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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신월산 번개, 그 아기자기한 순간들

........2000.07.17 21:25조회 수 27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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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늦게 집을 나와 수원역까지 20분만에 주파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전철에 몸을 실었다.

-- 고가다리를 지나는 순간 열차 출발신호가 울렸다. 사람들 몇몇이 뛰기 시작한다. 난 보행자들에 대한 배려를 포기하고 나의 애마에 올라 계단을 미친듯이 달려내려갔다. 계단의 중간 쯤에 도달했을 때 출입문 닫습니다 방송이 들린다. 곧바로 점프, 둔탁한 굉음과 함께 잔차와 나는 플렛폼에 사뿐히 내려앉았고 곧바로 닫히는 문을 향해 돌진, "곡선이라 열차와 승강장 거리가 넓기" 때문에 또다시 한 번 더 점프. 뒷바퀴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자 문은 닫혔고 나는 착지와 동시에 뒷바퀴를 잠그고 한 쪽 발로 전철 바닥을 굴렀다. 찌이익 소리와 함께 잔차는 90도 회전하여 멈추고 숨 죽이고 나를 바라보던 승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린다. --

이상은, 플렛폼 계단에서 낑낑대며 잔차 들고 내려오다 열차하나 떠나보내고 15분 기다려 다음 열차에 겨우 몸을 싣고 아직 익숙지 않은 잔차타고 전철타기로 인한 민망함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피하면서 차창을 멍하게 내다보고있던 온바이크의 머리속을 스쳐간 허무맹랑한 상상 1 이였슴다.

양천구청역에 도착하니 아니, 이럴쑤가 어제 인제 대회로 댁에서 지쳐 잠들어계실 줄 알았던 미루님께서 보무도 당당하니 다복솔군과 함께 나와계시는 것이었다. 고형주님은 언제나 처럼 멋있는 모습으로 반겨주시고, 이번에는 새로운 얼굴도 보인다. 자신을 소개하시는데 아 말씀만 들어도 상당히 과격하게 타시는 분인 듯 하고 그분의 신체 곳곳과 잔차를 살펴보아도 과격한 라이딩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아로새겨져 있었다. 산은 처음이라신다. 아, 근데 황망하게도 성함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숫제 여쭤보았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갈수록 증상이 심각해진다. 잠시 후에 신월동 터줏대감이신 문재선님이 먼저 신월산을 홀로 라이딩하신 후에 친히 오셔서 우리를 격려해주시고 홀홀히 돌아가셨다.

이제 우리들은 점점 상쾌해지는 공기를 가르며 신월산으로 이동한다. 미루님과 다복솔이.... 너무도 부러운 부자였다. 신월산의 아름답도록 재밌는 싱글들, 그 힘든 업힐과 짜릿한 다운힐들을 난 이 부자를 지켜보고 오느라 어떻게 타고왔는지 기억이 통 나지 않는다.

-- "아부지, 저하고 듀얼 슬라럼 함 해보실라우?
"야 이눔아 내가 비록 육십일곱이지만 아직은 쓸만허다." 나의 아들은 내가 서른 네살되던 겨울에 얻은, 말하자면 쬐끔 늦게 얻은 눔이다. 내가 그해 봄부터 잔차에 미쳐 아들눔은 어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제 어미의 잔차에 대한 원망을 전수받았을 법도 하건만, 이눔은 태어날 때부터 잔차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돌때도 실 대신 브레이크 케이블을 잡더니만 4살때부터 네발잔차를 졸업하고 두발 잔차로 세상을 누비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도 질쎄라 더욱 더욱 잔차를 열심히 탔지만 내 아들눔의 잔차 실력과 잔차에 대한 사랑은 나를 훨씬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우리 부자는 잔차와 더불어 세상을 보는 눈을 서로 배우고 잔차를 함께 타며 가족과 사람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오늘도 나는 이제는 한국 엠티비의 메카가 돼버린 와일드 바이크 주최 제 20회 전국 엠티비 대회에 아들과 함께 출전, 아직도 건재한 엠티비계의 전설 바이크홀릭님이 회갑을 기념하면서 상품으로 희사한 드림 바이크 마운틴 사이클 산안드레아스를 타기 위해 아들눔과 자웅을 겨룰 찰라에 있는 것이다. --

이상은 다복솔님과 미루님의 다정한 라이딩을 보면서 아직 세상에 나올 눔을 기다리고 있는 온바이크가 다운힐 하면서 짬짬이 가져본 허무맹랑한 몽상 2 였슴다.

신월산을 얼추 즈려밟은 다음에 발군의 빠워와 테크닉으로 번개 참가자들을 압도하셨던 오늘의 번장 고형주님은 출근하시기 위해 인천으로 먼저 떠나시고, 고수부지를 관광하시던 케코님께서 왈바인들의 살냄새와 산냄새가 그리우셔서 전화로 왈바 사이트를 확인하시고 신월산으로 친히 오셔서 저희들과 합류하셨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우리는 기세를 몰아 신월산을 역으로 한 번 더 타고 다복솔군의 다운힐 실력에 다시금 놀라움을 추스리며 아파트 공사장으로 내려와 아쉬운 라이딩을 마친다.

근처 수퍼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 저런 예기를 나누다 안양천변에서 각자의 길로... 미루님과 다복솔군은 지치고 피곤하여 한시라도 빨리 집에가서 쉬고 싶어셨을 터인데도 이 온바이크가 전철역을 잘 찾을 수 있도록 길안내를 해주시느라 한 10여킬로를 더 돌아가셨다.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나오니 색시가 점심상을 차린다. 옆에 살짝 다가가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들하나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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