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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맥 번개 후기 [애드온 편] ^^

........2000.06.02 02:27조회 수 306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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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막차를 간신히 잡아타고 퇴근하던길 자그마한 사건이 있었지요.
허겁지겁 달려 전철에 뛰어들고 보니 3칸 짜리 노약자, 장애인 우선석에만 빈자리가 남아있더군요. 일단 앉아서 한숨 돌리고 보니 맞은편에도 20대 중반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더군요.
그렇게 신촌, 이대를 지나며 차내가 번잡해지다 시청역에서 노인 여러분이 무리지어 타시더군요. 잽싸게 일어나 문가에 자릴 잡고 무심코 눈길을 돌리다가 맞은편의 그 젊은애가 떡하니 뻐티고 앉아 꿋꿋하게 개기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노인분들은 그넘을 타겟삼아 포위를 하고 무언의 압력을 행사 하기 시작했습니다. 꿋꿋이 버티던 그넘. 마치 무슨 일이냐는듯 힐끔힐끔 보더니 다시 꿋꿋하게 자세를 잡더군요. 참 대단한 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노인 한분이 참다못해 한말씀 하시고 그제서야 그넘은 매우 밍기적거리며 일어나더니 바로 옆 문가에 매우 불량한 자세로 기대 서더군요.
참 보고있기도 민망해 저도 이내 시선을 돌렸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사람이 어느정도 빠지고 차내가 좀 한가해질 무렵,
창밖을 보며 딴생각에 잠겼다가 느닷없이 차창에 비치는 그넘, 왕뺀질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넘은 아까와 같이 매우 불량한 자세로 짝다리를 짚고 서있더군요. 그렇긴 한데 꼼지락 꼼지락 대면서 가만있질 못하는게 정서불안 아닌가 싶었죠. '참 가지가지 한다' 면서 속으로 상종못할넘이라고 욕을 했죠.
다음역은 가운데에 정거장이 있는 역이라 그넘 쪽 문이 열리는 순서였죠.
전철이 역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습니다. 차창에 비친 그넘을 주시하던 저는 순간 깜짝놀랐습니다. 문이 닫힐때쯤 되었나, 갑자기 몸을 날리듯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넘이 노인네들한테 앙심을 품고 뭘 훔쳐서 내렸나 싶어 얼른 그쪽 문가로 다가가 상황을 살폈죠. 별일은 없는듯하여 창밖을 내다본 저는 그 자세로 몸이 굳어 한참을 더 가 내릴 때까지 그렇게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가 출발하며 멀어지는 그사람의 양손에는 어디서 꺼냈는지 지팡이와 맹인용 감지봉이 들려있었고, 온몸이 출렁일정도로 심한 하지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존심을 지키고자 그랬을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코앞에서 지켜본 제가 모를 정도로 애써 감춘 것은 그 노인분들에 대한 배려였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잠이 확 달아난 저는 타인을 바라보는 제 마음의 자세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며 집까지 왔습니다.

후기를 쓴답시고 뜬금없는 소리를 늘어놔 죄송합니다만 꿋꿋이 떠들어 댄건 생각을 하며 걷던 중 문득 어제의 술번개가 오버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대 초반부터 꽉찬 40대까지(심지어 장애인까지 - 죄송함다 니모님, 제발 꼬챙이만은... - -;), 몇몇의 알록달록한 쫄바지가 아니었으면 도저히 어떤 모임인지 추정이 불가능한(광신도 모임, 불순세력 집회, 고정간첩 정기총회 등 의견이 분분했죠^^) 어제의 모임.
나이가 많다해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어리다해서 예의를 벗어나지 않으며 모인 사람 모두가 친구처럼 목청을 높여가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우던 시간.

참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아니 유치하단 생각에 굳이 떠올리기를 거부했던 '순수한 만남'이란 지난날 삶의 화두가 짜르르하게 맘 한구석을 울렸던것 같습니다.

오는사람 안막고 가는사람 안붙잡는 와일드바이크가 때로는 혼란스럽고 어수선해보일지 몰라도 왜 와일드바이크냐 묻는다면 진정한 자유속에 순수한 만남을 이루는 그맛, 하두 부벼대서 살타는 냄새에 중독되서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제 고글에 색을 빼준 그넘, 아니 그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는 가끔 벗어서 렌즈가 얼마나 진해졌는지도 한번 살펴보고, 묵은 때도 한번씩 닦아 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PS. 저 술 않먹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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