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가까운곳에 휴게소가 있길래 가볍게 갈비탕을 먹고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도를 펼쳐보았습니다.
상황이야 나쁘건 어쨋든 간에 두시간 반만에 겨우 마석을
왔다는건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험난할것이라는 증표였습
니다.
아직도 대성리-청평-가평-강촌-춘천까지 이르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하면서 대략적인 스케쥴을 잡아보앗습니다.
가평까지 2시간잡고 또다시 춘천까지 2시간을 잡으면
그때 시간이 한시삼십분이었으니깐 다섯시반에서 여섯시가
되어야 춘천엘 도착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출발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떠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악조건입니까...
식사후 출발을 위해 도로상황을 살펴보니 마치 비라도 온
듯이 녹아내린 눈땜에 온통 진흙물바다입니다.
흙받이도 없는 제 자전거는 오늘 완전히 머드팩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출발했습니다.
도로상황은 더욱더 위태롭기만 합니다. 치명적인 흙탕물이
엉덩이를 축축하게 만들면서 얼굴로 흙탕물이 튀면서
나는 도로를 타러왔는데 왠 크로스컨추리가 됬나하는 한숨
을 쉬면서 어째됬던 계속되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삼십분쯤 달렸을까......드디어 대성리가 보이기 시작했
습니다. 엠티때나 열차를 타고 왔고 친구의 자가용을 타고
왔던 대성리를 내가 자전거를 타고 지금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대성리를 지나자 2차선도로는 더 좁아진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른쪽으로는 저멀리 멋지게 흐르고
있는 북한강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지만 저에겐 그 모든것
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지금 이 위험에서 빨리 벗어나야할텐데라는 생각이
들뿐이었죠.
특히나 덤프트럭이나 대형버스가 바로 옆을 전속력으로 스
쳐 지나갈때는 자전거차체가 휘청거립니다. 무섭습니다.
드디어 청평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교회사람들
과 남이섬 야유회때 버스를 타고 이 곳을 지나가면서
꼭 한번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제가 이 길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가평이다............
그러나 가평으로 가는 길은 큰 고개를 넘어야만 하는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상대가 안되는 계속되는 오르막.............
이제 엉덩이는 아주 축축해져서 감각마져 잃어버린지 오래
되었고
페이스를 잃어버린채 페달링을 했던 다리가 조금씩 기력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산으로 오르는 중턱쯤일까.........
도저히 이상태로는 계속 투어를 할수 없을것같다는 판단에
일단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캔커피를 한잔 먹으면서
지도를 펼쳐보았습니다.
현재시간 세시......아직 가평엘 가지도 못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해야 하는것일까.......
도로사정이 너무 안좋은 상태다........
더구나 지금까지 왔던길은 그래도 내가 몇번 접했던 길이
지만 앞으로의 길은 어떨런지 알수가 없다......
지도를 보는 동안 흙탕물에 젖어버린 나의 자전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전시물이 되었다.
전부들 한번씩 쳐다보고서 속도계도 한번보고..........
이것저것 저가형자전거에만 길들여져있던 사람들이기에
신기하게만 보이나보다.......
3시 다시 출발........
말이 필요없다.......그냥 길이 있기때문에 계속 달리고
있다.
3시30분경
저멀리 가평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옆으로 가끔 우리친구들과 낚시를 하러가곤 했던
거북섬이 보인다........(피라미잡으러 여기까지 왔었지..)
가평터미널로 직행
이제 결정해야 할때가 왔다.
이대로 계속 진행할것인가.....
아니면 이것으로 접고서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할것인가.
1.이미 나는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
2. 갓길이 없다.
3. 얼음길은 더 없이 위험했다.
4. 흙탕물에 온몸과 자전거가 뒤집어썼다.
5. 버스터미널에는 20분간격으로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다.
선택은 한가지였다.
서울로 가자.
미리 준비해두었던
자전거가방에 넣기 위해 자전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앞바퀴
뒷바퀴
몸체중에서 뒷변속기는 떼어내고
안장도 떼어내고
핸들도 떼어내고
가방속에 쏙........
역시 준비가 철저해야지.........
4시 드디어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싦고서.......
가는 중에
나는 내가 지금까지 지나쳐온 길을 이제 제3자의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
감탄밖에 할말이 없었다.
여기까지 온것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그 위험한 길을
어떻게 지금까지 사고없이 달릴수 있었을까하는 감탄이었
다.
나는 서서히 피곤한 몸에 잠들기 시작했다.
피곤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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