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후기는 당일날 피곤을 잊고,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서 써야한다는 옛 선인(옷빠꾸,미로등등)들의 어록이 생각남다.. ㅋㅋ
니덕님과의 또다른 번개를 기다리며...
needahug wrote:
>아! 피곤하다.
>온 몸이 노곤하고 땡기지 않는 구석이 없네요.
>정확히 12시간에 걸친 대장정.
>추위, 질퍽한 진흙무덤, 피말리는 언덕과의 한판!
>집에 와서 따닷한 아랫목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려니...
>음~~ 이런 피곤함이야말로
>정말 보람차고 귀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빡신 하루의 증거요 보람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 모두, 오늘의 피곤함이 주는 선물!
>한주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꿈 한번 안꾸고 세상없이 자는 단잠~~ 을 만끽하세요!!
>
>전 말이죠...
>'후기는 자네가 써야지'하는, 환하고 힘찬 악수에 섞여온
>살떨리는 협박을 받고 살라고 잠도 안자고 이렇게 앉저있슴다. ^^
>협박주동자(가명):장법징(32, 무직), 말볼기(35, 만화방주인)
>
>집결시간은 아침 7시.
>다섯시반부터 비몽사몽에 깨서 시계보고 또 자고 하기를 얼마간 하다가
>뭐가 투두둑하는 소리가 들려요.
>오옷! 우쒸~ 비다. 자냐? 가냐? 어쩌냐?
>하다가 말발굽님께 전화드렸더니
>대짜고짜 '아직 출발안했냐?'고 하시네요.
>반동적으로 튀어 일어나 엄마차 쌔벼서 선착장으로 출발.
>남양주~잠실사이, 마의 벽이었던 29분 벽을 깨고 27분 주파에 성공함니다.
>벌써 여러분 와 계십니다.
>
>여기서 출석부.
>말발굽님, 법진님, 이병진님, 아파치님, 김명화님, 변경진님,
>뭉치2님, 니드헉넘.
>참고로 향후 김명화님은 '막가파'로, 뭉치2님은 '용가리'
>혹은 '노지심'으로 아뒤변경될 거 같으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아뒤는 본인들의 이미지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슴다. ^^
>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번개는 친다! 콰과광!
>우리는 드뎌 유명산으로 출발합니다.
>일단 할매곰탕에 들려 배를 채우고요
>뭉치2님 차 뒷바쿠 바람이 없어서 카센타를 찾다가,
>친절하다 못해 맘대로 뭐든 기냥 쓰라고
>주인이 어디로 가버린 카센타에서 바람을 넣습니다.
>너머 고마워서 인사라도 해야하는 데... 하면서
>역시 만나면 동포요 형제라는 한민족의 정을 생각하며
>냅다 도망옵니다.
>
>차를 주차시키고 행동식을 사서 넣고 잔차에 발동을 거는 시간이
>대충 열시반!
>출발직전 왈바의 모토인 '아낌없는 베풀자'라는 고정코너에서
>법진님과 말발굽님이 우리 김명화님과 아파치님 그리고 저에게
>각각 최고급 장갑 두 켤레, 그리고 방풍방한효과 뛰어나기로 유명한
>발싸개전용 껌정 비니루를 주십니다(효과만점).
>비니루 하나라도 나누는 훈훈한 이웃의 모습,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
>우리는 몸도 풀겸 쉬엄쉬엄 올라갑니다.
>기냥 올라갑니다.
>특히나 처음 뵙는 이병진님께서 아주 꾸준한
>스테미나를 오늘 업힐 내내 과시하시구요,
>쉬는 동안 우리는 말발굽님 특유의
>머리띠를 이용한 육수 한사발 짜내기 시범을
>관람합니다. 땀을 그렇게 흘리셔도 늘 대단하신 정력이십니다.
>금연하신지 벌써 하루나 지나신 법진님도 꾸준히 선두대열입니다
>(나중에 보니 진가는 온로드에서 빛나더군요. 음... 변경진님두요...)
