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일주도 생각하기 힘든데 혼자라니요 멋있습니다
예전에도 많은 여행을 하셨던거 갔은데.
수고하셨습니다
haramebi wrote:
>2001. 1. 6. 토요일
>
>주행거리 : 97.8 km
>적산주행거리 : 676.6 km
>주행시간 : 5:18
>평균속도 : 18.5 km/h
>최고속도 : 60.0 km/h
>
>부산 -> 울산 -> 경주
>
>오늘은 주행 예상거리가 별로 되지 않는다. 약 90 km 정도 예상된다. 경주까지만 가면 되기 때문에 늦이막히 10시 쯤에 부산을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일단 부산을 빠져나오느네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예상이 철저히 빗나가는 것을 예감하는 순간이다.
>12시쯤이면 도착하리라던 울산에 도착하니 벌써 2시 반이다. 신복동 로터리에서 소고기 국밥으로 점심을 가다보니 아무래도 핸드폰 충전을 해야할 것 같다. 가지고 간 충전기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참을 가다 다시 돌아와서 충전을 하느라 얼렁뚱땅 1시간이 추가로 지체가 되었다. 핸드폰 충전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데 울산이라는 동네는 참 고갯길이 많기도 하다. 보통 고갯길이 있으면 한참 동안의 내리막이 있게 마련인데 이건 한참동안의 오르만 그리고 잠시의 내리막이다. 이것이 끝없이 로데오처럼 반복이 되니 너무 힘이 든다.
>허벅지의 근육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고 엉덩이는 이제 고통의 한계를 넘어 수시로 단발마가 튀어나온다. 게다다 설상가상으로 바람도 앞에서 불어온다. 이건 죽음이다. 그만 잔차를 세우고 싶은 생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내리막에서조차 가속이 되지 않는다.
>깨지는 듯한 엉덩이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길가의 한 가구점이 들렀다. 가구점이 들러 주인 아주머니에게 사정 얘기를 하니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책상밑에서 스폰지를 잔뜩 꺼내놓는다. 스폰지를 둘둘말아 안장에 달아 놓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장갑을 가지러 다시 가구점에 들어가니 책상위에 벗어놓은 장갑이 그 새 난로위의 주전자 뚜껑에 올라가 있다. 아주머니가 장갑을 말리느라 올려놓고 그 새 따끈한 당귀차를 내 놓는다. 따뜻한 마음이 가슴깊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다시 출발.... 여행자는 엉덩이가 무거우면 않되는 법!
>안장에 매단 스폰지의 효과는 대단하다. 갑자기 티코가 그렌저로 바뀐 느낌이다. 엉덩이가 아프지 않으니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부쩍 들어간다. 잔차도 씽씽 잘도 달린다. 이젠 울퉁불퉁한 길도 두렵지 않다.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달려 날이 어두워진 한참 후에야 예상했던 불국사에 도착하였다.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을 찾았으나 없어 결국 하룻저녁 25,000원을 달라는 여관에 이틀에 30,000원에 묵게 되었다.
>신라 천녕의 고도 경주!
>이곳에는 네번째의 방문이다. 약 10여년전에 자전거 여행을 하다 이곳 경주에서 지나가는 열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포기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 때는 겨우 5단 기어의 다 썩어가는 싸이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27단의 튼튼한 고급 MTB가 나와 함께 있으니 중도 포기란 있을 수 없다.
>하람이 두람이 두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석굴암 일출을 보고 경주시내 구경을 가야겠다. 내일은 완전한 휴식이다. 그 동안 입었던 옷과 양말을 모두 세탁소에 맡기고 저녁식사와 함께 동동주 한 잔으로 여독을 푼다.
>
>사람들이 그립다. 그 동안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가 정겹다.
>하람이 두람이 이 녀석들이 보고 싶다. 이 녀석들이 이 아빠가 이렇게 여행하는 이유를 알까? 나중에 어느정도 자라면 이해하게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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