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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준 선물. (`이`조 후기)

........2001.04.23 20:24조회 수 26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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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조에 속했던 busylegs입니다.
먼저 수고해 주신 번장 미루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일정과 여정을 기록한 후기는 여러 분들이 많이들 올려 주셨으니
저는 조금 다른 버전의 후기를 써 봅니다.

날씨 너무 좋았지요.
육중한 5톤 트럭과 '학생수송'이라고 적힌 관광버스는 떠나는 사람들을
수학여행가는 학생들 기분으로 돌아가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예비군 훈련가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예비군 훈련 버스에는 '통일관광'이라고 적혀 있지요. 하하~

설마 관광버스안에서 가무를...하는 걱정을 했습니다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홀릭님의 춤을 구경하지 못한건 못내 아쉽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는 모양새들이
영낙없이 풀어놓은 강아지들이였습니다...(죄송합니다...그래도 적절한 비유일것
같아서...속어적인 뜻은 생각하지 마시고 모양새에 대한 은유로 받아들이시길^^)

그러나 업힐을 만나면서 모두들 한 풀 꺽이시지요.
당연한 일이죠. 산이 그리 호락호락 할리가 있나요.
물론 산을 날아다니시는 분들도 있지요.

총 세번의 업힐 중 2번은 견딜 만 했습니다. 한 번도 안 내렸지요.
오...근데 마지막 업힐은 그동안 게으름 피운 저를 돌아보게 만들더군요...
수차례 내려서 끌기를 반복했습니다.
뭐...다들 그러셔서 저만 그런게 아니구나..하고 안심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들 하죠...^^

마지막 업힐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땀이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 올라오고 얼굴에 작렬하는 햇볕 속에서
무슨 생각이 떠올랐냐 하면...
아...바로 그겁니다. 훈련소때 사격장 올라가는 언덕길...왜 하필이면 그게
생각났을까요.
군복무를 마치신 남자분들 다들 기억나실 겁니다.
그 끝도 보이지 않던 사격장 언덕길...왜 훈련소 사격장들은 다들 언덕에
있을까요.
아무튼 총 거꾸로 들고 오리걸음하던 때가 떠올라 힘든 와중에 피식피식
웃느라고 힘이 더 빠졌습니다.

여기서 잠깐...부제: 페딜질을 멈추게 만든 들꽃.
헤헤...좀 웃긴 제목이죠.
마지막 업힐 중에 만난 노란 꽃입니다.
작은 호리병 같은 노랑 봉우리가 줄기마다 조막만하게 흔들리던 노란 꽃이죠.
길가에 두 그루가 연속으로 피어 있더군요.
순간 저는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노란 꽃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가슴이 뭉클하게 예쁘더군요.
아마 마지막 업힐 도중 쭈그리고 앉아 카메라를 대고 땅을 찍는 것 처럼 보이는
저를 보신 분이 있을 겁니다. 땅을 찍은게 아니라 꽃을 찍고 있었단 말이죠...^^
여의도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봐도 가벼운 옷차림의 예쁜 아가씨들을 봐도
느끼지 못했던...봄을 저는 어제 느꼈습니다.
아주 예쁜 노란 꽃을 보면서요.
꽃이 저에게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더군요. '봄이 왔다구. 아직 모르고 있었어?'
저는 그 말에 깜짝 놀랐죠..
여러분. 자전거는 좋은 겁니다. 그렇죠?

그 꽃은 나중에 와일드 파일에 제가 파파라치 하면서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올리겠습니다.

밥...아니, 국수...그냥 그랬습니다.
그 외딴 곳에서 60명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빴던 아줌마 좋은 기분으로
그냥 이해해 주자구요. 그정도가 뭐 대순가요...^^
그래도 좀 알뜰히 준비해 놓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저야 뭐...젓가락 몇 번 대니 없더군요. 맛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시간은 되돌아 갑니다.
밥먹으러 가던 두 번째 다운힐...

또 잠깐...부제: 감동적인 고요함
역시 이상한 제목이네요.
푸다다다...열심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종아리가 후들거릴 만큼요.
왜 그랬을까요...누가 뒤에서 부른듯, 저는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난폭한 돌덩어리가 전해주던 손목의 통증 탓도 있었겠지요.
그래서 섰습니다.
순간...온세상이 정지한 듯, 귀에는 귀를 꽉 막았을때 나는 그 잉-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더군요. 바람 한줄기 귀밑으로 지나가고
가끔 새소리, 멀리 꽃이 피어 있고...
말로 쓰니 유치합니다. 그때의 현기증 나던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지 알지 못합니다.
저를 불러 세운건 아마 고요함에 목말라 하던 저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온
소리 였을 겁니다.
한 번 해보세요. 땀흘리고 올라가고 쿵쾅거리고 내려가는 도중에
잠깐 서서 느껴보실것을 권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시끄러운 곳에 살고 있는지
깨달으실 겁니다.
역시 자전거는 좋은거죠? 헤헤~

돌아오는 길...
예상대로 막힙니다. 행동식들 여기서 다 풉니다.
다음부턴 이런 투어에는 계란, 오징어, 사이다 등을 준비해 와야 될 것 같습니다.
차안에서 먹는 행동식이 더 많군요.
아예 반합에다 김밥을 담아올까...히히~

이 정도 입니다. 조금 다르게 써 볼라고 했는데
느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군요.
몸은 뻐근하지만 기분은 상쾌합니다.
자전거는 레크리이션이죠. 진정한 의미의.
re(다시) + creation(창조하다)
모두들 상쾌한 한 주를 시작하실걸로 생각됩니다.
다음 라이딩은 언제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또 기대가 되네요...

ps. 저의 파파라치 사진은 현상하는 대로 스캔해서 올립니다.
기대되는 작품으로는...홀릭님의 역주(?)모습. 저지위의 이층석탑, 몇장의
다운힐 사진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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