그렇듯 나도 평소에 넘어지거나 사고라도 나면 벌떡 일어나 자전거부터 살피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어머니 걱정이 머리속에 가득해서였는지 차가 밟고 넘어간 나의 발등부터 살폈다. 멍이 든 것 같은데 일어나 조심조심 걸어 봤더니 통증도 없고 움직일 만하다.전화로 아이들을 불렀는데 아들놈과 딸애가 번개같이 뛰어나왔다.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니 뼈에는 이상이 없단다.그래도 근육조직 손상이 염려되니 보름 정도 입원할 것을 권한다."지금 제가 입원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했더니 매일 통원해서 물리치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아가라고 했다.차량 운전자는 옆에서 좌불안석, 계속 어쩔줄을 모른다.

 

"너무 걱정 마세요. 서로 부주의했던 데다가 서로 운이 없었던 거지."

 

형제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입원해야 된다고 했지만 나중에 물리치료비와 약값 정도만 보내라고 이른 뒤에 가해자를 보냈다.미안하고 감사하다며 그 친구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하고 갔는데 확실히 경험자들의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이틑날부터 심한 건 아니지만 안 아프던 허리도 아프고 왼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구부리고 펼 때마다 조금 불편하다.가해자의 사정을 듣다 보니 그도 좀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던데 그냥 이러다 낫겠지 하면서 내색하지 말기로 했다.

 

'만약 발이 3cm 정도 더 바퀴 밑으로 들어가 발목 부위를 차가 넘었다면'

 

'만약 발등에 바퀴가 올라갔을 때 운전자의 반응이 빨라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 이 정도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를 잘 안다. 이번의 사고가 앞으로 좀 찬찬하고 조심하라는 하늘의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이번 사고로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내 발이 곰발이라 놀리던 아이들이 차가 밟고 넘어도 끄덕없다고 터미네이터발이란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통뼈인 게 영화에서 보던 터미네이터의 발과 닮긴 닮았다.ㅋㅋ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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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그만하신게 다행입니다.
    효성어린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가 응답되었나봅니다.
  • 큰일날뻔 했습니다....

    사고소식 듣고도 훈훈해지는건 또 뭥미? ㅎㅎ

  • 아구구구...하마트면 큰 일 나실뻔 하셨군요....그나저나 후유증없이 속히 완쾌 되시길 바라며,

    어머니께서 많이 좋아지셨다는 소식도 있으시던데요.

    산이건 도로건 그저 안전함이 최고인데  차도는 내가 조심한다 해도 가끔 무개념 운전자들이 있어서

    위험스러운 현제의 차도...자전거 도로를 만들긴 했는데 당췌 관리와 단속도 없는 자전거도로는 왜 만들었는지...

    (심지어 경찰차가 자전거도로 끝지점 앞에 정차인지 주차인지 ....꼭~그 시간대에 위험스럽게 있는 것을 볼 때가 많은데

    애휴~차라리 자전거도로가 더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고...)

     

    요즘같아선 차도와 인도를 혼용 할 수 밖에 없더군요..저의 경우에는요. 쾌차 하십시요..^^ 

  • eyeinthesky7님께

    과거

    현재

    미래 그렇게 말하고 씁니다.

    시커먼스 송년회 즐거우셨나요? ㅎㅎ

  • 송현님께

    ㅋㅋㅋㅋ...시커먼쓰들의 송년회는 해마다 계속 됩니다....다.만...

    숫자가 줄어든다는게 아쉽지만유...ㅋㅋㅋ

    전화해서 약 좀 올릴라 했는데 ...1차-이슬이,  2차,당구장, 3차,푸미양, 4차, 이슬이+푸미양...ㅋㅋㅋ

  • eyeinthesky7님께

    저도 자전거 도로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

  • 그리고,

    저도 왈바회원인 "그"모시기란 분의 승합차 뒷바퀴에 약, 5초간 발등을 깔려 눌린 채로 있었던 경우를

    당했는데 같은 왈바회원이고 아끼는 사람이라 신고 및 입원을 하지 않았습죠...거.액.을 뜯을 기회였는데...아까비....ㅋㅋㅋㅋㅋ

    그런데 신기한게 그러한 눌림에도 당시만 조금 아프고 담 날과 그 이후로도 괜찮더군요.

    저 보다 놀란 사람은 "그"모시기 아우님였다는...ㅋㅋㅋ

  • 큰일을 겪으셨네요.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 순간 얼마나 놀랐을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대로에서 소나타 차량에게 추돌을 당하고 넘어져 미끌리다 멈춰서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렇게 가는구나.....

  • 에구구!

    매사에 조심스런 청죽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시다니..

    감짝 놀랐습니다만, 글을 끝까지 다 읽고나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나중에 후환이 없도록 병원치료 착실히 잘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 그만하시길 천만다행입니다.

    치료 잘 받으셔서 후유증없게 하세요.

     

    예전에 잘 아는 꼬마가 짚차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당했었습니다.

    어휴 식은땀나네요.

  • 언능 쾌차하세요...

  • 청죽님~

     

    건강하셔야 되유~

     

    페달보내시면서 늦어질것 같다는 안내전화까지 주시는 친절함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복 드릴께요~~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이 최고여유~ 건강하세유~

     

    (글로만 뵙다가 목소리를 들어서 첨엔 당황 했다는 ㅎㅎ.. 젊은 친구가 뭐 그런걸로 얼나 붙나 하실지 몰라도.. 나름~ 소심하답니다)

  • 靑竹글쓴이
    2010.12.29 16:35 댓글추천 0비추천 0

    염려해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무릎 십자인대 부근을 누르면 아픈 걸 보면 약간의 손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럭저럭 견딜 만합니다. 이러다 낫겠죠.

  • 靑竹님께

    다쳐서 아.. 프신데는 좀 좋아지셨나요?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는데..

     

    올 한해~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화이티잉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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