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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수리산 볼보코스 및 용가리코스...

........2001.08.06 02:09조회 수 588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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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분...양재천 자전거도로...
진파리님을 만나서 수리산까지 잔차로 달립니다.
진파리님은 잔차로 퇴근하면서 야번 가시는 길이고...
전, 차(車)보다는 잔차 한시간 더 타는것이 행복한지라...
 
경마장 뒷길...서울랜드 뒷길...소각장 뒷길...
주로 후미지고 알려지지 않은 진파리님만의 노하우...요리조리 빠져서 수리산까지 절라 달립니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산에 오르기 전부터 더위에 지쳐 기운이 쪽 빠집니다.

20:00분...수리산 입구...
첨 가보는 수리산...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니메이션 동호회 정기모임과 왈바 야번이 합쳐졌습니다.

[출석부]
말발굽, 홍문수, 용가리, 임형식, 진파리, 송동하, 김정기, 수류탄 
                                                                                      (이상8명)
휴가시즌이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못나오셨습니다.

교통사고땜에, 몇개월만에 재기의 길에 오르시는 용가리님...
역쉬 썩어도 준치라고...오랫만의 패달질에도 전혀 문제 없습니다.

말발굽님의 선도하에 임도를 오릅니다.
약물복용을 하셨는지...모두들 총알처럼 빠르게 오릅니다.
강장(强將)밑에 약졸(弱卒)없다구 했는데...
역삼동에서부터 잔차 타고간, 진파리님과 저만... 약졸이 되어 헐떡댑니다.

깜깜한 숲속에서 휘튼치드가 무럭무럭 뿜어져 나옵니다.
게다가 은은한 뻐꾸기 소리...
보름달...
에어컨같은 시원한 바람...
헉헉대며 업힐의 고통을 즐기는 족속들... 

어느정도 오른듯한 중간지점...늘 쉬는 장소랍니다.
뒤에 올라오신 임형식님...넘어져 하반신만 남기고 벼랑끝에 걸렸다가 구사일생 하셨다구...
초행인 저는 동서남북의 구분이 없고, 시간과 거리에 대한 개념도 없습니다.
오로지 앞에 가시는 말발굽님의 뒷타이어만 죽어라 쫓습니다.

그동안 왈바 게시판에서만 만나왔던 제이리님을 만납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말씀도 부드러우신 분입니다.
일행 몇분과 함께 야간 나들이를 오셨는데...이후 우리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하게 달립니다.

폭우 때문에 임도 폭 3/4정도 유실된 곳도 보입니다.
쳐박히면 곧 듀금입니다.
잡초는 무성해서...순간순간 달리다가 길을 헤메기도 합니다.

용가리님의 거구에서 우러나오는 구여운(?) 즐거운 비명소리를 들으며,
내리막을 우당탕 달리는데... 순간, 앞 잔차의 헤드라이트가...
써치라이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습니다.
말발굽님께서 다리에 모기가 물렸다나 해서 움찔하시다가 고만...

다시 내리막...증말 신납니다.
우당탕 튀는 핸들의 감촉이, 낚시의 손맛처럼 짜릿합니다.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아 나는것 같습니다.
서울근교 수도권에 이런 넓고 평탄한 임도가 다 있구나...

근데 앞선 말발굽님 뒷타이어에서 푸쉬쉭...뽕...
튜브레스타이어 펑크 나는걸 첨 봅니다.
펑크가 아니라 타이어 옆면이 찢어졌습니다.
수리산만 오면 이런다구...말발굽님의 투덜투덜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 칩니다.
하긴, 지난봄 대회때...펑크나서 중도 포기 하셨었지요.

콘크리트 도로가 나오면서 마을길인듯...
아쉽게 끝나는건가...?...히힛...다시 우측 임도로 선두가 길을 잡습니다.
낮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그러나 땡볕에 녹겠지요.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히 섞인 선선한 밤길입니다.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자주 물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 수퍼가 있는지 몰라 아껴 마셔야 하는 비참함...

