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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박달산 등산기

........2001.09.04 07:33조회 수 635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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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산 전야제와 박달산 등산기..

-------- 그랬다. 박달산은 라이딩이 아니라 등산이었다. -----------
(아래 사진은 "박영춘의 산행정보"에 있는 사진들입니다.)


요즘 짱구님이 묻지마에 관심이 많으시다.
온바님을 쫓아 묻지마투어에 갈 생각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이는 얼마전까지 말바가 체질이라고 말한 짱구님 본인의 말과는 진정으로 상반되는 내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언감생심 가온같은 말바가 어찌 묻지마를 꿈인들 꿀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박달산 벙개는 아마 그 일환으로 서울 서북쪽 주위산들을 섭렵해 보고 싶은 짱구님의 깊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역시 묻지마로 진행되어 박달산의 라이딩 후기가 아닌 등산후기를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요일 박달산 벙개를 둘이서 단촐히 갔다 오기로 약속이 된 상태로,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아침 마일드바이크 게시판에 가온을 부르는 짱구님의 목소리가 있다.
박달산 전야제로 정발산이나 고봉산을 가잔다. 흠..어찌해야 하나?
아마 짱구님이 저녁 라이딩 후 맥주한잔이 생각나시나 분데...
슬쩍 와이프의 의향을 물으니 갔다오랜다.
고봉산은 조금 먼 거 같고, 정발산 간단하게 타면 좋겠습니다하고 리플달고, 약속시간 맞춰 정발산으로 향한다.

오호, 우리 동네에 이런 샛길이 있었단 말인가? 항상 넓은 차도를 이용해서 일산으로 향했는데, 여기에 이렇게 아름답고 분위기 나는 기차길과 논, 밭을 왜 몰랐더란 말인가?
기분좋게 페달링하여 정발산 입구!!

이전에 혼자서 왔을 때 무지 힘들어하던 업힐이다.(보도블럭이 끼워져 있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쑥쑥 그냥 올라가는 거다. 한 참 신기해하며 올라가는데, 중간에 왠 잔차가 옆에서 나온다. 두 분 이서 아는 척을 한다. 누굴까?
아하..
이번에 미국에서 잔차를 사 오신 짱구님의 형님(이하 짱형님이라 약칭합니다.)이셨던 것이다.
짱구님이 짱형님에게 엠티비를 가르쳤는데 지금은 짱형님이 더 잘 탄다는 짱구님의 설명이다.
셋이서 올라가니 금방 정상이다...(정발산은 86m의 아주 야트막한 산이다..)
여기서 잠시 휴식하고 다운힐을 하기로 한다. 정발산은 아주 많은 등산소로가 있는데, 하나하나가 너무나 훌륭한 싱글코스라고 한다. 역시 두분 이서 급한 경사도 타는데, 나는 아직 불안하다. 탈만한 곳은 타보는데 아직 몇 군데는 어렵다.

내려와서 약수한잔 하고 다시 업힐.
아주 급하지는 않지만 나무뿌리가 군데군데 위협한다. 이 나무뿌리만 보면 더 긴장된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잘 올라왔다고 생각하던 싱글업힐을 마지막 부분에서 나무뿌리를 보고는 지레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자전거가 옆으로 기울면서 한쪽등으로 바닥에 넘어지고 만다.
넘어졌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꽤 자랑스럽다. 이정도가 어디냐 ^^*
짱구님은 잘 넘어지는 곳이라고 하면서 위로해주셨다. 담에는 더 잘할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좀 쉬다..다시 다운힐...벌써 날이 어둡다..
역시 짱구님...맥주한잔 하고 가잔다. 짱형님 집 근처의 맥주집으로 들어가서 흑맥주를 들이킨다. 땀흘리고 나서의 맥주는 정말 시원하다.
여기서 짱형님의 미국 엠티비 코스를 타고 곰과 맨몸으로 대결(사실은 곰은 나올 뻔 했다는군요^^)한 얘기, 그쪽나라 사람들의 엠티비 습관등을 재밌게 들었다. 미국인들은 개와 함께(물론 이것도 혹시 곰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라는데...) 라이딩을 많이 하고, 엠티비코스에 항상 말발굽자국(말발굽님이 갔다오신 것은 아니시죠?^^)과 함께 말똥이 계속 있다는 말씀이며, 코스를 5등급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책자며, 아주 자세한 라이딩 지도, 항공사진을 이용한 지도...등등 경험담들을 많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비디오로 찍어오실 예정이라고 하니까 기대를 해봐도 좋을거 같다.

