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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is long, down is short! [`바`조 후기]

........2001.04.26 19:20조회 수 312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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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 짱 하늘소님과 약속한 대로... 강촌투어 후기를 올립니다. (하늘소님, 후기가 늦어 죄송합니다!)
이런 글이 첨이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진 점 미리 죄송한 말씀 드리는 바, 적당히 skip, jump, digest 하시기 바랍니다.

요 아래 보니 과연 名不虛傳! 간결한 필체와 사실에 충실한 수류탄님의 후기가 무척 훌륭하여, 님의 후기에 기술한 부분을 구태여 반복하는 일은 피하고 제가 직접 보고 겪은 것에 대해서만 올리겠습니다.


삐릭 삐리~, 삐릭 삐리~.. 알람이 세번 울리기 전에 눈이 번쩍 떠진다. 새벽 5:50..
오늘은 강촌 가는 날! 며칠전부터 시집가는 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산을 떨고 온동네 소문을 냈다.
후배녀석 결혼식 불참! 식구들은 처갓집에 일찌감치 예약!
"늦으면 내가 바래다 줄테니까 6시 반에 맞춰도 돼.."
어젯밤, 이리저리 장비를 맞춰보고 늦게야 잠자리에 드는 나를 보고 아내가 한마디 한다. 더이상 잔차타는 걸 말릴 생각은 못하지만 무릎 아프다면서 잔차 바꾸고, 멀리까지 원정간다는게 아무래도 걱정되고 맘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래도 난 맘이 급하다..
"5시 반에는 맞춰야 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늦을까 걱정되었지만 제대로 일어났다.

아침바람이 너무 상쾌하다. 전철역까지 한달음에 간다. 괜히 껑충껑충 뛰어본다. 이건 호핑도 아니지만 암튼 뛰어본다. 설랜다.

"신천역이요!"
역무원 아저씨 보란듯이 자전거를 앞세우고 표를 산다.
"그거 가지고 탈거요?", "넵!"
맘에 안드는 눈치지만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내 재산목록 1호인데 거리낄 이유가 없다. 의외의 당당한 대답에 아무소리 못하신다.
왈바에서 배운대로 젤 뒤로가서 전철을 기다린다.

많지 않은 승객들이 흘끔흘끔 쳐다본다. 부끄럽기도 하고 좀 자랑스럽기도 하다. 아침부터 한 반쯤 취한 아저씨가 들었다는 듯이 다가온다.
"이거 얼마요?"
부터 시작해서 궁금한 것도 많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다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초보라는게 들통날 염려는 없지만 쫄바지가 의식된다. 질문이 길어지고.. 에라, 종합운동장에서 내려버린다.
"수류탄님이 종합운동장도 가깝다고 했으니까.."

"어, 어디지?"
선착장은 넓기도 하다. 두번이나 잔차타는 사람을 쫓아가 봤는데 강촌가는 사람이 아니다. 두리번 거리는데 자전거 캐리어가 보인다. 혹시 싶어서 다가가는데 수류탄님이 차에서 내리면서 맞아주신다. 아, 보고싶었던 얼굴! 작년 망년회 이후로 만나보지 못했다.
"반갑습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 "개업하신다면서요..?" ...
어쨋든 2등으로 도착했다. 서두른 보람이 있다..

자전거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고 반가운 얼굴들이 한둘이 아니다. 처음 본 바지씨님, 보자마자 잔차부터 봐주시기 시작이다. 샥에 손수 에어를 채워준다. 몸무게를 묻기에 얼결에 75kg이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집에와서 재어보니 82kg! 겨울 사이에 한 10kg은 쪘다. 이후 내내 강촌에서 나를 괴롭힌 추가 10kg이다.
anyway, 왈바는 on-line, off-line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친절하다. 초보들은 꼭 새겨둘 말이 있다. "딴데 왜 가? 왈바가 있는데..!"
"바"조 짱이신 하늘소님하고 인사를 나눈다. 좋은 사람같아 보인다. 오늘 내 생사여탈권을 쥔 양반이다..

