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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불곡산부터 이배재까지 싱글 20Km....

........2000.12.17 22:00조회 수 499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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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wrote:

미루님은 늘 강조 하십니다.
겨울철엔 온로드나 임도 같은 개활지에서 불필요한 체온낭비를 해서는 안된다고요....
즉, 깊은산속 싱글을 타줘야 한다는....
뭐 이상한 논리의 꼬드김에 홀랑 넘어가,
어제밤, 따라 나서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침 10:00 분당선 종점 오리역 앞.
코리안 타임을 무색하게, 정시에 착착 도착들 하십니다.
제 시간에 출발이 가능 하겠다던 미루님께 전화가 한통 옵니다.
이익재님인데, 맘이 변해서 참가하겠노라고, 아울러 쟈철 타고 가는중이니까, 꼼짝말고 기둘리라고....
오는 사람 말리지 말고 기둘려야지요.

코요테님과 진파리님은 안양에서 만나서 청계산 지방도로를 넘어 오셨다는데....
코요테님이 너무 쏘는 바람에, 늙고 힘없는 진파리님은 출발 전 부터 기진맥진이라고 엄살을 늘어 놓으십니다.

날씨는 매우 협조적입니다.
바람도 거의 없고, 아침공기 써늘한 것 만 빼면 한마디로 Good !

잠깐, 출석부 : 미루, 록키, 태백산, 디지카, 코요테, 진파리, 얼, ok911, 십자수, 이익재, 수류탄.... 합이 열하나.

중간에 실종된 사람 : 록키, 디지카, 진파리, 십자수.

위 네분은 중도 하차한 이유를 굴비 달아 주세요.

10:30분 성원이 되어 출발합니다.
이 지역 지리에 능통하신 록키님의 빛나는 영도 하에 불곡산 초입을 향해 찬바람을 가릅니다.
물론, 말번 주자는 우리의 영원한 소방수 ok911님께서 든든하게 뒤를 봐 주십니다.
언제나 업힐은 인상 쓰고 올라 가지요.
그러나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꽤 되시더라구요.
그 양반들 앞에선 힘들어 쩔쩔 매는 표정 대신에,
온화한 미소가 곁들여진 여유를 애써 연출하며 우아하게 올라 가지요.
진파리님의 거친 숨소리도 등산객들 앞에선 고요해 집니다.

불곡산은 경사도 그다지 심하지 않고, 또한 위험한 코스도 별로 없는 아주 훌륭한 싱글이었습니다.
대부분 초행 길이었던 오늘의 왈바들은, 여기 불곡산 부터 맹산을 지나 목적지 이배재까지, 환상의 싱글이 펼쳐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몇군데 들쳐 메고 오르긴 했지만 까짓거 문제가 될 수 없었지요.

불곡산 정상.... 엄청 많은 등산객들 틈에서 쭈그리고 앉아 오이 하나씩 서걱서걱 씹어 먹습니다.
오이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었습니다.
웬 오이냐구요 ? 농협 직원들이 상자에 가득 담아와서 지나는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더군요.
어찌된 연유는 잘 몰라도 아뭏든 잘 먹었지요.
십자수님은 남들 두세개씩 받았는데, 자기만 한개 받았다구 어쩌구 저쩌구 툴툴툴툴.

신나는 다운힐.... 왈바 나오면서 일자산이 가장 훌륭한 싱글인 줄로만 알았는데....끝내 줍니다.
이미 오래전에 떨어져 빠삭빠삭 튀겨진 마른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있어서, 앞서 달리는 잔차에서 퉁겨 나오는 낙엽 부스러기와 뽀얀 흙먼지가 우리를 즐겁게 해 줍니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그래 이런 좋은데를 왜 여지껏 안 와 봤을까 ?
담에 또 벙개 칩시다.... 왁자지껄 즐겁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행복 끝, 불행 시작임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지요.
앞으로 타고 넘을 맹산도 불곡산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으로....

우리는 지금 남에서 북으로 종주를 하고 있지요.
좌측으로는 빽빽한 아파트가 빈틈없는 분당시가지가 내려다 보이고, 우측으로는 경기도 광주군 야산들이 뽀얗게 보입니다.
분당-오포간 국도를 가로지르는 도로변 휴게소에서 음료수를 박살냅니다.
이렇게 신나고 잼있는데 이배재에서 끝내지 말고 남한산성까정 냅다 밟자고 태백산님 큰소리 칩니다.
사기충천....분기탱천....무식용감....

