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고산

靑竹2011.11.18 21:55조회 수 1085댓글 6

    • 글자 크기


 

친구논네께서 뒤늦게 노처녀 따님을 여의셨습니다.

 

"나중에 우리 친구 셋이서 임도나 한 번 타세."

열 살이나 연배이신 이 분을 보고 처음엔 어르신이라 불렀는데

"창창한 이팔청춘을 보고 아주 늙쿼서 죽일 작정이얐!!!

하는 호통에 형님이라고 불렀지만. "내가 왜 당신 형님이얐!!! 하며

호통은 여지없이 날아오더군요.

"그냥 우리 편하게 친구하자구."

그래서 갑장님과 저는 이 냥반을 친구삼기로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친구논네께서 따님을 여의신 기념으로 노고산 임도를 탔습니다.

활엽들이 우수수 쏟아진 늦가을 산행은 다소 을씨년스러웠지만

해마다 가을을 앓는 내겐 더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노고산 임도를 다 타고 내려왔는데 갑장님께서

"저 쪽으로 한 번 더 올라가 볼까요?"하기에

조금 가파른 고개를 또 올랐습니다.

 

 

제일 부러운 게 단체라이딩의 찍사들입니다.

저도 카메라 들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정신없이 페달을 밟으며 사진을 찍어 봤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두 번째 고개를 오르는데 초장부터 다리가 뻐근합니다.

그런데 갑장님이 맨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내기에 죽기살기로 따라붙으며 

"아이고, 왜 이렇게 사람을 잡으십니까?" 하고 묻자,

"쉿, 저 노인네께 선두를 내어 주면 우리 둘 다 몰아죽습니다. 우리가 살 길을 찾는 거죠."

 

열정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산에서 결국 생을 마감한

고 박영석 대장을 떠올리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활화산처럼 살다가 간 그의 열정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합니다.

지천명이 넘도록 채 불이 붙지 못한 젖은 나무 신세와도 같은 

제 삶의 여정을 이따금 한탄합니다.

 

마흔이 넘어 타기 시작한 자전거의 안장에 앉아

풀무질하듯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뒤늦게 젖은 나무에 불을 붙이기라도 하듯

멀어져가는 가을의 정취 속을 내내 달린 하루였습니다.

 

 

 

 

                             자전거가 좋다



    • 글자 크기
광주의 학살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by 웃는돌) 낼,,야영,,관련.. (by 산아지랑이)

댓글 달기

댓글 6
  • 사진상으로는   세분 연배가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 ^^

     

    웃으면서  글 잘 읽었습니다  ^^

     

  • 줌마님께

    50넘어가면 비슷한 연배로 보일 확률이 큽니다

  • 사진상으로는   세분 연배가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2

    ㅋㅋㅋ

  • 무지 부러운 삶입니다.

    맨 윗 사진, 청죽님 존재는 댓글을 보고서야 알아 차렸습니다.

    그냥 단풍나뭇잎 무덤으로 스쳐 보았군요.

  • 청죽님 자전거 타는 체력이 점 점 좋아지는게 사진덕입니다

    사진 찍은뒤 따라 가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체력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보통 실력으로는 팀 라이딩하면서 사진 찍을수 없습니다 ㅎㅎ

    큰 따님 혼례기념 라이딩이라~~~~

    보통 그런일이 있을때는 한잔 하던데 ㅋㅎ

  • 제가 보기엔 청죽님이 젤 연장같습니다만...ㅋㅋㅋ

    ========333===========3333=====잡히면... 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912
185721 [10월의 마지막 밤] 메뉴 중 하나입니다.2 용용아빠 2011.11.20 1107
185720 [10월의 마지막 밤] ㅋㅋㅋ...잘 다녀 왔습니다.10 용용아빠 2011.11.20 1221
185719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까요.5 이모님 2011.11.20 1123
185718 영어 사이버 시험 60점~! 십자수 2011.11.20 1029
185717 [질문]2010년 메리다 메츠300d 가격문의.1 deadend77 2011.11.19 1709
185716 광주의 학살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7 웃는돌 2011.11.19 1497
노고산6 靑竹 2011.11.18 1085
185714 낼,,야영,,관련..10 산아지랑이 2011.11.18 1205
185713 선견지명...7 eyeinthesky7 2011.11.18 1201
185712 적반하장11 송현 2011.11.18 1378
185711 성능 빵빵한...5 뽀 스 2011.11.17 1281
185710 방랑자14 뽀 스 2011.11.17 1298
185709 왈바 글쓰기 안되시는 분들께13 Bikeholic 2011.11.17 1280
185708 캄보디아 가시면...11 웃는돌 2011.11.16 1361
185707 낙옆16 stom(스탐) 2011.11.16 1202
185706 은퇴 후의 삶(?)18 목수 2011.11.16 1432
185705 1996, Chainsmoke - Shaun Palmer mtbiker 2011.11.16 1222
185704 한국의 위엄 !!2 sf90f9f 2011.11.15 1302
185703 캐나다에 계신 왈바 열혈 여장부 올리브님께6 Bikeholic 2011.11.15 1488
185702 로그 아웃 되어 버려요...3 treky 2011.11.15 1123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