이하 중략 -수류탄님 후기 참조-

경강역이다.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찾아드니 벌써 이리저리 돌고 난리들이다. 뭘 점검하느라 그러는 모양인데, 난 뭘 봐야하는건지 통 알수가 없다. 괜히 남들 따라 한바퀴 돌아보고는 그저 이상 없는 척 가만 있는다..

"바"조가 다 모였다. 하늘소님, 바지씨님, 산지기님, 이익재님, 바라미님... 그 외에 장수산님, 코알라님, 파란하늘님 가운데 한분만 빼고 다 모였는데, 누가 빠졌는지 알지 못하는 건 이해해야 한다.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다, 기억나지 않는 이 양반들은 전부 라이딩 때 나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님들이다. 덕분에 기다리느라고 쉴 시간은 많았을거다..

이제 출발! 여기까지는 나도 남들보다 못한 거 없다. 장담하지만 잘한게 더 많다. 공구, 펌프, 패치, 예비튜브, 비상식, 윈드자켓,... 게다가 난 상체가드까지 입고 있다. 초보 티를 낸 것에 불과했지만 어쨋거나 무지 신경써서 준비했다.
바지씨님이 선두, 하늘소님이 맨 후미.
이제부터가 걱정이다. 이중에서 초보는 나를 포함해서 둘 뿐이다. 그나마 예상이 그랬지 막상 올라가보니 진짜 초보는 나 하나였다. team riding을 강조하는 바람에 걱정이 태산이다.
"정말이지 같은 조 사람들에게 피해나 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겨우내 자전거 한번도 타지 않은게 진작부터 맘에 걸렸다.
"지난 주에 수리산가서 컨디션 점검할 때는 이상 없었으니까.."
스스로 위로하고 따라 나선다.

로드로 시작한다. 그런데... 빠르다! "어, 혼자 탈 때는 이렇게 안타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건 관광mode란다. 내, 참!
어쨋든 기를 쓰고 쫓아간다. 그래도 자꾸 쳐진다. 8명이 출발, 내 뒤에 한명이 있기는 한데.. 하늘소님이다.
"설마 나보다 못타는건 아닐거구..."
앞사람하고 자꾸 벌어진다. 선두의 바지씨님이 미워지려구 한다.
"마누리가 오렌지 많이 가져가서 (짜웅용으로) 나누어 주라고 헸는데..."
내 것만 가져온게 후회된다.

로드가 끝나고 선두가 잠깐 멈춰섰다.
"에, 여기서부터 시작이예요" 바지씨님 설명.
난 속으로 힘든걸 참는 중이라 대꾸할 여유가 없다. 겁이 덜컥 난다. 산이 깊기도 하다! 겉으로 말은 못했다. 아무도 그런 생각 하지 않는 것 같다. 전부들 씩씩하게 출발하고 나도 질수 없다는 듯 겉으로는 호기있게 출발했다. 고생의 시작이다... 진짜 후회의 시작이다...

내가 본 임도라고는 수리산 뿐인데 여긴 좀 좁고 이상하다. 차 다닌 자국도 파여있고.. 게다가 가파르다. 첨부터 딴에는 기를 쓰고 밟는다.
"안배 하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걱정하면서 밟는다. 그래도 이내 쳐지기 시작, 선두가 안보인다. 하늘소님은 뒤에서 뭐라고 격려 하신다.
"하늘소님 먼저 가세요!"
예의상 한 소리가 아닌데 무정하게 싹 무시당한다..

몇굽이를 돌고.. 한계가 다가온다. 지금까지도 몇번 멈춰섰지만 더는 못가겠다. 하늘소님은 아직도 뒤따라 온다. 바지씨님이 다시 내려와서 일러준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조 위에서 모여 있어요!"
그 말에 희망을 갖고 다시 한번 밟아 본다.

