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반에 교환 교수로 미국에 가서 살면서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 가습기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들러 하나 구입하였다. 집에 가지고 와서 사용하기 위해 전원을 연결했는데, 증기가 나오지 않았다. 불량품인 줄로 생각하고 그 다음날 백화점에 가지고 갔더니 아무말 없이 새 것으로 바꿔 주었다. 그런데, 바꿔온 것도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또 다시 새 것으로 바꿔왔다. 물론, 백화점에서는 아무말 없이 바꿔 주었다. 그러니 세 번째 물건이었는데, 이겻 역시 집에 가져와 작동시키니 증기가 나오지 않았다. 마침, 친구가 찾아와서 잠깐 가습기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가고 난 후에 보니 가습기에서는 증기가 나오고 있었다. 물을 가열하여 증기를 내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가습기 자체에는 아무런 하자도 없었고 사용법을 몰라 일어난 헤프닝이었다. 이와 같이 제품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고객의 잘못된 사용에서 생긴 문제인데도 아무런 말 없이 고객이 바꿔 달라면 바꿔주는 그들의 자세는 진정한 상거래의 룰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하나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겠다. 전기식 이발 기계를 하나 샀다. 한 번 사용해 보니 머리 깎는 기술이 부족해서 잘 깎이지 않고 깎고 난 뒤 머리카락청소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가서 바꿔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아무말 없이 돈을 환불해주려고 하였는데, 어쩐지 미안해서 그 집에 있는 물건을 그 돈에 맞추어 사왔다. 사실 기계에 아무런 하자도 없고 또 한 번 써본 물건을 고객이 싫다고 하니까 바로 바꿔주는 것이었다. 며칠 후 이발기 제조메이커에서 편지가 왔다. 그 기계의 나쁜 점에 대해서 묻는 설문서였다. 그러나 그 설문서에 대한 답이 있을리 없었다. 그저 한 번 써보고 싫어서 반품한 것이니 물건에 무슨 문제가 있었겠는가? 이와 같이 일단 판 물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고객이 싫다 하면 무조건 처리해주는 것이 그들의 상도의인 것 같았다. 이것이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우리 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번에도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에어컨을 사려고 알아보니 공기 정화기가 붙어 있는 최신 모델이 시장에 나와있었다. 공기 오염 문제도 있고 하여 이십만원을 더 주고 공기 정화기가 붙은 에어컨을 사기로 하였는데, 그 때가 마침 성수기여서 제품 구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메이커 사장에게 부탁하여 구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제품을 설치하고 난 후에 공기 정화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클레임을 제기하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신이 없다. 아는 사장에게 부탁하여 산 제품이 이 모양이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우리 나라의 제품들 중에 고장이 많은 것이 에어컨이나 자동차 뿐은 아닐것이다. 소비자 고발센타 등에 접수된 것을 보면 불량 제품을 새 것으로 교환해주지 않거나 환불해주지 않는 사례는 물론 제대로 수리도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나쁜 물건을 팔고 책임지지 않겠다는 생각은 도둑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다. 일단 물건을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완벽하게 만들어 파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런 불량품이 출고되었다면, 애프터 서비스로 수리를 해주는 정도에 그치지 말고,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상도의이고 앞으로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만알 제조 회사가 불량 제품을 만들어 팔고 난 후 클레임이 발생하면 애프터 서비스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회사 제품의 품질 향상은 요원하게 된다. 불량품이 생기는 것은 제조 작업자의 정신과 자세의 문제이므로, 간단한 고장이라도 생기면 즉시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교환된 제품의 불량 원인을 찾아 그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불량품이 많이 들어오면 회사의 손실이 얼마나 크게 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제조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적당히 놀면서, 혹은 딴 생각을 하며 혼신의 횜을 쏟지 않고 만든 제품도 잘 팔려나간다고 생각하면 보다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애프터 서비스로 결함을 해결하고, 그 결과가 공장으로 전달되겠지만, 보고서를 보고 듣는 것보다 반품되어 온 제품을 눈으로 보고 문제점을 확인하는 것이 불량률 개선에 더 효과적이다. 그러니 불량품은 전량 회수하여야 하며, 그로 인해 잠시 기업의 손실이 있다 해도 생산자가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어는 경우에나 고객은 왕이고, 고객은 기술을 사는 것이 아니고, 상품을 사는 것이다. 기술이 완벽하지 못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상품은 완벽하지 못하면 팔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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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될 것인가 꼬리가 될 것인가--안태완---정보문화사
후~~~ 덥다. 오타가 많을 지도 모르겠네용... 더위는 독서삼매경으로 극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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