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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투어 후기] 6/14 (목) 포항~삼척

........2001.06.17 10:03조회 수 940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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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 203 Km

05:30분...일어나는 것은 전쟁입니다.
온몸이 찌뿌둥...삭신이 쑤셔서 흐느적거립니다.
밤새 비가 꽤 왔는데...아직도 빗방울이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09:30분...약간 호전되는 하늘을 보고...출발을 단행합니다.
포항팀의 준비로...오늘은 지원차량(=무쏘)가 있습니다.
토토님과 레드포트님 두분은 직접 라이딩에 참여하시고...
헤네시님과 와우님 두분이 지원차량을 타고 후미를 지켜 주십니다.
오이아님도 잠깐 시간을내셔서 흥해까지 바래다 주신답니다.
듀카티님과 홍주님의 배웅으로 포항을 떠납니다.

1200팀에겐 오아시스처럼 힘을 실어준 곳...

비 온뒤의 세찬 바람에 이가 덜덜 떨립니다.
아직 젖어있는 도로의 흙탕물이 슬슬 튀기 시작합니다.
뚜껑이 열리려고 합니다.

10분도 안되어 포항시내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달립니다.
앞에선 무쏘가 바람을 막아주고...뒤에선 오이아님의 차가 후미를 지켜줍니다.
지원차량 덕분에...배낭은 벗어 던질수가 있습니다.
앞,뒤로 보호를 받으며...시속 35 Km/h 정도로 광분합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주행여건은 너무 안좋습니다.
옆을 지나는 차에서 튀어나오는 물보라와 미세한 흙탕물...맞바람...

흥해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쉽니다.
뼈다귀해장국...얼었던 몸믈 녹이기엔 충분합니다.

제 잔차의 브레이크슈가 닳아버려...교체합니다.
와우님께서 만지작 거리다 칼에 손 베고...에구 죄송합니다.
손재주 많은 헤네시님...완벽하게 고쳐 주십니다.
오이아님은 생업으로 인해 지원업무 마감하고 돌아가십니다.

11:00분...빗물에 옷은 다 젖어 있습니다.
갈아 입을것두 없고...포기할 수도 없고...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갑니다.
맞바람... 그것도 바닷바람의 찝찔한 냄새가 섞여있는...
어찌나 세찬지 잔차가 휘청거립니다.
장우석님과 제가 교대로 선두에서 바람막기 타령을 합니다.
도로 옆에 보이는 바다에는 높은 파도가 난리를 칩니다.

12:50분...강구항을 지납니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곳..그리고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의 빗물은 다 말랐지만...바람은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아무리 내리막이어도 25 Km/h가 나오질 않습니다.

13:00분...영덕...몇시간 달리지 않았지만, 피로가 몰려 오는것 같습니다.
토토님, 레드포트님도 피로해 보입니다.
우리처럼 로드 경험이 많지 않아서...100 Km 넘는것이 한번 뿐이랍니다.
그래도 씩씩하게 우리와 함께 호흡을 맞춥니다.

헤네시님..."내도 한번 탈끼다"...지원차에 실려있던 그의 잔차를 꺼내타고...투어팀 뒤에 들러 붙습니다.
넉넉잡고 2 Km탄후에..."에구에구" 걍 포기하구 다시 운전대를 붙잡습니다.
잔차도 안타는 인간이 간식은 많이도 먹는다고...와우님에게 구박 많이받습니다.

14:00분...평해를 못 미쳐서...접촉사고가 납니다.
토토님의 뒷바퀴와 제 앞바퀴가 걸려서...저만 우당탕 자빠집니다.
바람때문에 빨리 달리지 못한 까닭에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지요.

재성이님과 초보맨님은 뒤로 많이 떨어졌지만...지원차량이 있어서...
별 걱정 없이 선두그룹은 내뺍니다.
오늘은 비 때문에 출발도 늦었고...맞바람으로 악전고투 하고있기 때문에...최대한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와우님...우리와 같이 달리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중간에 잔차를 꺼내어 라이딩 준비를 하지만...
아픈 무릎이 걱정되어, 아무도 반가와 하지 않습니다.
"와우님, 오늘은 그냥 차타시구...이따가 밤에 빨래나 해 주셔..."

관동팔경인 월송정과 망양정을 지납니다.
진경은 보지 못하고...단지 안내간판으로만 만족합니다.
15:30분...김치찌게로 점심을 때웁니다.

울진을 지나 삼척으로 북상하면서 서서히 지세가 험해집니다.
옛날, 이지역으로 무장공비가 떼거지로 몰려 들 수 밖에 없었던...험난한 지형...
업힐도 이제는 장난이 아닙니다.
경상도와 강원도는 그렇게 차이가 났습니다.   
초보맨님의 업힐 속도가 점점 떨어집니다.

