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인제군 내면 신남리-정자리-응봉산(979m)임도-상남면 하남리-
31 번 국도-446번 지방도-소치고개-신남리
일시:10월 2일
참가인원: 스나이퍼 그리고 까미노
08:50 0Km 신남리출발
09:45 12.8Km 소치초등교, 노인정
10:10 19.5Km 정자리
11:00 25.8Km 임도 첫 번째 삼거리(왼쪽)
11:45 31.3Km 임도 두 번째 삼거리(오른쪽)
12:40 38.2Km 임도 세 번째 삼거리(왼쪽)
13:15 40.3Km 하남리 바리케이트
13:35 44.7Km 31번 국도(하남리 용포교)
14:50 55.0Km 446번 지방도 입구
16:30 72.1Km 446번 지방도 벗어남
17:10 75.5Km 우각천(소치초등교)
18:20 82.0Km 신남리(소치고개 경유)
양평, 홍천을 지나 인제로 가다 보면 신남리를 조금 못미처 오른쪽으로 446번 지방도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설악산이나 속초를 오가면서 여러 번 눈에 띠었지만, 잔차를 타면서부터 비포장으로 잔차를 기다리는 그 자태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한 번 꼭 가봐야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도에 포장공사진행중이라고 써 있는 446번은 신남리 조금 못미처 동쪽으로 진행 23 Km 달린 후 상남면 상남리에 이른다. 잔차를 타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오대산 월정사에서 명개리로 이르는 도로 역시 446번의 일부이다. 진동리로 가는 조침령이나, 방동약수에서 아침가리골로 가는 도로가 포장된다는 서글픈 소식을 접하면서, 446번이 완전히 포장되기 전에 달려보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에 내렸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승객이 별로 없어서 가뿐히 전철에 잔차를 실었다. 새벽부터 빨빨거리면서 터미널까지 가는 것보다는 우아하게 전철을 이용하는게... 6시 15분 신남경유 거진행. 아침부터 짙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혹시 비가 오려나..
신남에서 하차 인제쪽으로 진행하다 오른쪽 부평교를 건너 정자리쪽으로 우회전.(4.5Km) 걱정했던 날씨는 조금씩 좋아지더니 이내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오늘도 열심히 선크림 발라야겠다. 간간이 보이는 붉은 단풍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오른편으로 소치초등학교가 보이고 조금 지나서 홍수에 반쯤 부서진 노인정이 보인다.(12.8Km) 이곳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계시는 한분께 정자리를 지나서 원대리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비교적 잘 정비된 임도가 있단다. 시멘트포장을 따라서 약 50m 오르다 조금전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준 오른쪽으로 향한다. 처음으로 들어서는 비포장이다. 그래도 버스가 오가는 길이라서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기는 했지만 평탄한 마을길이다.
정자리(19.5Km)- 정자초등교(폐교-길 왼쪽)를 지나 100여 미터 진행 왼쪽으로 돌아들어 2 Km 쯤 가니 갈령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밭 사이로 시멘트포장을 땀흘리면서 열심히 올라가 보니 노란색 물탱크가 보이고 길이 막혔다. 온 길을 뒤 돌아보니 오른쪽으로 시멘트포장길과 임도의 흔적이 보인다. 크-- 허무하구먼. 되돌아서 임도로 접어든다.(갈령골 진행방향에서 왼쪽) 임도 중간에 지도가 있다. 비교적 자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으나 현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다니..
잘 정비된 고속도로(?)를 따라서 2 -3Km 정도 오르니 삼거리가 나온다.(25.8Km) 고개의 정상인 것 같다. 스나이퍼가 가지고온 오이를 나누어 먹으며 오른쪽 내리막기로 가리로 정한다. 신나는 내리막 열심히 내려가다 보니, 이럴 수가 조금전 갈령골에서 잘 못 올랐던 노란색 물탱크가 발 밑으로 보인다. 저놈의 물탱크 두 번씩이나... 아직은 초반이라서 둘 다 군소리 없이 전의 삼거리까지 씩씩거리며 업힐해서 다른길로 들어선다.