시간이 지나 다들 헤어지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대충 챙겨먹고 이것저것 준비해 7시 약간 지난 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
짱구님 벌써 나와 계신다. 가볍게 인사 후 로드를 탄다.
일요일 아침이라 차들은 별로 없고, 길옆에 한 줄로 늘어선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데, 이 때 옆 보도를 지나가던 한 쌍의 젊은 남녀, 갑자가 걸어가면서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짱구님 얼굴 돌아가고, 나도 역시 돌아갔다. 앞서가던 짱구님 나를 돌아보며 씩 웃는다.
우리나라 좋은나라다.
약간의 언덕이 있었지만 별로 힘들이지 않고 박달산 입구에 도착.



참고로 짱구님도 이 산은 처음이다. 고로 묻지마 벙개인 것이다.

초입의 아주 편안한 싱글을 보면서 '야, 이정도면 정말 좋은 코스다'라고 생각했지만 뒤로 가면서 이러한 즐거운 상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쉬엄쉬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몇 번 반복한 후 경사가 급한 업힐이다. 잔차를 내려 끌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이날 등산의 출발이 될 줄이야..
이후로 거의 정글을 헤치고 나가는 수준의 길이 계속된다.
등산객은 하나도 없었고, 산 아래에서 우리를 본 동네 아주머니의
'이길을 자전거를 타고 우째 간데?' 하던 말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사실 등산하기에는 참 좋은 산인건 확실하다. 근데 왜 등산객이 없을까.....

중간 기착지인 전망대!
그래도 아래를 내려다보니 즐겁기는 하다. 들고온 간식을 먹으면 잠시 담소..다시 오른다. 물론 끄는게 대부분이지만....

지도에 나와 있는 헬기장이 왜 이렇게 먼 것인가? 가도 가도 헬기장은 보이지 않고 군부대의 훈련장만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짱구님, 여기가 예비군 훈련장인가요?'
나의 질문에 짱구님의 대답
'여기서 예비군들 훈련하라고 하면 게거품 물고 다들 도망갈 겁니다' 그런다.
내가 봐도 예비군들은 이런 거 못할 거 같다. ^^

어렵게 정글을 헤치고..헬기장 도착...전망이 시원하다.

역시 등산객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고, 길은 타다 끌다 하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등산객이 워낙 없어 등산로에 풀들이 많아 길이 안보일 때가 많았다.

체력은 이제 거의 바닥이 난 상태고 이런 길을 계속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상까지 가실 건가요?' 가온이 물었다.
짱구님 말씀
'묻지마는 정상을 밟아야지요. 임도로 8부정도 타는 것은 재미없잖아요' 그런다.
'네 올라가시지요'
이 말이 화근이었겠지.

헬기장부터 박달산 정상까지의 처음 길은 정말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싱글길이었다. 이 길을 안 거치고 내려갔으면 나중에 후회를 꽤 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길이었으므로.....

그러나 그 이후 나무계단과 바위를 자전거를 짊어지고 오르는 등산이 끝날 줄을 모른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이 있는 법.
정상이다 라는 짱구님의 목소리가 반갑다. 정글이 확 개이면서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는 정상이다.
역시 산은 정상을 밟아봐야 돼. 기분이 다르잖아!!


