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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인데.....

eyeinthesky72011.03.29 22:12조회 수 1342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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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아직도 기나긴 겨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간 진급도 되지안고(능력부족이겠지요, 사실 진급에 대한 맘이나 노력들을 하지 않았으며

머리 터지도록 경쟁하는 그 자체가 싫었습니다.) 매일 모니터만 드려다 보며 드로잉 한다는 그 자체도 그렇고

제 건강에 해가 되는 일이라 오래 전 부터 장고한 끝에 1월달에 그만두고

제가 다니는 회사의 시설팀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뭐 이것저것 생각 할 것도 없고 그저 심플한 생각에 단순 육체적 노동만 하니 맘은 편해지더군요.

뭐 맘 편하려고 그만둔게 이직의 주된 연유이기도 합니다.

수일 전 회사로 차가 돌진해서 정문을 부숴버린 사고가 있었는데 부숴진 정문을 새것으로 교체 시공해야해서

당일 업체에 발주하고 임시로 가설문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설치하고 있는데

여러 언론사에서 촬영들 하러 왔더군요.

그냥 그려려니 하고 일에만 몰두하고 차가운 바람에 좀 떨었죠.

담 날 출근하니 직원들이 그러더군요..."전국구 방송망 탔다고...9시 뉴스에도 나오고.."

뭐 *팔릴 일도 아니죠....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직업이 되었으니 그냥 웃어 넘겨 버렸습니다.

 

3월 5일에 초안산을 오랜만에 라이딩을 마치고 집에 돌아 와서 쉬고 있는데

바로 아래의 동생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예전과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로 "형~! 아버지 시골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했는데 큰 병원 가서 검사를 다시 해보는게

좋겠다고 **내과에서 말하던데요..큰 일 아니겠지요~?"(내심 겁이 덜컥나고 걱정이 되었지만 동생을 안심 시키고)

"내가 서울쪽에 예약이 검사예약이 가장 빠른 병원으로 예약 해놓고 전화 해주마.."

 

전화를 끊고는

하늘이 노래지기 시작하고 여러가지 생각에 정신도 아득해지기 시작 하더군요.

몇 분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병원저병원에 전화해서 해당진료과 예약이 가장 빠른 곳을 찾아서는

예약(3/7일)해서 가지고 올 자료들을 동생에게 알려 주고 입원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어머니도 모시고 오게 했습니다.

 

3월7일 회사에 출근 했다가 사정을 전달하고 일찍 병원으로 갔습니다.

혈액검사를 하는데 튜브형 원형관 5개에 아버지의 혈액을 채혈하고

간 특수정밀 초음파 검사 끝나고,  다시 CT촬영을 하셨습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초음파 검사와 CT촬영한 결과를 담당의께서 계신 진료실 앞에서 초조하게

가족들 모두 기다렸습니다.

그 초조함과 기다림이란 이 시간이 왜이리 길고도 긴 시간으로 느껴지던지요.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이 호명되더군요...제가 먼저 들어 가서 혼자만 결과를 들어보고 나오려 했는데

성질 급하신 아버지께선 "예~!! 하시더니 제가 만류 할 겨를도 주시지 안고 진료실로 들어가셨습니다.

곧바로 제가 따라 들어가서 담당의 옆에 안자 모니터를 보면서 설명을 듣는데

어버지 당신께서도 보시며 설명을 들으시는데 참으로 가혹한 형벌과도 같은 진단이었습니다.

"간염이나 간경화에 의한 간암이 아닌 아주 특별한 케이스의 암인데요  우측 상부에 9~10cm크기의 큰 덩어리가 있고

좌측 중간정도에 2mm미만 정도의 크기가 여러개 퍼져 있네요.   이것들이 악성인지 아닌지는 현제로서는 알 수 없어

조직검사도 해야 할 것 같고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간으로 전이가 되었는지를 알아봐야 하니까  전신 x-ray와 MRI검사를 해야하니

먼저 입원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시도록 모르셨단 말인가~!!   아니, 나는 그동안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검사 한 번 해드리지

못했단 말인가~!!   라는 자책감과 죄스런 마음들이 들고 온갖 생각들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아버지 앞에선 차마 눈물을 보일 수가 없어 억눌러야 하는 괴로움도 당연히 동반되더군요.

