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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七甲山

........2001.04.19 02:36조회 수 26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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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wrote:

콩밭 매는 아낙네는 못봤습니다.

[출석부]
온바이크, 왕창, 디지카, 자연사랑, 챔프, 와우, 십자수, 바람소리, 이병진, 니콜라스, 수류탄 (이상11명)

주행거리 : 23 Km
평균속도 : 10 Km

09:00 경희대 수원캠퍼스 기숙사앞 주차장에서 출발합니다.

1교시 수업 들어가는 많은 학생들이... 쫄바지 입고 고글 하나씩으로 폼생폼사하는 기괴한 노인네(?)들을 훓어보며 지나갑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후다닥 잔차 매달고 출발준비 합니다.
예정보다 단 2분 늦게 출발이 됩니다.

남들 모두 일하는 평일 아침부터 잔차타러 멀리까지 원정가는 마음이 즐겁습니다.

1호차...왕창, 온바이크, 디지카.
2호차...이병진, 니콜라스, 수류탄.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광덕산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꼬리를 하나 더 만들어 붙입니다.

3호차... 자연사랑, 챔프, 와우, 십자수.

이병진님께서 챙겨 오신 무전기 3대로... 청양까지 종알종알 떠들며 낄낄댑니다.
벌써부터 그늘을 찾을만큼, 햇볕은 따가왔고, 바람은 훈훈합니다.

12시가 조금 못되어 칠갑산 주차장에 도착하여...서산에서 미리 와계신 바람소리님과 합류합니다.

칠갑산을 밟으러 출발.

한치고개 아스팔트 업힐 약 1Km쯤 올라, 등산로 입구까지 진출합니다.
일단 시급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쳐들어 갑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뱀 한마리가 평생 1,000 Km 기어다니다 죽는다는 얘기...
인천상륙작전시 특공대장이 자기 배를 쌩으로 갈라 맹장수술 집도 했다는 얘기...
별 이상한 얘기들에도 즐거워들 하십니다.
산채비빔밥 11그릇을 가비얍게 박살냅니다.

자, 이제 진짜로 출발 !!!

임도 넓이의 비포장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길 양쪽에는 벚꽃나무가 하늘을 가리울만큼 쭈악 늘어서 있는데...바람이 불 때 마다 흰눈처럼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은 컴퓨터그래픽 저리가랍니다.
탄성이 안나오면 ...사람도 아닙니다.
벚꽃잎을 헤딩하면서 경치구경...

제 생각엔...온바이크님의 벙개는 늘, 언제나, 항상... 묻지마 수준의 험악한 고생길 이었는데...
이렇게 소프트한 번개도 다 있구나...
역시 오래 살고 볼 일 입니다.

등산오신 분들은 이런 곳에서 자징거 첨 보셨나 봅니다.
"워매...쟈덜이... 여그를 올라가는감 ?"
"근디...왜 올라간댜 ?
이런 순박한 분들께, 야간(=약한)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열나게 낑낑 댑니다.

작업중인 국군장병 아저씨들도 보입니다.
"아그들아, 이 예비군 형님들도 옛날에 다 그랬당께..."
좀 미안한 생각도 들더이다.

칠갑산 정상이 바로 코 앞 까지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좋은 길은 이제 끝입니다.
앞에 가는 십자수님...힘차게 "빠샤~" 외치며 용을 써 보지만, 옆으로 팩팩 꼬꾸라집니다.
만만하게 봤던 칠갑산이 드뎌 본색을 드러냅니다.
나무뿌리와 TV만한 바위덩어리들이, 우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면산 헬기장 급경사 보다 더 가파릅니다.

잔차 메고 오르기...정말 지겹습니다.
하염없이 줄줄이 끌고 메고 헉헉댑니다.
우당탕...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온바이크님이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파른 산아래로 미끌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그치만 아무도 걱정 안합니다.
알아서 올라 오겄쥐...
컥컥 에구 힘들어...

해발 560m 칠갑산 정상...
헬기 착륙장만 만들어져 있는 볼품없는 정상...
그래도 다들 사진 찍자고 디지카님만 들들 볶습니다.
시꺼먼 고글을 쓰고 계신 왕창님...사진 찍힐때 눈 감았다고 다시 찍잡니다.