>
>뭐~~ 고개마다 이름이 있을터이지만 힘들어 죽겄는디
>알바 아니고요... 왼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아주 쪼금
>내려갔다가 왕창 올라가느라 절라 헉헉대고...
>업힐 중간에 좀 쉬었다가도 될터인데 그 승질을 못이겨
>결국 심장터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은
>MTB만의 매력아닐까 합니다.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오르는 와중에
>김명화님, 평페달끼고 꼴지로 오시는 데 뭐 도와드릴 거 없나하고
>첨에 내려갔었죠. 완전 기우였슴다.
>속도가 조끔 느릴 뿐 결국 오늘 진흙탕 산을 아주 가뿐하게
>완주하셨으니까요. 본인도 고백했거니와
>사람들의 따듯한 박수와 환호를 즐기려는
>속셈이셨던 거 같습니다.
>하여간 페달바꾸고 붕붕 날르는 순간을 위해
>사람들이 '막가파'라는 귀여운 아뒤도 지어줬죠.
>
>길은 그넘의 오프로드 족들이 굴삭기로 파놨는지 맨날 댕겨서
>그런지 요철이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 안에 물이 고여서 우천시라서 좀 귀찮지,
>재미야 훨씬 더 있었습니다. 뭉치2님 같으신 분은 워낙 산을 음미하는
>스타일이시라 흙탕물도 안튀기고 안개낀 산도 감상하시는 일석이조의
>산행을 즐기셨다 하십니다. ^^
>업힐 중턱에서 쉬는 도중에 우리는 행동식중 하나인 찹쌀떡이(일명 '모찌')유통기한을 무려 일주일이나 경과했음을 알아내고 분개했지만,
>쾌남아 뭉치2님은 '그게 뭐 대수냐'며 일축,
>기냥 먹는 대범함을 보이십니다.
>병도 체질봐서 가려 뎀빈다는 사상의학의 기본을 상기해볼 일입니다.
>저도 하나는 남겨서 있다가 세개로 바꿔 먹을라고 버티다가
>최종온로드 도중에 퍼져서 먹고야 말았습니다.
>빈봉지라도 보여줄 걸 그랬나? 싶네요...^^
>
>업힐의 고비, 수많은 고개를 넘었지만 도대체 잔차에서 내리지는
>않았건만 여기는 좀 심하더라구요...
>바퀴는 슬립나지 경사로는 끝도 없지...
>물섞인 미끌미끌한 자갈과 폭격맞은 거 같은 요철들...
>정상전 마지막 구간을 말하는 겁니다...
>하는 수 없어 밀고 끌고 올라가는 데 거즌 다와서 문득 정상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감지됩니다. 오호? MTB의 M짜만
>들어봤을 햇병아리 대학생들이렸다?
>음~~ 후훗. 좋아. 내 뭔지 보여주지. 하고 올라가는데
>오옷, 경사각과 거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뭐 저런 무식한 넘이 있냐는 눈으로
>십여명이 입벌린채 저만 다 보고 있슴다.
>전 이때 심장이 터져뿌러도
>무릎연골이 나가부러도 여한이 없다는, MTB 전도의 비장한 사명감을 느끼며 뒷바쿠슬립과 팩팩 돌아가는 핸들과 싸워서
>결국 쒸! 잔차에서 안내리고 끝까정 올라갔슴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이맛이다! 이맛!
>이맛에 김명화님이 실력을 숨기고 자꾸만 맨나중에 왔구나
>싶더군요... 음...^^
>
>정상에 올라서 우리는 예상외로 부드러운 바람, 따듯한 햇볕 속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며 쉬었죠.
>다들 그래도 내려갈 때는 추울거라고 슬슬
>옷을 꺼내입으시는데 법진님은 닌자같이 꾸미시고 뭉치2님은 어디서
>나셨는지 잠수복을 꺼내입기도 하십니다. 허참~ 풍채좋으시더군요...
