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휴식
아침에 일어나 석굴암에 가려는데 밖에 빗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길이 온통 젖어 있고 비가 오고 있다.
젠장!!
그냥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빗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 온다.
잠시 후 밖을 다시 내다보니 이제는 거의 소나기 수준이다. 걱정이다. 어서 비가 그치고 길이 말라야 할 텐데....
차라리 눈이 오면 나을 텐데, 비가 오면 온 몸이 적게 되여 운행이 힘들어진다.
그러나 오늘은 어차피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 그냥 하루를 이불 속에서 보낸들 무슨 상관이랴.
TV를 켜니 경남과 경북 일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설 주의보란다. 집에서 걱정이 많을 것 같다. 나도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눈이 오면 차가 지나가지 않은 길은 잔차가 영 나가지를 않고 차가 지나간 길은 미끄러워서 걱정이다. 잔차 여행 둘째 날 눈길에서의 악몽이 자꾸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아침식사로 라면을 끓여 먹고 경주시내 관광을 나서니 소나기에다 바람까지 심하게 분다. 임시로 구입한 우산이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냥 망가지고 만다.
버스를 타고 경주 시내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PC방을 찾았다. 아직도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정말 지겹게 내린다. 그 동안의 여행기를 올리고 밖에 나오니 빗줄기가 한결 가늘어졌다.
날도 어두워지고 있고 비바람 때문에 불국사는 매우 한적하다. 관광지 불국사가 아닌 수도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불국사 대웅전에는 조금 색다른 게 있다. 보통 대웅전 앞 양 옆에는 석등이 서 있으나 이 곳 불국사에는 왼쪽에 석가탑 그리고 오른쪽에 다보탑이 있으며 한 중앙에 커다란 석등이 하나 있다.
그 모습이 무척 어색하기만 하다. 왜 볼 품 없는 석등이 대웅전을 저리 답답하게 가로막고 있을까?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하여 옆에 계신 한 스님께 여쭤 보니 스님도 잘 모르시겠다 한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숙소에 돌아와 보니 주인이 방을 비워달라 한다. 손님이 나 혼자뿐이어서 불을 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간 밤에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씻지도 못한 터라 불만이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이번에는 실수가 없도록 근처의 가장 괜찮은 유스호스텔에 25,000원으로 숙소를 정했다. 방이 무척 넓고 좋다. 진즉 이곳으로 올걸....
이제 빗줄기는 확연히 가늘어졌다. 부디 오늘밤중으로 비가 그치고 길이 말라야 할 텐데....
여행기를 정리하고 자리에 들려는데 지배인에게서 인터폰이 왔다. 괜찮으면 소주 한 잔 하자는 것이다. 잠시 후 돼지고기 김치복음과 소주 한 병을 들고 지배인이 문을 들어선다.
잔차 전국일주 한다기에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 들렀다 한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오랜 동안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터라 몹시 외로웠나 보다. 이런 저런 얘기에 금새 소주병이 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지배인에게 공기밥 하나를 부탁하여 남은 안주에 비벼 먹었다.
저녁 식사로 이미 공기밥 두개를 비웠고 배는 고프지 않지만 다 내일을 위한 투자다. 다른건 몰라도 먹는데 투자를 게을리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순둥이 하람이 녀석, 고집쟁이 두람이 녀석!
작은 놈 두람이가 크면 나처럼 부모 애를 많이 태우게 될 것 같다.
보고 싶다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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