하지만 나무그늘이 하나도 없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해가 너무 뜨거워 바로 하산결정.

반대방향으로 다운힐시작이다.
역시 초반 급경사의 다운힐(바위가 뾰족뾰족하다.)은 당연히 들고 내려가고 흙길이 나오면 조금씩 탄다.
이 때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난다.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여긴 꽤 높지요 그런다. 네 하고 지나갔다...끌고 가고 있는 중이었기 땜시.^^*

앞서가는 짱구님, 뒷바퀴를 지지지직 끌면서 다운힐 하는 중인데, 뒤에서 보니 빨간 뒤바퀴가 납작하다.
'짱구님, 펑크에요'
안들리는지 그래도 지지지직..
''펑크에요, 짱구님'
내려서 보시고는 난감한 표정.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털썩주저앉아 잠시쉬다 자전거 펑크수리..

금방 끝나고 다시 잠시 탄다. 정말 잠시 탔다. 정글이다. 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람 한사람 다닐 정도의 등산로이다. 자전거는 자꾸 옆 덩굴에 걸려 나가지를 못하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자전거 들고 다니느라 팔도 아프다.

정글을 통과하니..이제야 하늘이 보인다. 몇 분의 등산객을 다시 만났다. 여길 자전거를 가지고 왔냐고 하면서 어디를 통해서 왔는지 물어본다.
가슴을 활짝 펴고, 보무도 당당히, 세상에서 가장 거드름을 피우는 얼굴을 하고, 뿌듯하게 말했다. 에헴(또는 어흠)
'박달산 정상에서 왔습니다.' 후후후 속이 후련하다...정상에서 왔다니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듯 다시 본다.(혹은 왠 미친 사람이냐는 듯)
한분은 엠티비를 보는 등산객이 늘 하는 말이지만 짱구님 잔차를 보고 이거 비싸죠? 얼마에요 라고한다.
늘 하는 대답인 듯 짱구님..심드렁하게.
'비쌉니다.'
지지않고 등산객아저씨 돈 천만원정도 하나?
'그 정도는 아니죠'
이전에 어는 분 말씀처럼 자전거 타는 사람보다는 자전거값이 궁금할게다.

대충 이렇게 마감되고, 아래쪽 길 물어보니 자전거 탈만하단다.
그 말만 믿고 클릿끼우고 출발.
호호...돌임도가 나타난 것이었다.
덜덜덜덜 손바닥에 느껴지는 자전거핸들바가 기분좋다. 끝까지 내려오는데 한참 걸렸다.

다시 차도로 나와 천천히 로드를 탄다.

슈퍼에 들러 짱구님이 쏘신 음료수와 간식을 먹고 '바이크리님의 남한산성'이 궁금해서 전화한다.
점심식사중이라면서 바이크리의 명성에 비하면 오늘 참가한 인원이 적다고 한다. 허니비만 타고 내려왔단다. 이쪽은 어땠냐고 물어본다.
'묻지맙니다.'라고 대답해줬다.

전화가 끝난후 다시 로드로 이동..
보광사 앞의 빡센 업힐이 기다린다.
딴 때 같았으면 지레 겁먹었겠지만, 짱구님보다 먼저 출발했다. 굽이굽이 끝이 안보였지만 그래도 한번 쉬고 다 올라왔다. 역시 대견스럽다. 강촌갔다온게 꽤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시속 63km의 다운힐...시원하다....
돌아오는 길은 차량이 벌써 정체되어 길이 좁다.
조심조심 돌아왔다.
점심을 집에 가서 먹겠다고 말했더니, 배낭 속의 헨드폰이 연신 울어댄다. 빨리 안 오냐는 와이프겠지 하면서 열심히 페달질하여 집에 도착했다.

재밌는 산 가르쳐주신 짱구님께 감사말씀을 전하고 싶구요, 땀도 무지 많이 흘린 즐거운 박달산 등산이었습니다.

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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