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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진흙에 범벅이 되어서(유명산 후기)

........2000.12.11 00:08조회 수 34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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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곤하다.
온 몸이 노곤하고 땡기지 않는 구석이 없네요.
정확히 12시간에 걸친 대장정.
추위, 질퍽한 진흙무덤, 피말리는 언덕과의 한판!
집에 와서 따닷한 아랫목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려니...
음~~ 이런 피곤함이야말로
정말 보람차고 귀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빡신 하루의 증거요 보람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 모두, 오늘의 피곤함이 주는 선물!
한주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꿈 한번 안꾸고 세상없이 자는 단잠~~ 을 만끽하세요!!

전 말이죠...
'후기는 자네가 써야지'하는, 환하고 힘찬 악수에 섞여온
살떨리는 협박을 받고 살라고 잠도 안자고 이렇게 앉저있슴다. ^^
협박주동자(가명):장법징(32, 무직), 말볼기(35, 만화방주인)

집결시간은 아침 7시.
다섯시반부터 비몽사몽에 깨서 시계보고 또 자고 하기를 얼마간 하다가
뭐가 투두둑하는 소리가 들려요.
오옷! 우쒸~ 비다. 자냐? 가냐? 어쩌냐?
하다가 말발굽님께 전화드렸더니
대짜고짜 '아직 출발안했냐?'고 하시네요.
반동적으로 튀어 일어나 엄마차 쌔벼서 선착장으로 출발.
남양주~잠실사이, 마의 벽이었던 29분 벽을 깨고 27분 주파에 성공함니다.
벌써 여러분 와 계십니다.

여기서 출석부.
말발굽님, 법진님, 이병진님, 아파치님, 김명화님, 변경진님,
뭉치2님, 니드헉넘.
참고로 향후 김명화님은 '막가파'로, 뭉치2님은 '용가리'
혹은 '노지심'으로 아뒤변경될 거 같으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아뒤는 본인들의 이미지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슴다. ^^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번개는 친다! 콰과광!
우리는 드뎌 유명산으로 출발합니다.
일단 할매곰탕에 들려 배를 채우고요
뭉치2님 차 뒷바쿠 바람이 없어서 카센타를 찾다가,
친절하다 못해 맘대로 뭐든 기냥 쓰라고
주인이 어디로 가버린 카센타에서 바람을 넣습니다.
너머 고마워서 인사라도 해야하는 데... 하면서
역시 만나면 동포요 형제라는 한민족의 정을 생각하며
냅다 도망옵니다.

차를 주차시키고 행동식을 사서 넣고 잔차에 발동을 거는 시간이
대충 열시반!
출발직전 왈바의 모토인 '아낌없는 베풀자'라는 고정코너에서
법진님과 말발굽님이 우리 김명화님과 아파치님 그리고 저에게
각각 최고급 장갑 두 켤레, 그리고 방풍방한효과 뛰어나기로 유명한
발싸개전용 껌정 비니루를 주십니다(효과만점).
비니루 하나라도 나누는 훈훈한 이웃의 모습,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몸도 풀겸 쉬엄쉬엄 올라갑니다.
기냥 올라갑니다.
특히나 처음 뵙는 이병진님께서 아주 꾸준한
스테미나를 오늘 업힐 내내 과시하시구요,
쉬는 동안 우리는 말발굽님 특유의
머리띠를 이용한 육수 한사발 짜내기 시범을
관람합니다. 땀을 그렇게 흘리셔도 늘 대단하신 정력이십니다.
금연하신지 벌써 하루나 지나신 법진님도 꾸준히 선두대열입니다
(나중에 보니 진가는 온로드에서 빛나더군요. 음... 변경진님두요...)

뭐~~ 고개마다 이름이 있을터이지만 힘들어 죽겄는디
알바 아니고요... 왼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아주 쪼금
내려갔다가 왕창 올라가느라 절라 헉헉대고...
업힐 중간에 좀 쉬었다가도 될터인데 그 승질을 못이겨
결국 심장터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은
MTB만의 매력아닐까 합니다.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오르는 와중에
김명화님, 평페달끼고 꼴지로 오시는 데 뭐 도와드릴 거 없나하고
첨에 내려갔었죠. 완전 기우였슴다.
속도가 조끔 느릴 뿐 결국 오늘 진흙탕 산을 아주 가뿐하게
완주하셨으니까요. 본인도 고백했거니와
사람들의 따듯한 박수와 환호를 즐기려는
속셈이셨던 거 같습니다.
하여간 페달바꾸고 붕붕 날르는 순간을 위해
사람들이 '막가파'라는 귀여운 아뒤도 지어줬죠.