겨우겨우 일행이 모인 곳에 도착했다. 근데 쉬고 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저 자전거에 앉은 채로 기다리고만 있었나보다.
"자, 다시 출발합니다..!" 바지씨님 맨트.
"으이구, 미쳐!" 쉬지도 못하고 또 밟는다.
"먼저 가시죠."
이젠 꽤 간절히 하소연 했건만 그래도 하늘소님은 굳이 뒤로 붙는다. 이번에는 산지기님까지 옆에서 꼼짝않고 따라 붙는다. 괜히 따라왔나보다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바쁜 머리속에서 눈치봐서 도망갈 궁리가 절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뚱뚱한 몸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됐다..!" 이런 생각도 든다.

"숨을 길게 쉬어요!"
"페달은 누르지만 말고 저어간다는 생각으로..!"
"내리지 마세요! 여기서 내리면 끌고 가야해요!"...
하늘소님하고 산지기님이 무슨 무슨 얘기를 계속 해 주는데 도통 실행에 옮겨지지가 않는다. 뒷 기아가 자꾸 튄다. 가뜩이나 힘든데..
쌔~액, 쌔~액!
폐에서 들리는 숨소리는 이미 인간의 소리가 아니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은 업힐때마다 해왔지만 이번엔 정말 힘들다.
"도저히 안돼!"
자전거에서 내려버렸다. 피가 한꺼번에 몰리는지 머리가 막 어지러워진다. 붕 뜨는 기분이 들면서 손끝에서 힘이 빠져 나가고, 속이 뒤집히는 것 같다. 신체적으로 전에 느껴보지 못한 이상증세가 감지된다. 자전거를 붙들고 사정을 한다. 위기다.
"아~! 제발 먼저 가주지..! 찰거머리들 같으니라구.."
"그냥 내려가 버렸으면 딱 좋겠는데.."

보거나 말거나 잠시, 아니 오래 쉬면서 가라앉히고 있는 중에 수류탄님이 올라오신다. 배낭을 앞뒤로 두개나 메고 오신다.
"왠 배낭을..?"
"제가 오늘 분실물 담당입니다."
수류탄님은 오늘 task force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면서 무수히 추월당했는데 급기야는 54명 중에서 젤 꽁지까지 쳐진 모양이다. 기회라는 생각이 번쩍 든다.
"이팀만 보내버리면 나 혼자 도망갈 수 있다!!"
다른 님들 눈치를 흘끔 본다. 눈이 마주치자 움찔,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 오기로 버텨보자! 이렇게 하릴없이 낙오되어 버릴 수는 없다!"
독하게 마음 고쳐먹고 다시 얼마를 5km 이하 속도로 나가는데 저 앞에서 바지씨님이 다시 나타난다.
"조금만 더 가세요! 조 위에서 쉬고 있습니다.."
절라 밟는다(십자수님한테 배운 표현). 바리케이드가 있는 곳에 도착, 털퍽 주저 않는다. 여기서는 나름대로 다들 풀어 놓고 쉬고 있다. 하늘소님 한마디,
"여기까지 왔을 때 기어가 두, 세개쯤 남아 있어야 해요!"
기절할 뻔 했다. 어쨌거나 그날 가장 나를 괴롭힌 초반부의 괴로운 업힐이 끝났다!

이번에도 꼴찌한 죄로 쉬는 시간은 제일 적다. 다행히 경사가 지금까지 보다는 완만하다. 올라갈 만 하다.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한다.
기어를 한단 올려본다. 이게 낳은 것도 같다. 밟고 당기고, 하늘소님 말대로 저어도 보고.. 숨을 길게 쉬어본다. 한결 쉽다. 뭐라고 코치하는 소리가 조금씩 귀에 들어온다. 길게 들여 마신 산소가 혈액하고 결합해서 근육까지 가는게 느껴지는 것 같다. 힘을 얻어 더 크게 심호흡을 한다.
어느덧 정자가 보이고 첫번째 정상이다. 죽 서서 기다리는 팀원들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 행동식도 나누어 주고, 격려도 주고 받는다. 주로 난 받기만 한다. 힘들지 않은 척 하느라 애쓴다.

