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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향수산...

........2001.07.09 13:23조회 수 69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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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덕천 사거리...

침침한 굴다리 그늘 밑에서, 반갑다고 히히덕거리며 악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바이크님의 꼬드김에 홀랑 넘어간 바부들...

[출석부]
온바이크, 홀릭, 노란자전거, 왕초, 좋은아빠, 재성이, 십자수. 알핀. 론. 수류탄
  (이상 10 명)
   
온바이크...그가 추구하는 번개가 어떠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얄팍한 기대감으로...
오늘은 증말루 괜찮을꼬야...뭐 고생 밖에 더 하겠나 ?

14:20분...땡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풍덕천을 뜹니다.
온 번장님께서 선두에서 길을 잡습니다.
구성을 지나 경찰대학 방면으로 달립니다.

아침에 분당 문형산 마일드번개...
역쉬, 분당이 MTB의 8 학군임을 다시한번 확인 했습니다. 
좋은아빠, 재성이, 십자수, 알핀, 론, 수류탄 등 6명...종일반.
오전수업 마치고, 지금 오후수업이 이어지는 터라...약간씩 체력이 딸리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점심식사때 마신 쏘주가 달아 오르는것 같습니다.
아까 식당 아주머니 말씀이 떠오릅니다.
"미쳤슈...이 더운데 웬 자징거..."

십자수님, 좋은아빠님과 더불어...션한 맥주집으로 새려고 작당을 합니다.
작당만 하고...실행엔 옮기지 못하는 새가슴...

경찰대학 앞 삼거리...빨간 신호등...
온바이크님...망설임 없는 과감한 신호 위반으로...
뒤 따르는 무리들까지...모조리 현행범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맨 뒤에서 쫓아오던 홀릭님...
느닷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여부세여...너무 빠르~잖~헉헉~~아요~켁켁...찬찬히 가여"
속도계를 내려다 보니...어라?...20 km/h 밖에 안되는데...? 
저 양반...지금 마일드 번개로 착각하는가 봅니다.

아닌게 아니라...날씨는 무지하게 덥습니다.
아스팔트의 아지랭이가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바람도 한점 없습니다.

선두에서 달리는 온바님...손가락 두개를 펴보이며...
"이제부터 업힐 2 km입니다...뒤로 전달... "

두번째였던 저는 다음에 있는 론님에게
"2 km 만 가면 업힐 끝이래요...뒤로 전달..."

론님은 그 다음에 있는 왕초님에게
"업힐 2 km면 끝인데, 함 쏘까여...?...뒤로 전달"

왕초님은 그 다음으로 계속 수군수군... 전달...또 전달...
그랬더니...반대로 뒤에서부터 통신문이 전달되어 옵니다.

"선두...쏘시라는데요...앞으로 전달..."

그렇다고 진짜로 쏘는 바부들이 있습니다.
재성이님과 십자수님...
재성이님이야, 젊은 혈기에 업힐을 쏜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근데 늙은 십자수님은 몹니까 ?

콘크리트 도로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경사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도 잘들 오릅니다.
280 랠리를 위한 맹연습...

이 가방, 저 가방에서 꼬불쳐둔 과일,야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오렌지, 자두, 오이...심각한 무게 줄이기.

점점 경사가 심해 질수록...여기저기서 한숨 소리들이 들립니다.
"속았따...그럼 그렇쥐...온바이크 벙개가 다 그렇지 모..."
반란의 목소리...혁명의 굳은 결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온바님..."이제부턴 6 km 환상 다운힐...어쩌구 저쩌구"
당근을 사알살 뿌립니다.

왕초님...지쳐가는 자기 자신이 싫답니다.
자아비판...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280 랠리가 부담이 된답니다.

드디어 싱글로 들어섭니다.
여지껏 콘크리트 업힐... 죽어라 했는데...
향수산 정상까지 아직도 싱글 업힐 2 km가 남아 있다나 ?

무성한 풀숲은 우리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난도질 합니다.
때로는 아카시아 가시에 찔려...비명소리와 더불어...눈물까지 핑 돕니다.
허니비보다 훨씬 곱배기로 난이도가 높은...그렇습니다.

앞에 달리던 홀릭님과 왕초님...
갑자기 헬멧을 부여잡고...온갖 드러운 인상을 보여 줍니다.
두꺼운 나뭇가지에 헤딩...
그래도 그들의 머리마냥...헬멧도 딴딴합니다.
헬멧은 필수옵션입니다.

16:40분...해발 475m...향수산 정상...
하도 숲이 우거져 있어서...과연 여기가 정상인지, 골짜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온바님이 정상이라고 하면...다름아닌 정상인 것 입니다.
또한, 그가 길이라고 박박 우기고 앞으로 나가면...그건 곧 길(road) 인것입니다.

홀릭님...응가의 고민을, 결국 해결 하고야 맙니다.
음식점에서 손 닦으라고 주는 하얀 물수건...
휴지가 없었던 탓에...그 하얀 물수건은...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홀릭님의 응가가 묻은채...향수산에 묘한 향수(?)를 풍기고 있습니다...지금 이시간 에도...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며...숲속은 차츰 어두워갑니다.
직벽 낙하코스가 나타납니다.
어두운 그늘 속이라 더욱 무섭습니다.
우리의 다운힐 매니아들...온바, 홀릭, 좋은아빠...신 났습니다.
여기저기 숲속에서, 즐거운 비명소리들이 들립니다.

저 역시, 그 뒤를 따라 추락하고 있는데...
두 바퀴는 잠겨서...초지일관 미끄럼으로 내려가는...
갑자기 눈 앞에 허벅지 두께만한 나무가 가로로 나타납니다.
에라 모르겠다...헬멧으로 들이박으며...우지끈 뚝딱...
박살을 내며 통과하다가, 미끄러져 자빠집니다.

제주도에서만 피는 꽃이 여기에 폈다고...십자수님 탐구의 정신을 발휘 하십니다.
이름이 뭐라드라?...아직까정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데...

길 잃어 버려...헤메다가...노자님께서 간신히 앞사람 냄새를 맡아가며...
마을길로 내려섭니다.
에버랜드 뒷산이라고 하는데...어디가 어딘지 도통 모릅니다.
아니...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컨츄리를 크로쓰 해야 하는...

17:30분...향후 코스에 대해...온 번장님께서 민심(民心)을 파악하십니다.
"다시 산을 넘어서 돌아 갈래?...아님, 온로드로 돌아 갈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십자수님...벌써 온로드를 향해 절라 밟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에서...수박 한통 깨고...맥주 한깡씩 돌리고...
18:00분...종무식을 마치고...찢어 집니다.

차를 가져오신분들은 각자 주차장으로 달리시구...
재성이님과 저는 서울까지...두시간이나 더 패달을 밟습니다.
"1200 하는거 같다...그치요?...킬킬킬"

해 저문 양재천으로 재성이님과 돌아옵니다.

평균속도 : 14 km/h
주행거리 : 115 km (문형산+향수산+온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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