법없이도 사실 아바지이시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 오신 제 아버지.....일이 취미라고 생각하시며

시골 병원에서 검사 받으시고 오시기 전 까지 일하셨던 아버지...아.........가슴에 시퍼런 날이 들어와 후비는 느낌들.....

 

X-RAY, MRI,조직검사,위,장 내시경검사...등등으로 1주일 내내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시고 검사란 검사에

지쳐 가시는 모습을 보는 그 자식된 입장에서의 가슴 아픈 일이란.....

그리고 결과가 나오는 날 누이와 둘이서 담당의께 최종진단을 듣는 날에

서로의 손을 잡고 큰 걱정을 안해도 될거라며 말하면서 담당의 옆에 앉아 듣는데

"혈액검사 결과중에 췌장이나 담도쪽 암 수치가 정상인의 48배나 높게 나와서 그 쪽을 의심하여

CT상으로 보시면 췌장쪽을 보면 머리부분이 좀 큰게 보여서 췌장쪽을 의심했는데

췌장쪽은 아니고 담도에서 시작되어 간으로 전이가 된 경우 입니다.

 

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어려워 눈물을 또 참습니다.

설명 해주시는 전공의(사실 어려운 일이나 이야기는 전공의를 시키죠. 담당의는 안하는게 자꾸 이런 일을 시켜서

강하게 만들려는 취지인지 모르지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술을 하셔야 되는지요?...."

"아버님 연세도 있으시고 여러가지 체력적인 부분과 현제의 건강상태도 고려해야하고

여러 담당 진료과 선생님들과 어떻게 해야 할지 협의 토론 해야 방향이 정해질 것 같습니다."

 

흐느껴 우는 누이의 등을 다독거려주고 눈물도 닦아 주며

"아버지 병실에 가야하니 밝은 모습 보여 드려야지요..."

그리고는 아버지 계신 병실로 들어 갔습니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아바지께서 "의사 선생님이 뭐라시더냐~못고친 다고 허더냐?..못고칠 것 같으면

비싼 병원비 들여가며 내 자식들에게 부담만 주고 그러고 그냥 퇴원 헐란다...집에가서 일 할 것도 많은디...

병원에서 죽긴 싫다..내가 우리 자식들에게 뭐하는 짓인지...."하시며 긴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시는 아버지께 아버지 고칠 수 있는 것이니 이제 마음 편안하게 가지시고 병원에 계세요.

당신의 건강이 이렇게 좋지가 안으신데 자식들 걱정들을 하십니다...ㅠㅠ

한편으론

서울에 한 번 오셔도 주무시고 가시는 법이 없으신 당신을 답답한 이 도시의 병실안에 가두어 두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아직 치료 방향도 정해지지 안았으니 어둡고 긴 시간들이 연일 이어집니다.

아버지는 15층 병실에 계시는데 잠시 3층으로 내려가서는 사람 통행이 별로없는 벤치에 앉자

그제서야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여간해서 마음으로 우는 저인데 이 때는 친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울고는 그렇게 울어보긴 첨이었습니다.

 

집으로 갈 때엔 아바지와 어머니를 두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디 무겁기만 합니다.

집으로 가는 그 시간들 내내 아버지께서 제게 해주신 일들이며 여름밤에 힘든 막일을 마치시고 힘드셨을 터인데

저를 등에 엎고 집으로 향하셨던 그 오래 전 기억들이며,

제가 아버지께 불효를 끼쳤던 일들이 수없이 교차 되더군요.

 

지금 현제는 함암제 투여를 하고 계십니다.

1차를 14일에 맞으시고 누이댁에서(자식들의 요구로../행여나 중간에 무슨 부작용이라도 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해서죠)

머무르셨다가,

2차 투여는 24일에 맞으시고 현제 시골집에 계십니다.

아래의 동생이 아버지 모시고 시골집으로 가셨는데 시골 오니까 너무 좋아 하신다고 전화가 왔더군요.

매일같이 전화 드려서 어떠시냐고 물으면,

" 니 애비 죽을 병 거릴거 아니고 밥도 잘 먹고 아프지도 안으니까 밥 잘 챙겨 먹고 다녀라....따뜻하게 하고 다니고....

그리고 있짢여~ 거 전화 자주 하지 마라....전화비 많이 나오니까..."ㅠㅠ

 

총 6회에 걸쳐서 함암제 투여 받으실 예정이시고

6회가 끝나면 다시 여러가지 검사를 또 하셔야 하는 힘겹고도 고통스런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네요....아.......

