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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투어 후기] 6/11 (월) 서울~김천

........2001.06.16 22:02조회 수 938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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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간의 투어기간 동안, 수첩과 볼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기억하기 힘든 내용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 수첩을 보면서 하루치씩 후기를 메꾸어 나가겠습니다.


05:10분... 뉴코아백화점 앞...
배웅나온 홀릭님, 클리프님, 뭉치님, 한별님, 우현님...그들의 힘찬 박수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무엇이 저들을 이 새벽에 이곳까지 나오게 했을까 ?

드디어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푸른 왈바져지 다섯 도전자의 패달질이 시작됩니다.
지도책하고 좀 친한 제가 선두를 맡습니다.
수도권에서만 선두를 해 볼라고 했었는데...이후 여정이 끝날때까지 장우석님과 거의 막교대로...
길잡이 겸 맞바람을 막는 바람막이가 됩니다.

양재역을 지나 고속도로 옆...청계산 진입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아직 산기슭의 찬 바람이... 와우님의 무릎을 시큰거리게 하는지...인상이 조금 눈에 거슬립니다.

홀릭님과 클리프님이 XG르망으로 동행합니다.
고마운 사람들...누가 뒤를 받쳐주고 있음은...모두를 마음 편하게 해줍니다.
클리프님... 뺀질거리는 특유의 웃음으로 담배를 피워 물며...약을 올리며 지나갑니다.
바부...나는 담배 끊은지 한달 됐지롱~
1200을 위해 금연을 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

판교IC를 지나 풍덕천 사거리를 달립니다.
날이 밝으면서 이제 차가운 기운은 다소 없어졌습니다.
초반이긴 하지만 평속 30Km/h 가 넘습니다.
신갈쯤에서 온바이크님이 배웅 나오신다고 했는데...우리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전화통화만 대신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기흥을 지납니다.

07:05분... 오산에 들어서면서 1번국도를 올라 탑니다.
이곳까지 두시간도 채 안되었음에...스스로들 놀랍니다.
축지법이 조금은 성공했는가 봅니다.
여기서 홀릭님과 클리프님은 석모도 묻지마를 위해 기수를 북으로 돌립니다.
차조심하면서 무사히 다녀오라는 그들의 말이 결코 형식적이지 않음을 느낄수 있습니다.
 
경부선 철도와 나란히 달리는 1번국도...
두시간동안 선두에 있었던 까닭에 다소 힘이 들었습니다.
장우석님이 선두로 올라 오고, 저는 2번으로 내려 앉습니다.
우석님과 저는 패달링하는 스타일이 흡사해...이 양반 뒤에 서면 아주 편안합니다.

지나가는 열차의 굉음과, 다섯 팀멤버들의 거친 숨소리...거의 구분이 없습니다.
송탄-서정리-평택-성환....사정없이 지나칩니다.
집채만한 화물차들이 우리를 위협하듯 지나갑니다.
평일에 잔차타는 우리들이 아니꼬운가 봅니다.

산구경, 물구경하는 그런 투어가 아닙니다.
제 자신 조차도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의아해 집니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리고... 그러다 날저물면 자빠져 자고...
특별한 이벤트도 없으며...절대 고독의 자신과의 싸움 ?
며칠전 제 친구와 통화하던중..."너 미쳤냐?"

08:00분... 성환 기사식당...이곳까지 75Km를 달려왔고, 평속은 29Km/h입니다.
물론 초반임을 잊지않고 있지만...넘 오바한건 아닌지 실로 걱정입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게백반...든든합니다.
생수 채우고, 썬크림 쳐바르고...다시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재성이님이 선두로 나갑니다.
선두에서 팀을 끄는 요령이 서툴러 와우님께 몇차례 교정을 받습니다.
용솟음치는 젊은 혈기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뒤 쫓아가는 나머지 일행만 헥헥댑니다.
와우님께서 붙잡아 세우지 않았다면...길바닥에서 객사할 상황입니다.

멀리 천안시 이정표가 보입니다.
왈바져지를 곱게 차려입은 십자수님이... 대포(大砲)만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취재중인 파파라치 사진기자마냥...
객지에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은 그가 들고온 꿀물이 더 반가왔습니다...킬킬킬
십자수님의 꿀물과 더불어 챔프님이 협찬하신 국가대표 영양제...
없던 힘까지 펄펄 솟아 나옵니다.
약 10 여Km를 함께 달려주고...십자수님과 헤어집니다.

10:40분... 전동 개마고개를 넘다가 잠시 길가에서 쉽니다.
와우님 무릎이 아프답니다.
별의별 약을 다 복용하고...맨소래담도 바르고...
이를 악 물고 꿋꿋하게 패달을 밟는 와우님이야말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자의 모델이 아닐수 없습니다.

날씨는 흐려서 다행이지만...아침부터 좀처럼 그칠줄 모르는 맞바람으로 속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더 달리고 싶어도...맞바람과 와우님 무릎때문에 자제해야 합니다.
초반 평속 30 에서 28Km/h로 감소합니다.
주행거리가 100 Km쯤 넘어서면 서서히 지쳐갑니다.
잔차에서 내리고 싶고...눕고 싶고...자고 싶고...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이겨야만 하루 200 Km를 주파할 수가 있습죠...