또 삼거리(31.2Km) 이번에는 오른쪽. 아마도 왼쪽은 원대리로 내려가 31번 국도와 만나는 길인 듯 싶다. 임도 양쪽으로 간간히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과 홍엽이 눈에 들어오지만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다. 2주정도 후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룰 듯 싶다. 응봉산(해발 979m)을 따라서 굽이굽이 7 Km 정도 가니 삼거리(38.2Km). 이곳도 지도가 있지만 현재 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참고만 한다. 12시 40분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마을로 내려서서 따뜻한 점심을 먹기로 하기 왼쪽 내리막길로 간다.(오른쪽은 대바위산(해발1091m)을 끼고 하남리로 내려가는 10여 Km의 길인 것 같다)
갑자기 길이 끊긴다. 비로 산사태가 났는지 10여 m정도의 길이 유실되어 있다. 발 밑은 이삽십 미터 낭떠러지.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건너기로 했다. 50 m쯤 산비탈을 내려섰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흘러내린 돌과 흙으로 자꾸 미끄러진다. 이러다 흙더미에 깔리면 어쩌나 휴대폰도 안 되는데... 그래도 한참만에 간신히 올라섰다.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대 여섯 곳의 산사태 지대를 더 지나서 바리케이트에 이르렀다.(40.3Km) 마을에 들어서너 이곳의 표정은 가관이다. 산에서 흘러온 바위덩어리에 마을이 초토화된 듯한 느낌이다. 강에는 허연 바위들이 여기 저기 뒹글고 곳곳에 부서진 다리들. 중장비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좀 버거워 보인다. 그래도 홍수후에 지었는지 아니면 물난리에 용케도 살아 남았는지 예쁜 별장들이 여러 채 있다. 하남리로 내려오니 31번 국도 용포교다.(44.7Km) 항상 산에서 푸석푸석한 행동식만 먹다가 모처럼 따뜻한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2시 20분 나무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446지방도를 타기 위해 31번 국도를 따라서 남쪽으로 페달링. 오미치라는 언덕이다. 지난 여름 버니님의 미천골 번개에 따라왔다가 이곳을 지난적이 있다. 힘 좋은 무쏘 덕분에 별로 심하다고 생각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넘어야할 고개가 까마득한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조금 전 밥도 먹었는데 엔진(?)이 시원치 않나 보다.
상남리 446번 지방도 입구(55Km)
지도책에는 포장공사중이라고 나와있다. 점심을 먹으면서 마을 사람한테 물어보니 완전히 포장공사가 끝난 것은 아니고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초입에서 1 Km 정도 들어가니 굽이굽이 언덕이 시작된다. 그래도 포장도로라서 오르긴 올랐다.
신나는 다운힐로 첫 번째 고개를 내려서니 왼쪽으로 봉남대초등교의 흔적이 보인다. 무너진 건물 안으로 복도인 듯한 형태로 간신히 학교 건물 이였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앞쪽에는 화장실 자리도 보인다. 폐교된 지가 너무나 오래된 때문일까? 어느 곳이 운동장 자리인지조차 분갈할 수 없을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다.
메밀꽃인 듯한 하얀 꽃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수풀들. 길 양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사람들이 떠난 황폐한 집들뿐이다. 잔차를 타면서 많이 보는 것중의 하나가 폐가와 폐교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가? 어디가 논인지 밭인지 그리도 어디가 마당인지 조차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이 지났다. 마치 원폭을 맞은 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수년의 시간이 지난 후 자연 그래도 자생한 듯한 풍경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이채로운 모습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 있는 쭉 뻗은 길이다. 희한한 풍경에 넋을 잊다보니 다리에 부하가 걸린다. 오르막이다. 저 멀리 왼쪽 비스듬히 높은 고개가 보인다. 꽤 높아 보이는 저곳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폐달링을 해 가지만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우리가 지나가야 할 비둑재다. 굽이굽이 오르는 그런 고갯길이 아니다. 그냥 정상을 향하여 쭉쭉 길이 나 있다. 첫 번째 굽이를 도니 이번에는 더 급하고 긴 오르막. 그냥 보기만 해도 질린다. 내려서 사진한장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신남리 버스터미날에서 만난 어느 아저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기도 이곳에서 살다가 길이 새로 뚫리면서 보상금을 받고 나왔다고 한다. 이 근처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왜 모두들 떠났을까? 잔차를 타고 간 오지중의 오지라고 생각되는 아침가리골에서도 태극기를 걸어 놓고 굳굳하게 살고 있었는데... 뻥 뚫린 도로변에 전혀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다...
비득재를 내려서면 비포장도로이다. 비포장이라고 하지만 얼핏 보기에 4차선쯤되어 보이는 폭으로 포장을 위하여 널찍하게 잘 닦여져 있다. 이곳도 머지 않아 검은 콘크리트로 덮이겠지.. 오른쪽으로 덩그란히 탱크가 보이고 폐교된 김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군발이 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이 근처에는 모든 건물들이 폐허가 되어 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사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길 왼쪽으로 홍천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나, 도로 표지판이 보이질 않아 군발이 초병에게 길을 물었다. 부대가 이전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근처 지리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 같다. 학교 앞쪽으로 '군훈련장이니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보이는 곳이 홍천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하는 짐작만 한다.