앞 잔차 빨간 깜빡이를 보면서 임도 모퉁이를 돌자...
깜깜한 길가에 웬 사람들...머리카락이 쭈뼛쭈뼛 헬멧을 비집고 나옵니다.
길가에 많은 사람들이 흐느끼면서, 때론 울부짖기도 하면서...
근처 기도원에서 산상(山上)기도하는중 이랍니다.
산에서는 사람 만나는 것이 제일루 무섭습니다. 

마을길을 지나...또 업힐...
도대체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길이 없구...뱅글뱅글 도는것 같기도 하구...
길 모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매점에서 용가리님께서 아이스크림을 쏩니다.
이름하여 "용가리 재기 기념"
음료수 보충후...최초 임도개시점 쉬던곳까지 오릅니다.
그러고보니 한바퀴 임도를 뺑 돌았습니다.
연장은 20 여km가 조금 안된답니다.
폭우 때문에 노면위의 흙이 많이 유실되어, 잔돌만 남아있지만...

남은 볼보코스와 용가리코스로 향합니다.
이제부터는 싱글입니다.
임도와 싱글을 함께 즐긴다는것이 더욱 즐겁습니다.

사사삭...풀숲길을 헤치며...
말발굽님과 싱글 업힐을 바락바락 기어 오릅니다.
아직 싱글엔 습기가 더 남아 있는건지...바닥이 조금 미끄러운듯 합니다.
특히 나무뿌리 밟고 넘을때엔...미끄럼은 기본옵션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말발굽님과 저...거의 동시에 업힐중 미끄러져 벌러덩 하늘을 봅니다.
이래서... 하늘을 한번 보게 됩니다.
우쒸...넘어질땐 크랭크나 변속기땜에...가급적 왼쪽으로 넘어지랬는데...
말발굽님이나 저나...오른쪽 궁둥이에 흙 잔뜩 묻혔습니다.

선두는 용가리님...후미는 홍문수님...
쑝쑝 빠지면서 신나게 내려갑니다.
밑으로는 산본의 아파트단지 불빛이 보입니다.
평소 등산객들이 많은듯...코스가 다듬어진 느낌입니다.
신나는 다운은 금방 끝납니다.
뭐...몇분 안 탄것 같은데 벌써 볼보코스가 끝났답니다.
이렇게 아쉬울데가 있나...?

시간은 23:00가 훨씬 지났는데...
아직 용가리코스가 남았습니다.
용가리님께서 손수 기획 연출하여 발굴해낸 산본지역 최고의 싱글이랍니다.
태어난 아가의 미소 앞에서 사라지는, 산모의 고통처럼...
오늘 내내 업힐에서의 고달픔을 모조리 잊습니다.

진파리님 라이트가 가물가물 하더니...결국 운명.
앞뒤 빛 동냥에 의지하여 조심조심 타고 내려갑니다.
아~좋아요...정말 좋아요...(신문선버젼)

집이 먼 임형식님과 홍문수님은 넘저 빽홈하시구.
남은 사람들...그냥 갈 수 없습니다.
평촌의 김정기님 단골맥주집으로...

시원한 마당에 파라솔 테이블 펴고...프라스틱 의자에 앉아...
근데, 용가리님의 몸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가 봅니다.
그 프라스틱 의자가 순식간에 뽀사집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

그보다, 뻔뻔한 두 양반의 순발력이 돋보입니다. 
김정기님 왈..."기뻐하세요 아주머니, 저희가 불량품 의자를 찾아 냈어요..."
말발굽님 왈..."속히 본사에 리콜 하심 돼여..."
(그때 우리는 노스웨이브신발 반품에 대해 얘기하던중 이었음)

시원한 맥주 첫잔에 크아~~몸서리를 칩니다.
익일새벽 02:30분까지 대화의 광장을 닦습니다.
자전거 타는거 보다, 더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맥주값은 홈그라운드 김정기님께서 감사하게도 가차없이 계산해 버립니다.

새벽 04:00분...대문을 열고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귀가합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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