>거서 옷을 흘떡 벗는 그 남자다움!
>아파치님은 그때 담배를 드디어 피워무셨던 걸로 기억됩니다. 맞나요?
>변경진님은 그거 쪼금 물무게 줄여서 뭐하겠나 싶은데
>자꾸만 물만 빨아 드십니다. 이건 몰랐지? 하는 표정을 지으시면서요 ^^
>한 십오분 쉬었나?
>
>다음! 오늘의 백미입니다.
>정상에서의 다운힐!
>제가 본 다운힐 중 단연 최곱니다. 싱글다운에서의 좌우이동이 주는
>아기자기한 맛을 여인에 비유한다면 여기 다운힐은 단순 각도와
>굴곡만으로 승부하는 탁트인 싸나이의 세곕니다.
>말이 필요없씀당! 아까 잔차 밀고 왔던 요철 왔다시로! 심한
>코스로 내려오는 데요, 앞에는 신비로운 안개가 흩뿌옅게 싸고 있는
>산아래전경이 쫙 눈에 들어오구요, 귓가에 스치는 상쾌한 기운이
>구름인지 물안갠지 모르겄슴다.
>오직 본능적인 환호! 으으아악! 하면서 막 내려옵니다.
>열루 찝차를 타구 내려온다고... 푸하하
>너 찝차? 나 잔차야!! 저의 머릿속에는 찝차들이 제 잔차의 윌리로
>깔아뭉개지고 있는 어벙한 상상이 돕니다. 읏쌰 쩜뿌~!
>이건 찝차 따위에 걸터앉저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입은 모두 벌어져 귀에 걸쳐 있습니다.(어르신들 죄송헙니다 ^^)
>어떤 구간은 다시 올라가서 한번 더 탈정도로 촤촤좍하고 내려오는
>굴곡맛이 일품입니다.
>유명산은 이로서 제 코스추천리스트에 당당히 들어섭니다.
>
>그리고는 이어서 계속 내리막이었죠?
>중간에 부대근처에서 좀 올라가고 죽 다운힐이었습니다.
>참 다운힐이라는 게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려요...
>뭐 생각할 겨를도 없구요...
>중간에 이병진님이 안비켜줬다는 그 '변태화가'가 모는 코란도를
>가뿐하게 추월할 때 흐흐흐 뿌듯했죠...
>허나 너무 허기져서 사실 그때부터는 아무 기억도 없네요
>온로드및 마을근처에서는 거의 반사적으로 페달질했죠.
>왼쪽이 올라오면 왼쪽 누르고 오른쪽이 올라오면 오른쪽 누르고...
>그것 참 단순하죠... 자전거라는 게...
>그러다 언덕에서 쓰러졌슴다.
>누워서 하늘의 별을 보는데 별하나가 이병진님얼굴 모양으로 커지더니
>'괜찮냐'고 묻네요. 정신차리고 가방을 뒤지니 아까 그
>상한 모찌가 손에 잡히는 데
>딱 세번 씹고 삼켰슴다.
>그러고보니 그때 앞에 가시던 법진님, 변경진님, 말발굽님은 무슨 체력으로 그렇게 쫙쫙들 가시던 지 원...
>
>하여간 모두들 선방해서요... 오후4시에 차에 집결.
>구멍가게에서 찹쌀떡 문제를 합의하고...
>'시골밥상'한상 차려서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부상자 없이,
>낙오자는 더욱 없이,
>괜히 왔다고 후회하는 자 더더욱 없이,
>모든 걸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가하였습니다.
>운전에 수고해주신 말발굽님, 뭉치2님, 이병진님 감사드리구요...
>번장님이신 말발굽님에게 좋은 코스소개에 대해 감사드리고
>또한번의 번개성공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글에 담겨있을지 모르는 무례한 부분은 미리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는 바 입니다.
>이로서 시침이 열두시를 가리키는 조용한 방에서
>피곤한 몸을 뉠 수 있게 되었군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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