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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행복했던 솔로 라이딩.

........2001.05.19 15:49조회 수 299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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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 25분.
13시간의 근무 동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후들거리는 몸을 가누며
버스에 몸을 싣고 귀가 하던중, 버스 차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봄 밤바람이 몇개월째 꾹꾹 눌러 놓고 있는 라이딩에 대한 욕구를
살살 건드린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한시간여, 지칠대로 지친 심신과 내일에 대한
부담정도로는 어쩌지 못할만큼 커져버린 라이딩에 대한 깊은 갈망은
어느새 하남 무속연구원 앞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23시 50분.
너무나 오랜만의 라이딩은 온로드 10여키로에 가쁜숨을 몰아쉬며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어느정도 숨을 추스리고, 풀몬티 초입의
제법 널찍한 트랙으로 페달을 밟는다.
풀벌레 소리, 오랫동안 방치해둔 체인의 치찰음, 그리고 내 거친
숨소리 밖에 없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적막감이다.

0시 22분
세번이나 쉬었다며 존심 상해했던 풀몬티 정상까지 몇번을 쉬었는지
셀수도 없다. 정상에 올라 한켠에 자전거를 내팽겨치고 바닥에 주저않아
담배를 주워 물었다.
숨이 차 빨지도 못한 담배는 분향소의 향처럼 곱게 타들어 간다.
반쯤 탔을까. 어느정도 숨이 가라 앉는다. 담배 한모금 깊이 빨고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희미하게 보이는 하남의 야경과 한강의 윤곽을 더듬는다.
느닷없이 뱃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치밀더니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거참, 다 큰놈이 신새벽에 산에 올라 질질짜고 있다니 골때리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눈물이 줄줄 흐른다.
약간 한기가 돌만큼 시간이 흘렀다.
주위의 적막감 만큼이나 마음도 고요해 졌음을 느낀다.
카타르시스의 눈물이었나...
장비를 추스리고, 다운힐을 시작한다. 귓전에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와
온몸을 울리는 진동이 살아 있다 라는 느낌을 전신 구석구석까지 퍼뜨려준다.

2시 05분
한적한 온로드를 거쳐 집에 돌아와 후다닥 샤워를 한다. 천근같은 몸뚱이를
누이며 꼬리뼈 끝이 찌릿찌릿해지는 쾌감을 느끼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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