첫번째 다운힐. 이병진님과 나하고 이름이 같은 junior(고놈 참 귀엽고 대견했다!)를 작별하고 출발한다. 다운은 정말 재미있다. 길도 꼬불꼬불 싱글 기분이 난다.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코너링 때마다 엉덩이를 이리저리 옮겨본다.
"좀 더 빨리...!"
앞사람 엉덩이만 따라가지만 좀 더 속도를 내고 싶다. 엊그제 yeti로 바꾸었는데 다운에서 속도를 내보니 좋은 것을 알 것도 같다. 조금 속도를 내도 안정적이다. 그래도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간다.
"분수는 지키자..!"

두번째 업힐. 이번에는 그리 길지 않다고 바지씨님이며, 미루님이 안심시키는 말에 기대를 잔뜩 건다. 현재 예상한 일정이 잘 지켜지고 있다며 미루님이 즐거워한다. 나도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 이제 힘도 덜 드는 것 같다.
초반에 비해서는 확실히 잘 올라간다. 하늘소님도 조금 안심 하셨는지 먼저 올라간 것 같다.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고 이번에는 두려울 것 없이 담담하게 자전거에서 내린다. 끌고 올라가도 챙피할 것 없다.
"인젠 잘하고 있는데, 뭐!"
여기저기 자전거에서 내리는 사람이 속출한다. 더러는 나처럼 끌고도 간다. 그런데 이런! 여우님이다. 잘 올라가다가 멈춰선다. 그러더니 왠걸? 씩씩하게 다시 타고 올라간다.
"으.. 열받는다!!"
끌다 말고 다시 올라 탔다.
"내 가다가 죽더라도 따라잡는다."
결국 그러지는 못했지만 모퉁이를 돌아 두번째 정상까지 타고 오르는데 성공한다. 아.. 이 성취감! 이젠 좀 떳떳하게 팀원들을 볼 수 있다.

두번째 다운은 좀 경사가 급하고 돌이 많아 위험해 보인다.
"그래도 이 정도는 싱글에서 타봤다, 뭐!"
개의치 않고 내려간다. 선수들은 휙휙 추월해 가지만 그래도 난 재미있다. 전에 쓰던 캔틸레버 보다 확실히 v brake가 잘 듣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중간에 한번 팔이 아파서 쉬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다운이 끝이다.
"에이, 좀만 더 참고 내려올 걸..."

즐거운 점심! 산촌에서 막국수로 떠들썩하니 차려먹는 맛이 일품이다. 누구는 국수 맛이 영 아니란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히 선수일꺼다. 난 이렇게 좋은 건 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홀릭님 장난치고, 조별로 사진찍고.. 이젠 여유도 생기고 사진속의 면면이 고맙다는 생각도 이제야 들기 시작한다. 요 사진 평생 가보로 간직할꺼다.

여기서 중략 - 수류탄님 후기 참조 -

다시 출발... 해야 하는데 허벅지가 움찔한다.
"어! 이거 쥐날 때의 증상인데..?"
봉화산이라는 세번째 업힐이 남았다. 제일 길다고 들었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덜컥 불안해진다. 하늘소님인가? 산지기님인가? 살짝, 남 얘기인 것처럼 물어본다.
"올라가다 쥐가 나면 어떻게 하죠?"
"좀 쉬었다 가면 되요, 그래도 멀리는 못 가는데.."
"아, 네.. 그래요.."
불안하다. 슬슬 저어가 본다. 이젠 이판사판이다. 되돌아갈 길도 없다. 차라리 남은 거리가 더 적다니까 가보자..

끝이 없어 보이는 지그재그 코스. 길기도 하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위에서 "야호!" 어쩌구 소리치는게 들린다. 기를쓰고 가 보지만 돌아가면 또 새로 길이 열린다. 경련이 훨씬 잦아졌다. 벌써 서너번은 내려서 끌었다. 양쪽 무릎 위 근육이 다 굳어지기 시작한다.
"아이고, 모르겠다! 쥐는 풀고 가자"
아예 자전거 뉘어 놓고 다리를 펴 본다.
"어! 어어..!"
아예 작정하고 딲딱하게 굳어온다. 아까 바지씨님이 쌩하고 내려가던데 다시 올라올 때 구원을 청할까보다. 열심히 풀어보지만 소용없다. 초조해진다. 저 밑에서 오바맨 올라오는 거 보고 앗뜨거라 도망왔는데 이러다간 고 소년전사에게 추월당한다. 앞으로 오바맨 볼 날이 수천인데 초장에 이런 챙피한 모습을 보일 순 없다.. 바지씨님이 다시 지나가지만 차마 도와달란 말은 못했다.
"그냥 끌고 가자! 걷다보면 풀리겠지.."
투벅투벅.. 50m쯤 갔을까? 모두들 모여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이고, 이런! 타고올 껄!!"
코앞에 정상을 두고 피날레를 끌고서 통과한게 너무 억울하다.
"야속한 바지씨님! 다 왔다고 말 좀 해주시지.."

