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다. 죽이는 분들과 죽이는 장소에서 첫 경험(?!)을 한 저는 그냥 넘
어갈 수 없어서 그날의 감동을 몇자 적어볼라고 합니다. 산성 역에서의
첫 만남 --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잔차를 둘러매고 전철역 출구로 올
라오시는 모습들이. 산성역에서 남문까지 도로 업힐 -- 봄기운에 물오른 남한산성의 전경이 위로 올라갈 수록 확연히 드러나는 군요. 입구 로터리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첫번째 가파른 업힐을 만났습니다. 전 채 다 못 올라가고 중간에 내려서 갔는데 홀릭님이 뒤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오시길래 물었더니 어떤 분(아마 고형주님이 아니셨을까 싶은데)이 중간에 올라오시다가 실패하시니까 이차시기하러 다시 내려가셨다는 겁니다. 전 사실 수많은 사람들과 수없이 업힐을 해 봤지만 중간에 다 못올라갔다고 다시 시도하려 내려가시는 분을 보기는 이번이 첨이었습니다. 왈박님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웅변해주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다음은 본격적인 하니비 코스(이거 정말 좋은 우리말 한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아직 쌓여있는 낙엽과 그 사이에 올라오는 새순과의 완벽한 조화!! 왜 싱글코스의 으뜸이라고 불리는 지 알만하더군요. 전 어쨋든 이 길을 세차게 밀어부칠 때는 밀어부치고 조심스레 살살 얼를 때는 얼르고 하면서 그야말로 제 잔차와 밀월여행을 하듯이 내려왔습니다. 이 길의 마력 덕분인지 등산객 여러분들도 앞에서 길을 터주시고 방해가 되어 불편하고 위협을 느끼기도 하셨을 텐데 어떤 분은 환호로 어떤 분은 박수로 어떤 분은 와 저 허벅지좀 봐(물론 제 빈약한 하체를 보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하면서 격려해주셨습니다.
마지막 다운힐에서는 경사도 경사지만 워낙 꼬불꼬불해서 제가 아직 초보임을 뼈아프게 느꼈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한 번에 그대로 쏠 수 있어야 할텐데... 마지막 묘 옆으로 떨어지는 그 코스에서 하니비의 화룡점정이!!! 무속연구손가 하는 곳 옆에서 담배한대 피고(끊었는디...) 다시 풀몬티 코스. 정상까지의 터프한 업힐. 그길을 쇠프레임의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박차고 오르시는 고형주님! 힘찬 페달질을 견디다 못해 결국 두동강 나고 만 홀릭 님의 체인! 미루님의 종아리에는 선명히 찍힌 크랭크 이빨 자국! 드디에 정상. 우리는 연두빛으로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남한산성의 전경과 그 아래 펼쳐진 강과 도시들을 보았습니다.
마지막 내려오는 길 역시 잔차광들의 광기를 부채질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경사가 하니비의 다운힐 만 하지는 않았지만 군데 군데 장애물과 돌뎅이들, 길이 반쯤 꺼져내려간 개천, 골이 흔들릴 정도의 자갈길,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동물적 본능에 불을 지르더군요. 우아아아아!!!!!
그러나 남한산성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더군요. 쌈밥집의 막된장으로 비빈 보리밥과 막걸리가 없었다면 이날의 투어는 앙코없는 찐빵이 될 뻔 했습니다. 11시 10분부터 3시 반까지 물만 먹고(아니구나, 풀몬티 정상에서 미루님이 주신 초코파이가 있었구나, 미루님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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