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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전국일주 - 8

........2001.01.15 12:08조회 수 325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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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1. 8. 월요일

주행 거리 : 82.2 km
적산 주행거리 : 758.8 km
주행 시간 : 4:44
평균 속도 : 17.3 km/h
최고 속도 : 42.0 km/h

경주 -> 포항 -> 강구

간 밤에 마신 술과 안주 때문일까, 과식 때문일까? 새벽에 아랫배가 싸늘하여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니.... 아뿔사! 큰일이다. 설사다.
오늘부터는 힘든 코스가 될 텐데 설사라니.... 앞이 캄캄해진다. 창 밖을 보니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에도 경주 딜레마가 되는 것인가 싶다.
비와 배탈을 핑계 삼아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4~5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욕도 나지 않는다. 의지가 약해지는건 당연지사!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불국사 역이 잔차로 5분 거리도 되지 않으니 그 곳으로 달려갈까? 까짓거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되겠지....
벌써 열차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마음을 어렵사리 추스려 짐을 꾸린다. 9시 반쯤 되니 비가 그친다. 지배인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출발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고비를 넘겨야 할까....

길이 젖어 있어 금새 잔차엔 흙탕물이 흠뻑이다. 디레일러가 얼어붙지 않도록 계속 변속을 해준다.
다행히 큰길로 나서니 길이 잘 말라있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위해 경주시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식사를 시켰으나 식욕은 도무지 나질 않고 계속 아랫배만 쌀쌀하다. 대충 먹는둥 마는둥하고 화장실에 들르고나니 다리에는 더욱 힘이 빠진다.
음료수와 간식을 챙기고 다시 출발하는데 너무 힘이 든다. 페달을 밟으라는 뇌의 명령을 허전한 느낌의 배가 다 잡아먹고 만다. 다리까지 신호가 가질 않는다.
게다가 맞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와 내리막에서조차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잔차가 나가질 않는다. 엉덩이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트럭에 자꾸 눈길이 간다. 넓은 적재함에 잔차를 눕히고 편안하고 따뜻한 시트에 앉고 싶다. 포기에 대한 유혹이 너무나 강렬하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이제는 그만하자고 호소한다.
의지와 힘겹게 싸우며 포항 근처의 고갯길을 숨을 헉헉 거리며 넘는데 지나치던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멎는다.
운전자가 내려 인사를 하는데 이런! Wild Bike 활동하시는 포항의 서진호님이다. 그러지 않아도 PC방에서 여행기를 올리며 포항 라이딩에 관한 글을 접했었다. 잘하면 한 두 분쯤 만날 수 있길 기대했는데....
서진호님이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달려가니 입구에 나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자리를 권하고 음료수를 내온다. 잠시 오가는 얘기에도 잔차에 대한 강한 애정을 알 수 있다. 역시 잔차로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다녀가신 적도 있다 한다. 금새 친구가 됨을 느낀다.
On-line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다시 출발이다.

이젠 휴식이 잦아지기 시작한다. 보통 1시간 주행에 5~10분 쉬곤 했는데 이젠 2~30분에 한 번씩 잔차를 세운다.
자꾸 지도를 꺼내 보며 목적지가 멀었음에 한탄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오늘의 목적지는 영덕을 지나 평해였는데 겨우겨우 강구항에 도착하여 바다가 보이는 곳에 민박을 정했다. 영덕에 왔으니 영덕게 맛을 봐야겠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식욕도 없어 포기하고 만다.

짐을 풀고 밖에 나와 보니 방파제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파도가 거세다. 때론 파도의 포말이 낚시하는 사람들을 덮쳐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식욕이 통 나질 않아 항구를 어슬렁거리는데 잔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거리 여행인 것 같아 황급히 불러 세워 말을 얘기를 나눠 보니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다.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내 숙소를 가르쳐 드렸는데 소식이 없다. 아쉽다.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것이 바로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이다.
저녁식사를 억지로 하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걱정의 연속이다. 내일은 더욱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아직도 아랫배는 싸늘하기만 하다. 그러나 다행인건 핸드폰 충전기를 고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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