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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전국일주 - 3

........2001.01.07 15:40조회 수 47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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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1. 3. 수요일

주행거리 : 127.8 km
누적거리 : 342.75 km
주행시간 : 6:22
평균속도 : 20.0 km/h

논산 -> 전주 -> 남원 -> 주천(지리산)

운전자들의 행태는 여전하다.
일찌감치 순대국밥으로 아침을 떼우고 8시에 논산을 출발했다.
눈도 오지 않고 도로 상태가 양호하여 별 어려움 없이 전주에 도착했다. 전주까지 2시간 정도를 예상했으나 3시간이 걸렸다.
전주에 오면 다른건 몰라도 이 콩나물 국밥은 먹어야지....
그 국밥집을 찾아 1시간을 헤메고 다녔다, 언제 먹어도 그 콩나물 국밥의 맛은 예술이다.
식사 후 은행에 들러 돈을 찾고 전주에서 생활하는 형에게 들렀다. 형은 나를 보자마자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자꾸만 나를 설들하려 든다. 며칠 쉬었다 차편으로 잔차를 보내라는 것이다. 날씨가 좋을 때도 아니고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이냐는 것이다.
사서 고생? 맞다. 이거야 말로 사서 고생이다. 돈 받고는 못하는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형의 온갖 회유를 뿌리치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3시간이나 지났다. 구례까지 가는게 목표였는데.... 남원까지 밖에 가지 못하겠다.
남원까지도 서둘러야 한다.

오른손이 자꾸 마비되어 간다.
점심 때 젓가락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자꾸 음식을 놓친다.
여기에 형의 회유가 겹쳐 자꾸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그려나 나는 가야만 한다. 왜?
왜 나는 여행을 떠났던가?
그냥 따뜻하고 편한하게 차를 가지고 가족과 함께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잔차를 가지고 그 힘든 길을 택했던가?
하람이 두람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자상한 아빠? 능력있는 아빠? 돈 잘버는 아빠?
난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고 그리고 성취해나가는 그런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약한 아빠의 모습은 싫다.

서둘러 전주를 출발하여 남원으로 향하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눈이 쌓이기 전에 남원까지는 가야하는데.... 페달을 밟은 발에 더욱 힘을 준다.
한참을 달리는데 뒤에서 빵빵거린다. 편도 2차선인데 비키라는 모양이다. 비키긴 어디로 비켜? 짜식 제가 비켜갈 것이지.... 무시하고 그냥 달리는데 유조차가 옆을 가갑게 스쳐가며 다시 한번 빵빵거린다. 나쁜자식!!!!
신호에 걸리면 잡아서 한 바탕 하려고 했으나 금새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임실을 조금 지나니 이도령고개이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데 굵은 땀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고글은 온통 하얀 김으로 가득 덮이고 만다.
허파는 더욱 많은 산소를 달라고 아우성이고, 온몸의 근육은 이완과 팽창의 반복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하나 날카로운 신경을 곳추세운다. 아~! 그만 주저앉고 싶다. 한 바퀴만 더, 한 바퀴만 더....
갑자가 허벅지 근육의 고통이 사라진다. 힘 주지 않아도 잔차가 저절로 고개를 넘는다. 아~! 바로 이것이 해방이다. 자유다. 스님들은 면벽 3년만에 득도하고, 나는 이렇게 페달질 몇번에 득도한다. 이거 수도하는 스님들이 알면 않되는데.... 스님들이 알게되면 우리나라 MTB 샵에 불티나겠군.
나는 이렇게 여행을 통해 자유를 느낀다. 고통을 통해 해방을 느낀다.

눈발은 점점 굵어져 이제 함박눈이 되어 시야를 가린다. 길에도 점점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남원을 지나 민박이 가능한 지리산 자락으로 접어드니 이곳은 길에 눈이 제법 쌓여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팻말을 보니 정겹다. 해마다 2~3번 씩은 찾아왔었는데....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갑자기 밝은 빛이 뒤에서 천천히 접근한다. 대형 덤프트럭이 내 잔차 뒤에서 길을 비춰주며 천천히 따라온다. 처음엔 왜 추월을 않고 있나 했는데 알고보니 길을 비춰주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길 옆으로 비켜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일 순간에 운전자에 대한 그 동안의 나쁜 기억이 사라지고 만다.

민박집을 구하려고 하니 20,000원을 달란다. 15,000원에 하자고 하니 어렵다고하여 다음집으로 가니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이다. 6,000원에 하룻밤을 잘 수 있고 씻을 수도 있고....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제 눈이 그쳤다.
밖에는 온통 하얀 색이다.
길이 얼지만 않으면 좋겠다.
내일의 여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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