11:00분... 조치원 외곽도로를 통해 1번국도에서 591번 지방도로로 바꿔 탑니다.
전 직장에서 출장다닐때 자주 이용했던 지름길...
적어도 대전통과를 감안하여 거리상으로는 20 여Km...시간상으로는 1시간정도...충분하게 단축합니다.

11:30분... 강내 농협에서 식수를 채우고 잠시 쉽니다.
라이딩 내내 한마디도 떠들수 없기에...잠깐의 쉬는 시간동안 엄청 수다를 떱니다.
"자. 이제 출발..."  주섬주섬 준비하며...
"먼저 가시죠 ?"
그래도 아무도 맨 앞에 나서질 않습니다.
맞바람이 그만큼 무시무시하기 때문이지요.

12:10분... 대전지역 MTB동호인 남정문님께서 달리는 일행을 붙잡아 세웁니다.
포카리 한캔씩 내밀며...점심식사 하고 가라는...감동 그 자체입니다.
SK건설 현장에 계신데...갑자기 SK 이미지가 마구마구 좋아집니다.
OK...?...SK...?
단순한 인간...음료수 한캔에 이렇게 홀랑 넘어간답니다.

12:50분...신탄진을 지나 대전에 입성합니다.
평속 30Km/h 내외로 끌어도...일행은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달려도 돼 짜샤~"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작년 1200투어 때에는 깜깜한 저녁때 대전에 도착해 1박 했었답니다.
무려 반나절 이상을 앞서 나갔습니다.

대전시내 중리동 쌈밥집에서 점심을 때웁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스스로의 전과에 키득키득 흡족해 합니다.
이분 저분 안부 및 격려 전화가 이어집니다.
든든한 식사와 함께 힘이 납니다.

근데 제 잔차에 약간의 장애가 생깁니다.
뒷바퀴 허브 쪽에서 탁탁...뻑뻑...잡음이 들리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영동에 가면 온바이크님이 들락거렸다던 샵이 있다기에,
일단은 영동까지는 귀를 막고 가기로 합니다.

14:40분...대전 시내를 뚫고 옥천방향 4번국도에 들어 섰습니다.
식곤증과 한낯의 땡볕...매연,졸음, 등 악조건이 한꺼번에 몰려와 한동안 헤롱헤롱 댑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아지랭이가 어지럽습니다.

15:10분...옥천 통과.
길거리 그늘에서 행동식도 까먹고 딩가딩가...
서울서 이곳까지 180 여Km쯤 됩니다.
원래 목표는 옥천에서 1박 하는건데...현재 컨디션이 매우 따봉이므로 조금 더 내려가기로 만장일치 합의를 봅니다.

17:00분...영동 도착.
서둘러 MTB샵을 찾아 제 잔차 손을 봅니다.
스프라켓을 조이고...소음은 다소 줄었지만, 완전무결하지는 않습니다. 
환장합니다.
베스트컨디션이어도 시원치 않을텐데...잡소리에 온신경이 쓰여서 원...

장우석님...조금 더 가야 된답니다.
에구에구...무릎아픈 와우님과, 졸린 저는 걍 여관이나 찾을 줄 알았는데...
영동역 앞 분식집에서 깁밥 한줄을 쥐어 주더니...추풍령을 넘잡니다.
에라 모르겠다...갑시다...

18:00분...황간 부근 노근리를 지납니다.
아시지요 ?...한국전쟁때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오래된 철교 교각이 슬프게 보입니다.
산속이어서 해는 이미 서산으로 기울며...대지가 시원해 집니다.
차량 통행도 뜸하고...뻐꾸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다리가 뻐근해서, 일부 구간은 잔차를 타지않고,
와우님과 둘이서 걍 걸어서 끌고 갑니다.
타박타박 걸으며 "삼포가는길" 노래를 흥얼흥얼 부릅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이상한듯 쳐다 봅니다.
사실 저희는 모두 이상한 넘들입니다.
저 멀리 완만한 추풍령이 보입니다.

19:00분...추풍령...
암것두 볼꺼 없는 썰렁한 작은 마을...
썬크림에 땀범벅에 온갖 먼지, 매연...몰골이 꾀죄죄합니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사람들이지요.
기념사진 맹글고...하산준비 합니다.
깜박등 달고...물 마시고...

김천까지의 20Km다운힐입니다.
지금까지의 고생을 환급받는...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내리막길의 즐거움...
달리는 중에 일몰이 완료되어, 김천 시내에 들어 섰을때에는 이미 어두워져 있습니다.

주행거리 : 252 Km
평균속도 : 26 Km/h

5천원짜리 고기부페집에 갑니다.
무쟈게 먹습니다.
고기가 익기도 전에...소주는 물마시듯이...
무조건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여관방을 잡습니다.
장우석님이 손수 빨래 시범을 보입니다.
욕조에 세제 풀고...발로 짓밟고...헹구고... 짜고...널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우유, 바나나 등 장 봐오고..
장우석님한테 시집가는 여자분은 편하겠습니다.
우리 1200팀의 내무부장관입니다.

재성이님의 코고는 소리가 아주 괴롭습니다.
콧구멍에 치약을 짜 넣는다고 협박을 해 뒀는데...
고단한 저는 팔다리를 움직일수가 없습니다.

가물가물 잠이 듭니다.
잔차타는 꿈...안 꾸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김천의 밤은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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