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 감사합니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제 집입니다.
여행은 무사히 마쳤구요,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포항에 있었다면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행은 항상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라이딩하시길.....
haramebi 김 이두
토토 wrote:
>조금 일찍 알았다면 포항 왈바님들이 환영식이라도 했을땐데...
>가시는 마지막 길까지 무사히 가시고요...건강하게 투어 마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
>haramebi wrote:
>>2001. 1. 8. 월요일
>>
>>주행 거리 : 82.2 km
>>적산 주행거리 : 758.8 km
>>주행 시간 : 4:44
>>평균 속도 : 17.3 km/h
>>최고 속도 : 42.0 km/h
>>
>>경주 -> 포항 -> 강구
>>
>>간 밤에 마신 술과 안주 때문일까, 과식 때문일까? 새벽에 아랫배가 싸늘하여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니.... 아뿔사! 큰일이다. 설사다.
>>오늘부터는 힘든 코스가 될 텐데 설사라니.... 앞이 캄캄해진다. 창 밖을 보니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에도 경주 딜레마가 되는 것인가 싶다.
>>비와 배탈을 핑계 삼아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4~5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욕도 나지 않는다. 의지가 약해지는건 당연지사!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불국사 역이 잔차로 5분 거리도 되지 않으니 그 곳으로 달려갈까? 까짓거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되겠지....
>>벌써 열차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마음을 어렵사리 추스려 짐을 꾸린다. 9시 반쯤 되니 비가 그친다. 지배인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출발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고비를 넘겨야 할까....
>>
>>길이 젖어 있어 금새 잔차엔 흙탕물이 흠뻑이다. 디레일러가 얼어붙지 않도록 계속 변속을 해준다.
>>다행히 큰길로 나서니 길이 잘 말라있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위해 경주시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식사를 시켰으나 식욕은 도무지 나질 않고 계속 아랫배만 쌀쌀하다. 대충 먹는둥 마는둥하고 화장실에 들르고나니 다리에는 더욱 힘이 빠진다.
>>음료수와 간식을 챙기고 다시 출발하는데 너무 힘이 든다. 페달을 밟으라는 뇌의 명령을 허전한 느낌의 배가 다 잡아먹고 만다. 다리까지 신호가 가질 않는다.
>>게다가 맞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와 내리막에서조차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잔차가 나가질 않는다. 엉덩이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트럭에 자꾸 눈길이 간다. 넓은 적재함에 잔차를 눕히고 편안하고 따뜻한 시트에 앉고 싶다. 포기에 대한 유혹이 너무나 강렬하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이제는 그만하자고 호소한다.
>>의지와 힘겹게 싸우며 포항 근처의 고갯길을 숨을 헉헉 거리며 넘는데 지나치던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멎는다.
>>운전자가 내려 인사를 하는데 이런! Wild Bike 활동하시는 포항의 서진호님이다. 그러지 않아도 PC방에서 여행기를 올리며 포항 라이딩에 관한 글을 접했었다. 잘하면 한 두 분쯤 만날 수 있길 기대했는데....
>>서진호님이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달려가니 입구에 나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자리를 권하고 음료수를 내온다. 잠시 오가는 얘기에도 잔차에 대한 강한 애정을 알 수 있다. 역시 잔차로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다녀가신 적도 있다 한다. 금새 친구가 됨을 느낀다.
>>On-line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다시 출발이다.
>>
>>이젠 휴식이 잦아지기 시작한다. 보통 1시간 주행에 5~10분 쉬곤 했는데 이젠 2~30분에 한 번씩 잔차를 세운다.
>>자꾸 지도를 꺼내 보며 목적지가 멀었음에 한탄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오늘의 목적지는 영덕을 지나 평해였는데 겨우겨우 강구항에 도착하여 바다가 보이는 곳에 민박을 정했다. 영덕에 왔으니 영덕게 맛을 봐야겠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식욕도 없어 포기하고 만다.
>>
>>짐을 풀고 밖에 나와 보니 방파제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파도가 거세다. 때론 파도의 포말이 낚시하는 사람들을 덮쳐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식욕이 통 나질 않아 항구를 어슬렁거리는데 잔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거리 여행인 것 같아 황급히 불러 세워 말을 얘기를 나눠 보니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다.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내 숙소를 가르쳐 드렸는데 소식이 없다. 아쉽다.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것이 바로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이다.
>>저녁식사를 억지로 하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걱정의 연속이다. 내일은 더욱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아직도 아랫배는 싸늘하기만 하다. 그러나 다행인건 핸드폰 충전기를 고쳤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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