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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후기] 七甲山 - 수류탄님, 팬입니다.

........2001.04.19 11:19조회 수 25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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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님의 번개후기들 보면서 어느덧 님의 팬이 됐습니다. 담에 뵈면 사인두 좀 받고 저자와의 대화 이런것도 좀 하고 그래야겠습니다. 이제까지 읽었던 후기들 중에서 라이딩보다 더 재밌는 후기는 이번이 첨입니다요.^^


수류탄wrote:
:수류탄 wrote:
:
:콩밭 매는 아낙네는 못봤습니다.
:
:[출석부]
:온바이크, 왕창, 디지카, 자연사랑, 챔프, 와우, 십자수, 바람소리, 이병진, 니콜라스, 수류탄 (이상11명)
:
:주행거리 : 23 Km
:평균속도 : 10 Km
:
:09:00 경희대 수원캠퍼스 기숙사앞 주차장에서 출발합니다.
:
:1교시 수업 들어가는 많은 학생들이... 쫄바지 입고 고글 하나씩으로 폼생폼사하는 기괴한 노인네(?)들을 훓어보며 지나갑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후다닥 잔차 매달고 출발준비 합니다.
:예정보다 단 2분 늦게 출발이 됩니다.
:
:남들 모두 일하는 평일 아침부터 잔차타러 멀리까지 원정가는 마음이 즐겁습니다.
:
:1호차...왕창, 온바이크, 디지카.
:2호차...이병진, 니콜라스, 수류탄.
: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광덕산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꼬리를 하나 더 만들어 붙입니다.
:
:3호차... 자연사랑, 챔프, 와우, 십자수.
:
:이병진님께서 챙겨 오신 무전기 3대로... 청양까지 종알종알 떠들며 낄낄댑니다.
:벌써부터 그늘을 찾을만큼, 햇볕은 따가왔고, 바람은 훈훈합니다.
:
:12시가 조금 못되어 칠갑산 주차장에 도착하여...서산에서 미리 와계신 바람소리님과 합류합니다.
:
:칠갑산을 밟으러 출발.
:
:한치고개 아스팔트 업힐 약 1Km쯤 올라, 등산로 입구까지 진출합니다.
:일단 시급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쳐들어 갑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뱀 한마리가 평생 1,000 Km 기어다니다 죽는다는 얘기...
:인천상륙작전시 특공대장이 자기 배를 쌩으로 갈라 맹장수술 집도 했다는 얘기...
:별 이상한 얘기들에도 즐거워들 하십니다.
:산채비빔밥 11그릇을 가비얍게 박살냅니다.
:
:자, 이제 진짜로 출발 !!!
:
:임도 넓이의 비포장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길 양쪽에는 벚꽃나무가 하늘을 가리울만큼 쭈악 늘어서 있는데...바람이 불 때 마다 흰눈처럼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은 컴퓨터그래픽 저리가랍니다.
:탄성이 안나오면 ...사람도 아닙니다.
:벚꽃잎을 헤딩하면서 경치구경...
:
:제 생각엔...온바이크님의 벙개는 늘, 언제나, 항상... 묻지마 수준의 험악한 고생길 이었는데...
:이렇게 소프트한 번개도 다 있구나...
:역시 오래 살고 볼 일 입니다.
:
:등산오신 분들은 이런 곳에서 자징거 첨 보셨나 봅니다.
:"워매...쟈덜이... 여그를 올라가는감 ?"
:"근디...왜 올라간댜 ?
:이런 순박한 분들께, 야간(=약한)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열나게 낑낑 댑니다.
:
:작업중인 국군장병 아저씨들도 보입니다.
:"아그들아, 이 예비군 형님들도 옛날에 다 그랬당께..."
:좀 미안한 생각도 들더이다.
:
:칠갑산 정상이 바로 코 앞 까지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좋은 길은 이제 끝입니다.
:앞에 가는 십자수님...힘차게 "빠샤~" 외치며 용을 써 보지만, 옆으로 팩팩 꼬꾸라집니다.
:만만하게 봤던 칠갑산이 드뎌 본색을 드러냅니다.
:나무뿌리와 TV만한 바위덩어리들이, 우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면산 헬기장 급경사 보다 더 가파릅니다.
:
:잔차 메고 오르기...정말 지겹습니다.
:하염없이 줄줄이 끌고 메고 헉헉댑니다.
:우당탕...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온바이크님이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파른 산아래로 미끌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그치만 아무도 걱정 안합니다.
:알아서 올라 오겄쥐...
:컥컥 에구 힘들어...
:
:해발 560m 칠갑산 정상...
:헬기 착륙장만 만들어져 있는 볼품없는 정상...