단체사진 찰칵 찍고 마지막 다운힐 출발이다.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 어쩌고, 로드가 10km 남았으니까.. 저쩌고..."
미루님 당부가 이어지지만 귓등으로 듣는다.
"법대로 하라지! 까짓거 이젠 굴러도 집에는 간다."
"바조 출발합니다!"
하늘소님이 길게 외치지만 바닥에 앉은 채로 "네" 하고 대답하고 만다. 제법 여유가 늘었다. 우리 조가 내려가고 다음 조가 출발한 다음에야 먹고있던 샌드위치를 다 넘기고 나선다.
길이 좋다. 코스가 아주 재미있다. 속도를 낸다. 한명씩, 한명씩 이젠 추월도 해본다. 한 7, 8명은 추월한 것 같다. 산지기님의 녹색 져지가 저 앞에 보인다. 다운은 진짜 재미있다. 오늘 라이딩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잔차 두대가 서 있다. 뭐가 문제인지 세우고 물어본다. 배낭을 놓고 왔단다.
"아, 그거 수류탄님이 챙기기로 했어요. 여기서 기다리면 가지고 오실거예요"
다시 출발. 이제 우리 조는 완전히 놓쳐버렸지만 별 상관없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번도 살펴 볼 여유가 없었던 경치도 즐기면서 흙먼지지만 맡아가면 모두들 모여있는 구곡폭포 입구까지 내려온다. 아, 빠질 수 없는 거 하나, 내 딴에는 잘 가고 있는데 옆으로 쓍 지나가는 미사일! 바지씨님이다.

구곡폭포 입구. 자전거 한떼가 모였다. 다들 신기하다는 눈빛이다. 하긴 그럴거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생각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가게에서 음료수를 채운다. 자랑스럽게 일렬로 행진해서 버스까지 돌아온다. 로드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오르막이 아닌 것 만도 너무 고맙다.
이하 중략 - 다른 님들 후기 참조 -

막히고, 자고, 코골고, 전화하고... 어찌어찌 잠실까지 왔는데 자전거 실은 트럭이 오질 않는다. 조별로 뒤풀이 할 시간이 생겼다. 이익재님이랑 몇은 벌써 의기투합, 어디가서 한잔 하시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끼지 자리 깔아놓고 컵라면에 캔맥주 한잔 한다.
두런두런, 날은 추웠지만 얘기하면서 찬찬히 돌아보는 면면이 너무 정겹다. 고마움에 새삼 몸둘 바를 모르겠다. 아마 혼자였다면 처음의 업힐을 넘지 못하고 포기했을거다. 왈바맨들과 함께라면 더 어려운 코스라도 갈 수 있다는 자신이 든다. 나중에,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나를 이은 초보들에게 똑같이 해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고맙기가 한량없다.

다음에 만나기를 서로 기원하면서 선착장을 나선다. 어둡고 텅빈 종합운동장을 달리면서 더 없이 상쾌하다. 꼭 어른이 된 기분이다. 갑자기 불쑥 자란 것도 같다. 이젠 끝났다. 2주 전부터 그렇게 걱정하고 설레이면서 기다려온 초보/김정기의 첫 번개는 그렇듯 긴 up-hill과, 또한 그렇듯 짧은 down-hill과 함께 끝이 났다...

하늘소님, 산지기님, 바지씨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바라미님, 이익재님을 비롯한 나머지 "바"조의 팀원 여러분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초보/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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