디지카님은 오후에 결혼식이 있다고 여기서 중도하차하십니다.
남은 분들은 이 좋은데를 다 타지 못하고 쓸쓸히 빽홈하는 디지카님을 측은(?)한 마음으로 보내줍니다.

그러나 잠시후 맹산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험해지는 업힐....아니, 메고 오르기에도 힘에 부치는 험로를 만나면서 먼저 간 디지카님이 부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많이 푹- 해졌는데...
얼었던 땅이 조금씩 녹으면서 진흙 비슷하게 변하더군요.
미끄덩거리는 업힐은 쥬금입니다.

한참 전부터 애로사항을 토로하시던 진파리님은 바리바리 싸오신 만두와 삶은 달걀을 풀어 놓고(무게줄이기) 이내 곧 뒤로 도주(?)하십니다. 일단, 살고 봐야 겠다고....
록키님도 출장 땜에 이하동문.
십자수님도 뭣 때문인지 하여간 이하동문.

출발때 11명에서 7명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마쳤습니다.

맹산.... 등산객들도 뜸하고 아니, 거의 없고.
이제부턴 길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낙엽이 워낙 수북하게 뭉쳐 있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푹 꺼진 웅덩이와 나무뿌리로 인해 1인당 최하 한두번씩 필수적으로 나자빠집니다.
넘어지지 않으면 왈바가 아닙니다.
거의 길이 아닌 원시림 같은 상태라 나뭇가지가, 빨리 달릴수록 팔다리를 찰싹찰싹 회초리 질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험한 내리막.... 내리막이라기 보다는 거의 절벽같은 급경사를 태백산님 궁둥이만 보고 쫓아가다보니 어느샌가 무사히 내려와 있더군요. 할렐루야....
자 뒷 사람들은 잘 내려 오는가 뒤를 돌아다 보는 순간, 이익재님 슬라이딩 태클로 우당탕 쿵쾅. 물팍보호대가 없었더라면....생각만 해도 끔찍함다.
주행시간은 어느덧 4시간을 넘어가는듯 했습니다.
아직도 끝나려면 멀었는지 선두의 미루님, 쉴 새 없이 전진 또 전진.

또 나타난 무지막지한 내리막길.
앞선 미루님이 미끌어져 좁은 길을 막습니다.
두번째 였던 전 혼신의 힘을 다해 브레이크.... 두 바퀴는 록 된 상태지만, 계속 미끌어져 미루님을 덮치려고 합니다.
대책이 없더군요. 이때 미루님 벌떡 일어나 제 핸들을 잡아 주는 신속함을 보여줍니다.

갈마터널 위를 횡단하면서 이제 종착역 이배재가 얼마 안 남았겠구나 생각해 보지만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은 도무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이젠 모두들 서서히 말 수가 줄어 듭니다. 남한산성까정 연장운행하자던 태백산님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나봅니다.

16:00가 조금 넘어 이배재 정상 국도변까지 겨우겨우 도착.
해 떨어지기 전까지 산 속을 빠져 나온 것이 다행스러웠지요.
국도변 노견위에 철퍼덕 주저 앉아 정신을 추스려 봅니다. 자 이젠 남은 온로드 다운힐, 해는 뉘엿뉘엿 땀에 젖은 온 몸이 슬슬 얼어 붙는 것 같습니다.

최고시속 58Km로 이배재를 내려와 식사 할 곳을 찾는데....
코요테님이 실종.... 미루님이 다시 되돌아가 미아보호소에서 찾아 오구.
다운힐 하는데 땀을 흘리더라구요. 아마 기운이 빠졌었나봅니다.

모란시장 근처 식당에서 삼겹살과 된장찌게로 점심 겸 저녁을 마친 시간이 18:00

주행거리 : 싱글만 20 Km (온로드 제외)
주행시간 : 6시간 20분

모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서로 서로 챙겨 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왔습니다.
그러나 모란시장에서, 주차 시켜 놓은 오리역 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던중
아무생각 없는 태백산님이 에어혼을 울리는 바람에 지하철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 아, 이때 만큼은 같은 왈바가 아니라, 남이 되고 싶더라....

마칩니다.
참, 와일드파일에 디지카님께서 찍은 사진 몇장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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