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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전국일주 - 10

........2001.01.16 12:43조회 수 33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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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1. 10. 수요일

주행 거리 : 107.6 km
적산 주행거리 : 976.2 km
주행 시간 : 5:13
평균 속도 : 20.7 km/h
최고 속도 : 52.5 km/h

삼척 -> 동해 -> 주문진 -> 양양

7시에 일어나려 했으나 깨어보니 벌써 8시가 다 되어간다. 조카는 벌써 일어나 아침 식사 중이다. 늦잠을 자도 될텐데 삼촌 아침식사 준비하는 조카의 뒷 모습이 이제는 어린티를 벗었다. 항상 어린애만 같았는데 이렇게 가정을 이루어 사는게 기특하기만 하다. 하긴 조카도 벌써 나이가 서른을 넘겼다.
얼른 일어나 창을 열고 밖을 보니 붉은 해가 바다위에 둥실 떠오르고 있다. 날 보고 미소를 짓는다. 느낌이 좋다. 날씨도 쌀쌀해 잔차타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다.
조카가 끓여주는 콩나물국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꿀차를 한 통 부탁해 잔차에 싣는다. 조카 내외는 며칠 더 묵다 가라고 자꾸 만류한다. 하지만 여행자는 떠나야 여행자이다. 조카집에 과일을 좀 보내려고 과일가게를 찾는데 도통 찾을 길이 없다. 결국 포기하고 힘차게 다시 페달을 밟는다.
힘든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지만 온 몸의 근육에는 힘이 넘치고 도전 의지는 하늘을 찌를듯 하다. 금새 삼척을 지나 동해로 접어든다. 동해를 지나니 고속도로가 7번 국도와 나란히 있어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므로 국도가 한적해서 좋다.
한참을 해안도로를 쾌적하게 달리는데 커다란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저 산을 넘어야 하는구나. 약 30여분을 쉬지 않고 페달질을 한다. 길 옆에는 1m에 가까운 눈이 쌓여있으나 도로에는 제설작업이 잘 되어있다. 그래도 워낙 길고 가파른 길이라 이따금씩 지나가는 트럭도 숨을 깔딱거리며 겨우 올라간다.
쉬고자 하는 몇 번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상에 도착하니 저 멀리 정동진이 보인다. 주위는 이제 온통 하얀 세상이다.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것이 실감난다. 초코파이와 양갱으로 간식을 마치고 내려가려는데 가던 차들이 다시 되돌아온다. 웬일인가 물어보니 바로 앞 굽은도로에서 갤로퍼가 뒤집어져 있단다. 까짓거 차는 못가도 잔차는 갈 수 있지. 장시간의 다운힐을 위하여 복장을 다시 점검하고 조금 내려가보니 사고지점에 많은 차들이 양쪽으로 서있고 견인차와 경찰차도 와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것 같다. 잔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신나고 짜릿한 다운힐! 그러나 군데군데 빙판이 있어 온 몸의 신경이 곳추선다. 한 달음에 바로 정동진 입구까지 내려왔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들렀다. 정동진은 볼 때마다 그 모습이 너무 변한다. 너무 상업적으로 변하여 초창기의 순박했던 시골역과 해안마을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이 나질 않아 바로 잔차를 달린다. 한껏 달리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 속도가 줄어들려는 순간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여중생 셋이서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낸다. 잔차에 다시 속도가 붙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서야 숨을 헉헉거리며 속도를 늦춘다.
강릉에서 점심 식사를 하려 했으나 온 몸에는 아직 힘이 넘친다. 그래서 강릉을 그냥 지나쳐 주문진까지 달렸다.
주문진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양양에서 생활하고 있는 산악회 선배에게 전화를 하니 무척 반긴다. 그래 오늘은 이 선배에게 신세를 지자. 만나기로한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참만에 오징어회를 손에 들고 나타난다. 언제봐도 편하고 털털한 모습이다. 빨리 장가를 가야 할텐데.... 송이 찌개에 금새 소주 3병이 바닥을 보인다. 마늘은 있는 대로 다 주어 먹는다. 이게 다 힘이 될 것이다.
내일은 속초까지만 가면 된다. 약 25km. 완전한 휴식이다.
온몸에 힘이 넘친다. 오늘 한 50km는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날짜가 지날 수록 몸에 힘이 더 샘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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