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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골과 진동계곡을 다녀왔습니다.

........2001.08.15 13:29조회 수 738추천 수 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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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바 사이트에 처음 글을 올리는 스나이퍼입니다. 지난 11일, 12일 미천골과 진동계곡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저의 단짝인 까미노님과 함께 1박 2일 정도의 강원도 오지, 혹은 임도의 tour를 계획하던 중 bunny님이 올리신 번개의 계획을 보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기대하던 번개가 있었다니....
  11일 새벽 4시에 잠실선착장에서 일단 세분과 처음 인사를 나눕니다. 다부진 근육질과 진한 눈썹의 골드김님, 영화배우처럼 생긴 bunny님, 영원한 산사나이 제이제이님 등입니다. 유일하게 아는 얼굴인 미루님이 안보입니다. 전화 확인 결과 아직 수면중입니다. 긴급 연락을 통해서 잠실 선착장으로 급히 부릅니다. 5시에 드디어 출발해서 중간에서 식사 후 9시 30분 미천골 도착, 10시에 tour를 시작합니다. bunny님이 휴양림 직원에게 오늘의 코스에 대해서 문의하는 순간 관리소 소장이 나와서 산사태를 핑계로 우리의 tour를 훼방놓기 시작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미루님은 대꾸도 안합니다. 토봉단지를 지나고 첫 번째 바리케트로 올라가니, 소장이 네발 오토바이로 벌써 도착해서 다시 협박합니다. 다시 무시하고 올라가는데, 저 밑에서 오토바이의 소리가 들립니다. 관리소장의 명령을 받은 공익근무요원 두 명이 100cc 오토바이를 타고서 저희를 저지하기 위하여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순간 저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오토바이와의 경주를 시작합니다. 열나게 페달질 합니다. tour de France의 테이프에서 봐두었던 댄싱 흉내도 내보고, 명화 '영광의 탈출'에서 포로 한 명이 오토바이로 탈출하던 장면을 상상하며 힘차게 올라갑니다. 업힐에서는 추월당하며, 다운힐에서는 당근 제가 빨리 내려갑니다. 마지막 업힐 30m를 남겨놓고 오토바이에게 드디어 추월당합니다. 기분 진짜 나쁩니다. 공익 근무요원들 한마디 합니다. '자전거가 어떻게 그렇게 빨라요?'... 불바라기 약수는 철분과 탄산의 조화입니다. 힘들게 떠왔는데 다른 분들 한모금씩 시음하더니, 버리고 계곡물로 다시 담습니다. 기운 빠집니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다던데...약수를 지나서는 업힐과 다운힐의 반복입니다. 그다지 힘들지는 않습니다. 산고양이의 엄기석님의 안내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국은 조봉(1182.3m)을 중심으로 크게 한바퀴를 도는 코스인데, 산자락을 도는 것이 끝이 없고, 돌면 저멀리 나타나는 임도의 모습이 사람의 기선을 제압합니다. 질려서 소리 지르면 골드김님 한 말씀 하십니다. '그래야 70km가 나오지!' 맞습니다. 할말이 없습니다.
  중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행동식을 섭취하는데, 다들 준비해온 것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뷔페 서비스를 산 위로 주문한 것 같습니다. 1주일은 산에서 버틸 것 같은 양입니다. 평소에 연양갱 혹은 초코바 2-3개를 뒷주머니에 끼고 타던 까미노님과 저는 여러 분들 덕택에 영양섭취 든든히 했습니다. 특히 취사병 출신의 bunny님  메뉴는 양과 질의 모든 면을 만족시키는 특식이었습니다.
간만에 타보는 긴 코스인데, 근육질의 골드김님 코스내내 지구력과 근력이 끝내줍니다. 뒤에서 쫓아가면서 보게되는 다리의 근육은 뒷사람을 질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미루님은 암벽 등반가답게 당연히 파워를 발휘하셨고, bunny님은 전날 잠실 선착장에서 밤새고, 미천골까지 운전하고도 역시 철인답게 힘찬 tour를 합니다. 잔차탄지 두 달 되었다는 제이제이님은 70km 내내 줄기찬 힘을 보여주시면서 문제없이 따라 오십니다.
  다운힐은 너무 길고 노면 상태가 불량하여, 세 대의 잔차가 펑크납니다. 트랙 양옆의 풀에 양쪽팔을 끝임없이 난도질 당합니다. 제가 으악하면 뒷사람 다시 으악하고 그 후로 메아리가 계속됩니다. 아랫 서림에서 on-road 로 휴양림까지 복귀합니다. 7시에 도착하니 9시간의 tour였습니다.
  다음날은 진동계곡으로 향합니다ㅣ 차량으로 446번 국도를 타고, 내린천을 따라서 상남을 거쳐서 방태천으로 갑니다. 여기서 주차후, 쇠나드리-설피산장-삼거리-하얀찻집을 거쳐서-단목령까지 갑니다. 찻집에서 설악산 국립공원의 경계선인 단목령까지 가는 길은 때묻지 않은 원시계곡 그대로였고, 30cm의 싱글트랙을 타고 가는 길은 동화의 나라에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악인 두 명을 만나서, 우리도 자전거로 백두대간을 종주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하얀찻집에서 온갖 약재가 들어간 차를 마시면서 미루님은 다음번 묻지마 single course를 발견했다면서 무지 좋아합니다. 조침령-북암령-단목령-하얀찻집의 single인데, 환상적일것이 분명합니다.
  인제까지와서 bunny님과 제이제이님은 잔류하고 나머지 네 명은 서울로 향합니다. 중간에서 골드김님이 근사한 한정식 쏘십니다. 감사합니다.
  미루님은 지칠줄 모르고 운전하는데, 입심또한 자전거의 경력만큼 대단합니다. 거의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언변을 자랑하는데, 알고보니 저보다 중학교 1년 후배입니다. 중학교때 여학생 이야기 꺼냅니다. 하얀다리가 어쩌고,,, 절대 졸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인제에서 9시간 걸려서 잠실에 도착하였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인데 9시간 짜리 코스를 타려면 9시간의 운전은 각오해야 합니다.
  이번에 함께 번개에 참석했던 모든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 정말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신나고 보람찬 번개였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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