길은 그넘의 오프로드 족들이 굴삭기로 파놨는지 맨날 댕겨서
그런지 요철이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 안에 물이 고여서 우천시라서 좀 귀찮지,
재미야 훨씬 더 있었습니다. 뭉치2님 같으신 분은 워낙 산을 음미하는
스타일이시라 흙탕물도 안튀기고 안개낀 산도 감상하시는 일석이조의
산행을 즐기셨다 하십니다. ^^
업힐 중턱에서 쉬는 도중에 우리는 행동식중 하나인 찹쌀떡이(일명 '모찌')유통기한을 무려 일주일이나 경과했음을 알아내고 분개했지만,
쾌남아 뭉치2님은 '그게 뭐 대수냐'며 일축,
기냥 먹는 대범함을 보이십니다.
병도 체질봐서 가려 뎀빈다는 사상의학의 기본을 상기해볼 일입니다.
저도 하나는 남겨서 있다가 세개로 바꿔 먹을라고 버티다가
최종온로드 도중에 퍼져서 먹고야 말았습니다.
빈봉지라도 보여줄 걸 그랬나? 싶네요...^^

업힐의 고비, 수많은 고개를 넘었지만 도대체 잔차에서 내리지는
않았건만 여기는 좀 심하더라구요...
바퀴는 슬립나지 경사로는 끝도 없지...
물섞인 미끌미끌한 자갈과 폭격맞은 거 같은 요철들...
정상전 마지막 구간을 말하는 겁니다...
하는 수 없어 밀고 끌고 올라가는 데 거즌 다와서 문득 정상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감지됩니다. 오호? MTB의 M짜만
들어봤을 햇병아리 대학생들이렸다?
음~~ 후훗. 좋아. 내 뭔지 보여주지. 하고 올라가는데
오옷, 경사각과 거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뭐 저런 무식한 넘이 있냐는 눈으로
십여명이 입벌린채 저만 다 보고 있슴다.
전 이때 심장이 터져뿌러도
무릎연골이 나가부러도 여한이 없다는, MTB 전도의 비장한 사명감을 느끼며 뒷바쿠슬립과 팩팩 돌아가는 핸들과 싸워서
결국 쒸! 잔차에서 안내리고 끝까정 올라갔슴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이맛이다! 이맛!
이맛에 김명화님이 실력을 숨기고 자꾸만 맨나중에 왔구나
싶더군요... 음...^^

정상에 올라서 우리는 예상외로 부드러운 바람, 따듯한 햇볕 속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며 쉬었죠.
다들 그래도 내려갈 때는 추울거라고 슬슬
옷을 꺼내입으시는데 법진님은 닌자같이 꾸미시고 뭉치2님은 어디서
나셨는지 잠수복을 꺼내입기도 하십니다. 허참~ 풍채좋으시더군요...
거서 옷을 흘떡 벗는 그 남자다움!
아파치님은 그때 담배를 드디어 피워무셨던 걸로 기억됩니다. 맞나요?
변경진님은 그거 쪼금 물무게 줄여서 뭐하겠나 싶은데
자꾸만 물만 빨아 드십니다. 이건 몰랐지? 하는 표정을 지으시면서요 ^^
한 십오분 쉬었나?

다음! 오늘의 백미입니다.
정상에서의 다운힐!
제가 본 다운힐 중 단연 최곱니다. 싱글다운에서의 좌우이동이 주는
아기자기한 맛을 여인에 비유한다면 여기 다운힐은 단순 각도와
굴곡만으로 승부하는 탁트인 싸나이의 세곕니다.
말이 필요없씀당! 아까 잔차 밀고 왔던 요철 왔다시로! 심한
코스로 내려오는 데요, 앞에는 신비로운 안개가 흩뿌옅게 싸고 있는
산아래전경이 쫙 눈에 들어오구요, 귓가에 스치는 상쾌한 기운이
구름인지 물안갠지 모르겄슴다.
오직 본능적인 환호! 으으아악! 하면서 막 내려옵니다.
열루 찝차를 타구 내려온다고... 푸하하
너 찝차? 나 잔차야!! 저의 머릿속에는 찝차들이 제 잔차의 윌리로
깔아뭉개지고 있는 어벙한 상상이 돕니다.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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