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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허니비에서...

........2001.05.10 22:18조회 수 35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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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wrote:

아침나절에 무작정 잔차를 끌고 집을 나왔습니다.
"오데로 가쥐 ?"
별의별 즐거운 고민도 다 있습니다.

문득, 작년 가을 첫벙개 남한산성 허니비에 쫓아 갔다가 구사일생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함 가 보자"

복정사거리부터 산성역까지 온로드 오르막...
클리프님의 궁둥이가 매정하게 멀어져 가던 까마득했던 오르막...

다 올라왔어도 산성역부터 진짜 온로드 업힐이 기다립니다.
마음속으로, 늘 어두운(?) 과거가 떠 오르는 곳...
온바이크님 눈 피해서 뒤로 도망치려고 호시탐탐...
다시는 MTB 안하리라 마음 먹었던...

그러나 이젠 여유있게 올라갑니다.
지나가는 차 안에 타고있는 사람들...얼굴 표정까지 감상하며 갑니다.

야간번개때 와 봤던 빅맥을 향해 방향을 잡습니다.
혼자라는건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제 맘대로 아무곳이나 가면 되니까...

'안전제일' 이라는 헬멧을 쓴 공사 감독같은 분이 저를 불러 세웁니다.
"성곽 보수공사라서 그쪽으론 가기 힘들 꺼인디...긍께 저 밑으로 가보시쇼..."
해서... 다시 허니비로 수정합니다.

평일 오전이라 등산객도 없고...적막 그 자체입니다.
군데군데 성곽 보수공사로 바뻐 보입니다.
남한산성 둘레로 산책로를 조성한답니다.
토끼머리에 뿔 날 때 쯤이면 완성 되겠지요.

아리송한 옛 기억을 되살려 벌봉쪽으로 허니비를 찾아 헤멥니다.
작년, 질질 끌고 켁켁 댔던 오르막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슬슬 올라갑니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제가 기특합니다...킬킬킬
"온바이크님...제가 이렇게 컸다구여..."

북문인지 암튼 쪼그만 성문을 빠져나와 허니비에 접어든 듯 합니다.
사실 허니빈지 뭔지 하나도 기억 없습니다.
시간 넉넉하겠다...천천히 되는대로 내려 가보자...이겁니다.

향긋한 풀냄새에 콧구멍을 벌렁벌렁거리며 싱글놀이를 즐깁니다.
사람도 없고...들리는건 새소리와 브레이크 소리 뿐...
벌써부터 녹음이 우거져 숲속 길은 제법 어둡습니다.
이 길인지 저 쪽이 맞는지...헤메면서 내려옵니다.

큼직한 바위덩어리가 나옵니다.
아...옛날 기억이 납니다, 이 길이 허니비 맞구나...
우당탕 자빠지며... 일행 클리프님, 온바이크님, 마스크님, 아미님, 도날드님 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제가 자빠지고 구르고 했던 곳이 어렴풋이 떠오르며...킥킥 웃음만 나옵니다.
오랬만에 고향에라도 온 듯...맘이 푸근 했습니다.
"아, 옛날이여..."

누군지 '허니비 출구' 라고 팻말을 붙여 놓았더군요.
하늘은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며 금방 비라도 내릴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햇볓은 쨍쨍이었는데...

하늘도 흐린데다가 숲속의 어두움도 있어 고글은 벗고 내리막을 달립니다.
비 피할 곳을 미리 찾아 두려는 마음으로...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숲속의 나무들이 쑤아아~울어댑니다.
마른 낙엽도 마구 흩날리구...

어라? 공포영화 시작하는 것 처럼 무섭습니다.
목 마르지도 않았는데...침이 꼴깍...가슴은 두근두근...
번쩍~~ 하고 벼락만 치면, 모든 공포 조건은 다 갖추게 됩니다.
싱글 좌우의 나뭇잎이 팔다리에 쓸려 따갑지만...속도를 더욱 높입니다.

나무숲을 확~~도는 순간, "꺄약" 하고 비명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복입은 귀신...벌건 대낮에 귀신...
약 5초정도 지난후 제 정신이 들어 오면서...한숨 휴~~~

제 비명소리에 그 분은 더욱 놀라셨는가 봅니다.
귀신은 아니었구 박수무당 하시는 분 이었습니다
.
색동 옷에 갓 ? 비슷한 모자, 그리고 부채, 고무신, 움직일때마다 들리는 방울소리...
무엇보다도 하얗게 분칠한 핼쓱한 얼굴이 제 심장을 바쁘게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허니비 끝나는 곳이 무슨 무속연구원...그런 곳 이더군요.
"실례합니다"하고는 잽싸게 그 곳을 벗어 납니다.
제 팔뚝을 보니, 아직도 닭살이 돋아 있습니다.

비는 올듯말듯 하더니 다시 하늘이 맑아 집니다.
아직까지도 가슴이 콩당콩당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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