:그래도 다들 사진 찍자고 디지카님만 들들 볶습니다.
:시꺼먼 고글을 쓰고 계신 왕창님...사진 찍힐때 눈 감았다고 다시 찍잡니다.
:
:잠시전에 힘들여 험한정상 올라 왔던 만큼...이젠 그만큼의 내리막을 내려 가야 합니다.
:건조한 날씨 탓인지 노면은 매우 미끄럽고, 바위는 너무 많고, 경사도 심하고...
:겁많은 십자수님과 저는 미리 꼬리를 내리고...얌전히 끌고 내려갑니다.
:
:도저히 타고 내려 갈 수 없을텐데...온바이크님. 씩씩하게, 아슬아슬하게 성공합니다.
:금메달 딴 선수처럼 환호와 괴성이 오고갑니다.
:제 정신(?)이 아닌듯 보였습니다.
:등산객 아주머니께서 귀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마 헬멧 벗은 모습을 봤다면...귀엽단 소린 안나왔을텐데...킬킬킬
:
:열혈남아 디지카님...온바이크님에 이어 난코스 도전합니다.
:어라라? 와지끈 뚝딱...한 네바퀴쯤 굴렀습니다.
:어디서 싸움박질 하다 온 애들 마냥 팔다리 까진거야 뭔 대수겠습니까 ?
:충격으로 앞샥(더블크라운)이 휘어져 버렸습니다.
:내일부터 돈($) 들어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
:능선을 따라 해발 544m 삼형제봉으로 갑니다.
:남한산성 코스처럼 가파른 낭떠러지도 있고...절로 긴장이 됩니다.
:
:니콜라스님의 체인이 끊어져 쉬는 시간에...
:와우님...두릎 딴다고 벼랑으로 내려가 가시에 찔려 가며 한 줌의 두릎을 챙겨 옵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할 수 읍지요.
:
:점심식사 한 지 두시간도 안됐는데...허기가 엄습해 옵니다.
:자연사랑님의 방울토마토, 챔프님의 카스타드빵, 디지카님의 쵸콜렛, 십자수님의 캬라멜 (일명, 미루꾸) 닥치는 대로 먹어 줍니다.
:
:이제 지천리라는 곳 까지 비교적 긴 다운힐입니다.
:다운힐도 두번씩이나 쉬엄쉬엄 내려갑니다.
:소나무 숲속의 싱글 다운힐... 아주 근사합니다.
:향긋한 숲내음...수북한 낙엽더미...다람쥐 몇마리...
:
:왕창님, 니콜라스님, 십자수님 등등, 감동적인 180도 회전낙법을 선 보입니다.
:이를 교훈삼아 나머지 일행은 비교적 무모하지 않게 내려옵니다.
:신나긴 한데, 다운힐도 힘이 많이 듭니다.
:
:시간은 오후 3시를 훨씬 넘어갑니다.
:아쉬운 싱글이 끝나고, 국도변으로 내려와 가게를 찾습니다.
:작전타임...체력소모가 많아, 대부분 일행은 온로드로 최초 주차장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
:힘이 남아도는 온바이크님, 왕창님, 와우님, 니콜라스님 네분만, 다시 장곡사방면으로 산을 넘어 가기로 합니다.
:나중에 들어본 바에 의하면...계단을 689개 올랐다고 합니다.
:
:온로드로 우회한 주력부대는 16:30분쯤, 최초 출발점으로 돌아와 철수준비를 마쳤고...산을 넘어오는 4명의 특공대를 기다립니다.
:그냥 기다리면 심심하니까...구기자술과 오징어를 곁들여서...
:청양은 고추로도 유명하지만, 구기자 또한 특산물이라고 합니다.
:
:17:30분쯤 피골이 상접한 4명이 돌아옵니다.
:그중 니콜라스님은 KO 직전입니다.
:
:청양읍내로 나가 바람소리님이 안내한 음식점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합니다.
:낙지전골...뜨거운 냄비 속에서 몸부림치는 낙지가 가엾습니다.
:일행중 최연소자 (34세) 디지카님의 재롱잔치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
:그런데, 느닷없이 바람소리님이 황급히 칠갑산 주차장으로 떠납니다.
:공중전화 박스에 지갑을 놔두고 왔던 거지요.
:현금 십수만원과 각종 쯩, 카드 등등...
:
:즐거운 라이딩과 먹거리, 고단함, 지갑분실의 안타까움을 나눠 갖고서...벙개를 끝냅니다.
:구기자술에 인사불성이 된 십자수님을 택배해 드리고, 경희대 수원캠퍼스로 돌아와 각 방향으로 헤쳐...
:
:칠갑산의 달은 밝습니다.
:히히~~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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