잠시전에 힘들여 험한정상 올라 왔던 만큼...이젠 그만큼의 내리막을 내려 가야 합니다.
건조한 날씨 탓인지 노면은 매우 미끄럽고, 바위는 너무 많고, 경사도 심하고...
겁많은 십자수님과 저는 미리 꼬리를 내리고...얌전히 끌고 내려갑니다.

도저히 타고 내려 갈 수 없을텐데...온바이크님. 씩씩하게, 아슬아슬하게 성공합니다.
금메달 딴 선수처럼 환호와 괴성이 오고갑니다.
제 정신(?)이 아닌듯 보였습니다.
등산객 아주머니께서 귀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마 헬멧 벗은 모습을 봤다면...귀엽단 소린 안나왔을텐데...킬킬킬

열혈남아 디지카님...온바이크님에 이어 난코스 도전합니다.
어라라? 와지끈 뚝딱...한 네바퀴쯤 굴렀습니다.
어디서 싸움박질 하다 온 애들 마냥 팔다리 까진거야 뭔 대수겠습니까 ?
충격으로 앞샥(더블크라운)이 휘어져 버렸습니다.
내일부터 돈($) 들어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능선을 따라 해발 544m 삼형제봉으로 갑니다.
남한산성 코스처럼 가파른 낭떠러지도 있고...절로 긴장이 됩니다.

니콜라스님의 체인이 끊어져 쉬는 시간에...
와우님...두릎 딴다고 벼랑으로 내려가 가시에 찔려 가며 한 줌의 두릎을 챙겨 옵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할 수 읍지요.

점심식사 한 지 두시간도 안됐는데...허기가 엄습해 옵니다.
자연사랑님의 방울토마토, 챔프님의 카스타드빵, 디지카님의 쵸콜렛, 십자수님의 캬라멜 (일명, 미루꾸) 닥치는 대로 먹어 줍니다.

이제 지천리라는 곳 까지 비교적 긴 다운힐입니다.
다운힐도 두번씩이나 쉬엄쉬엄 내려갑니다.
소나무 숲속의 싱글 다운힐... 아주 근사합니다.
향긋한 숲내음...수북한 낙엽더미...다람쥐 몇마리...

왕창님, 니콜라스님, 십자수님 등등, 감동적인 180도 회전낙법을 선 보입니다.
이를 교훈삼아 나머지 일행은 비교적 무모하지 않게 내려옵니다.
신나긴 한데, 다운힐도 힘이 많이 듭니다.

시간은 오후 3시를 훨씬 넘어갑니다.
아쉬운 싱글이 끝나고, 국도변으로 내려와 가게를 찾습니다.
작전타임...체력소모가 많아, 대부분 일행은 온로드로 최초 주차장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힘이 남아도는 온바이크님, 왕창님, 와우님, 니콜라스님 네분만, 다시 장곡사방면으로 산을 넘어 가기로 합니다.
나중에 들어본 바에 의하면...계단을 689개 올랐다고 합니다.

온로드로 우회한 주력부대는 16:30분쯤, 최초 출발점으로 돌아와 철수준비를 마쳤고...산을 넘어오는 4명의 특공대를 기다립니다.
그냥 기다리면 심심하니까...구기자술과 오징어를 곁들여서...
청양은 고추로도 유명하지만, 구기자 또한 특산물이라고 합니다.

17:30분쯤 피골이 상접한 4명이 돌아옵니다.
그중 니콜라스님은 KO 직전입니다.

청양읍내로 나가 바람소리님이 안내한 음식점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합니다.
낙지전골...뜨거운 냄비 속에서 몸부림치는 낙지가 가엾습니다.
일행중 최연소자 (34세) 디지카님의 재롱잔치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바람소리님이 황급히 칠갑산 주차장으로 떠납니다.
공중전화 박스에 지갑을 놔두고 왔던 거지요.
현금 십수만원과 각종 쯩, 카드 등등...

즐거운 라이딩과 먹거리, 고단함, 지갑분실의 안타까움을 나눠 갖고서...벙개를 끝냅니다.
구기자술에 인사불성이 된 십자수님을 택배해 드리고, 경희대 수원캠퍼스로 돌아와 각 방향으로 헤쳐...

칠갑산의 달은 밝습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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