지금껏 잠도 쉬 오지 안았고 맘 편히 지내 본 시간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엔 답답하고 미쳐 버릴 것 같아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고 나섰습니다.

어디를 다녔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친듯이 자전거를 탔습니다.

이 현실을 탈피 하려고 그런게 아니고 뭔가에 미친듯이 몰입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죠.

4시간  넘게 탔는데 쉬지도 않고 미친듯이 이곳저곳 자전거로 내달렸습니다.

 

집으로 돌아 와서 생각이 든게

내가 건강해야 아버지께 최선을 다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들더군요.

혹여,

저를 아시는 왈바인분들이 계시다면 지 애비 아픈데 속편하게 자전거 타고 있다...라는 손가락질이나 언질은

하지 말아주세요...

거은 혼자 타는 일이 많겠지만 혹여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거든 그냥 모른척 해주시길 바랍니다.

남은 시간 아버지께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오랜만에 왈바에 나타나선 무거운 장문의 글을 남기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모든분들 건강 하시고 즐,안라 하시며 가정내에 건강만이 깃들길 기원 드립니다.

*** 여러모로 조언과 도움을 주신 십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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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힘내세요! 저도 제가 믿는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 걱정이 글에 진솔하게 나타났네요.
    아버지란 분들이 이런 일을 당할 때 보면 대범한 척 하셔도 가장 불쌍한 모습을 보이죠.

    자식들을 위해서 가슴으로 울다가 정작 자신의 일에는 울지도 못하는~~

    자식된 도리를 못했다는 자책감이 크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마음편하게 치료에만 전념하게 해 드리고 편하신가운데 빨리완쾌되도록 하셔야지요.

    새벽꿈에 스카이님 얼굴을 선명하게 보고 깨었는데 이런 소식을 보네요.

    저도 기도를 보탤테니 힘내세요.
  • 암이란 놈이 쉽사리 물러갈 놈이 아니란 걸 알기에 뭐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뵈어왔던 아버님의 성격과 건강이라면 물리쳐 내진 못하더라도 충분히 잘 싸우실 거라 생각됩니다.

     

    친구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갑갑하기만 합니다.

     

    아무튼 힘내라는 말밖엔... 힘 내시게 친구~~!

  • 힘 내시길 빌겠습니다...

     

  • 스카이님 ... 힘내십시오. 아버님... 힘내십시오.

  • 항암치료가 좋은결과 보일것이라 믿습니다. 힘내십시요!
  • 요즘 항암치료 효과가 놀랄만 합니다.

    제 매형(65세)께서 위암에다 대부분 내장에 전이되어 수술 불가 상태였는데

    1년여 항암치료 몇차례 받고 난뒤 종양이 99% 제거되었다고 하네요.

     

    아버님께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시골에서 맘편하게 사시면서, 맑은 공기 마시고, 꾸준한 운동(매일 1시간 이상 걷기)을 하시도록 말씀드리세요.

     

    아울러, 스카이님 얼굴에 특유의 화사한 웃음(좀 징그럽기도 하지만)이 되살아 나기를 바랍니다.

  • 많이 힘들겠지만 잘 견뎌내시고, 힘내시게나.

    아무리 잘한다 해도 부족하겠지만 아버님께 잘해 드려야 하겠지.

  • 스카이님 힘내세요...

  • 힘은 가지고 있는 만큼 발휘하는 것이라네...^^ 홧팅

  • 비슷하게 보낸 저희 아버지가 생각이나 차마 다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 괴로워 하지마세요 .

    읽으면서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결혼해서   큰애가 4 살 정도 되었을때 뇌졸증으로 돌아가셔습니다

    그때는 죽음이 뭔지 잘 모르지만    아버지를 다신 볼수 없다는 슬픔만 있었는데   세월이 갈수록 아버지가 보고싶고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추억만 있고    예전에는 잊고 있었던  아버지와의  예전 기억들이 자꾸 생각이 나서   슬픕니다 ...

  • 스카이님 먼저 기운 내시고요.. 여러 힘을 한 데 모아 물리친다면 그깐 암이란 녀석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평상심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음... 힘든 일을 겪고 계시는군요.

    요즘 항암치료의 효과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 과정이 힘들긴해도 깨끗해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제 주변 분도 간암이 깨끗하게 치료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힘내세요.

  •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다시 건강해지실거라고 믿습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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