지원차량이 앞뒤로 달리면서, 먹고 싶은 메뉴를 신청 받습니다.
그러나 신청만 받고...막상 사다 주는것은 음료수와 쵸코바...
잔차 타는것 만큼, 운전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저속으로 한 없이 따라가야 하는...고통 아닌 고통...
토토님은 와우님의 로드용 타야가 붙은 잔차로 바꿔타고, 다시 힘을 내봅니다.

16:00분...태봉산을 넘는 무지막지한 고갯길...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저녁때가 되면서, 다행히도 바람이 잦아 듭니다.
감사한 생각이 절로 납니다.
연양갱 하나씩 까먹고...다시 힘을 내 봅니다.
이 연양갱 하나가 200 Kcal 나온다는군요.

어렵사리 정상에 오르니 '어서오세요...강원도입니다' 간판이 보입니다.
우석님과 둘이 기쁨의 비명을 질러 봅니다.
검문소 경찰이 구경거리 생겼다구...유심히 쳐다봅니다.

토토님, 우석님, 레드포트님, 저...넷이서 먼저 내리 달립니다.
기존의 2차선 국도가 4차선으로 확포장 되면서...고속도로와 흡사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굽은 길은 펴고 경사는 낮추고...
그래서인지 지도상의 거리보다 훨씬 덜 나옵니다.

17:30분...작년 투어팀이 숙박했던 갈남을 지납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 졌는데...
왕창님이 삼척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하셨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삼척까지 가야 합니다.
이정표엔 삼척 32 Km가 남아 있습니다.

지원차로부터 쵸코바와 음료수를 보충받고...삼척에서 만나기로하구...헤어집니다.
산길, 바닷길을 달리는데...오고가는 차들이 없어...적막속의 귀신공포가 생깁니다.

토토님,레드포트님 까정 셋이서 선두그룹으로 갑니다.
셋 다 라이트가 없어서 초 긴장으로 갑니다.
내리막이 나와도 마음껏 쏠수가 없습니다.
우석님, 초보맨님, 재성이님의 후미조는 지원차의 헤드라이트 덕분에 훤한 시야를 확보하고 뒤따라 옵니다.

힘든 업힐에서, 레드포트님이 "화이팅" 고함을 치면... 토토님이 "으랏차"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기합(?)을 넣으면서 서로를 위로합니다.
1200투어가 이렇게 힘든 것인줄 몰랐답니다.

그래요...'투어' 라는 단어를 고쳐야 됩니다.
모두들 투어라고 하니깐, 슬슬 타고 댕기면서 구경하고, 맛난것 사먹고, 그러다 잠들고...이러는 것으로 착각 하시는가 봅니다.
사람이 할 짓이 못되는...뭐랄까 ?...

"토토님 힘 내슈..."
"레드포트야...힘 내그라..."
"수류탄님, 앞 잘 보이소..."
깜깜한 국도를 세 잔차가 서로 다독거리며 달려 갑니다.
저어 멀리 바다 한가운데...오징어 배들의 집어등(集魚燈) 불빛이 환합니다.

맹방해수욕장을 지나 삼척에 이르는 마지막 고갯길...
이곳은 십수년전 군대가기전 도보여행을 했던곳...가물가물 높고 험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를 악 물고 기어 오릅니다.
엉덩이의 뻐근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내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포항식구들이 바로 뒤에 있는데, 약한 모습 보일수도 없구...
근데 그들도 무진장 힘들었다고 합디다.

21:30분...드디어 삼척 시내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들어 섭니다.
포항을 출발한지 정확히 12시간만의 결과입니다.
다른 도시에 도착 했을때와는 즐거움의 차원이 틀립니다.
기상악화로 가장 힘들게 역주한 포항-삼척간 구간입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잔차를 세우고...토토님과 레드포트님과 셋이 얼싸안고 기뻐합니다.
수원에서 오신 왕창님...식사도 거른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왕창님...자판기 커피 뽑아주세요...돈이 없어요"
배낭이 지원차에 있어서 우리 셋은 거지꼴입니다.

21:45분 지원차와 더불어 후미조까지 도착합니다.
늦은시간...허름한 식당에서 또 김치찌게를 먹습니다.

1200팀이야 이제 방잡고 자면 되지만...
포항팀은 200 여 Km를 거꾸로 내려가야 합니다.
졸지 말고 조심히 내려가라고 신신당부...
그들이 떠나가면서 몹시 허전한 마음이 생깁니다.
오늘 하루 찐하게 고생 함께 나눈 화끈한 경상도 사내들...

이제 1200팀은 왕창님까정 6명으로 보강 되었습니다.
여관방 두개를 잡고 셌씩 나눠 잡니다.

재성이님...빨래도 안하고 걍 곯아 떨어져...우석님과 둘이서 심야빨래를 합니다.
시꺼먼 기름때와 훍탕물...지긋지긋 합니다.
내일 아침에 먹을 김밥 몇줄 사다 놓고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오늘까지 4일째...
점점 지쳐가지만...목표를 위한 열의는 좀처럼 식을줄 모릅니다.

조용한 도시, 삼척에서의 하룻밤...
내일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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