초병왈 약한 언덕이 한 두개 더 있으나 방금 지나온 비둑재만한 큰 언덕은 없단다. 다시 약한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의 보상이 있는 법 그냥 내리 쏜다. 쭉쭉 일직선 길이고, 비포장이건만 잘 정비된 덕에 속도계가 60 Km/h를 넘나든다. 언덕을 내려서서 다리를 지나(갑둔교) 조금 가면 왼쪽으로 오개당 고개로 가는 길이 있다. 도로 표지판이 있지만 반대편 차선에서 잘 보이도록 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고개를 하나 넘어서 어론리, 오개당고개를 넘어서 44번 국도를 따라 신남으로 갈 수 있다.
길이 조금 오르막인가 싶은 곳에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인다.(446번 진입 17 Km 지점) 소치고개를 지나서 신남으로 가는 길이다. 446지방도를 버리고 이곳으로 잔차를 몰았다.(72.1Km) 계곡에 들어선 때문인지 조금은 싸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기온이 낮아서 일까? 유난히도 붉게 물든 단풍잎에 사진 한 장. 길을 따라서 흐르는 시냇물,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수풀이 ,446번 지방도는 원폭 맞은 곳이라면 이곳은 동화속에 나오는 아담한 길이다. 그녀랑 단둘이서 조용히 낙엽을 밝으며 트레킹하기 좋은 장소다.
길이 조금 험해지고 큰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잔차에서 내려서야 할 정도의 큰돌들로 변한다. 간간히 깊게 파인 4 wheel 차량의 바퀴자국이 눈에 뜬다. 야들이 한 번 지나가면 쑥대밭이 된다. 굉음을 내면서 이곳을 지나갔을 짚차들이 눈에 선하다. '차량통행금지'라는 서투른 글씨의 현수막을 지나니 시야가 확 트이면서 작은 운막과 가지런히 벤치가 시선을 끈다. 누군가 운치를 아는 사람이 사나보다. 3 K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아기자기한 길이다.
계곡을 내려서니 우각천 건너편으로 아침에 지났던 정자리 가는 도로와 소치초등교가 보인다.(75.5Km) 17시 10분. 조금 늦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조금 전 지난 오솔길을 생각하며 소치고개를 넘어서 신남으로 가기로 정하고 강을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진행하여 조금 오르니 삼거리다. 왼쪽 바리케이트가 있는 쪽으로 길을 택해 조금 심한 업힐을 오르다보니, 왼지 이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조금 전 삼거리로 back 다른 길을 택했다.
마지막 고개라는 생각에 잔차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오르려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큰비 때문인지 돌덩어리 뿐이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되어 비가 오면 그대로 물길이 될 것 같다. 길이 험하니 가지 말라고 말리던 식당 아저씨의 얼굴이 새삼 떠오른다. 돈 벌어서 가벼운 잔차를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1 Km정도 잔차를 둘러메고 걸었다. 정상에 올라서서 주위를 돌라보니 별로 뵈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도 평탄치 않지만 그래도 내리막은 내리막이다. 굴러서 내려왔다. 잔차와 함께. 다 내려서니 신남리 터미널 바로 옆이다.(82Km 18시 20분)
그리하여 무사히 신남까지 돌아왔다.
31 번 국도-446번 지방도-소치고개-신남리
일시:10월 2일
참가인원: 스나이퍼 그리고 까미노
08:50 0Km 신남리출발
09:45 12.8Km 소치초등교, 노인정
10:10 19.5Km 정자리
11:00 25.8Km 임도 첫 번째 삼거리(왼쪽)
11:45 31.3Km 임도 두 번째 삼거리(오른쪽)
12:40 38.2Km 임도 세 번째 삼거리(왼쪽)
13:15 40.3Km 하남리 바리케이트
13:35 44.7Km 31번 국도(하남리 용포교)
14:50 55.0Km 446번 지방도 입구
16:30 72.1Km 446번 지방도 벗어남
17:10 75.5Km 우각천(소치초등교)
18:20 82.0Km 신남리(소치고개 경유)
양평, 홍천을 지나 인제로 가다 보면 신남리를 조금 못미처 오른쪽으로 446번 지방도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설악산이나 속초를 오가면서 여러 번 눈에 띠었지만, 잔차를 타면서부터 비포장으로 잔차를 기다리는 그 자태를 볼 때마다 언젠가는 한 번 꼭 가봐야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도에 포장공사진행중이라고 써 있는 446번은 신남리 조금 못미처 동쪽으로 진행 23 Km 달린 후 상남면 상남리에 이른다. 잔차를 타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오대산 월정사에서 명개리로 이르는 도로 역시 446번의 일부이다. 진동리로 가는 조침령이나, 방동약수에서 아침가리골로 가는 도로가 포장된다는 서글픈 소식을 접하면서, 446번이 완전히 포장되기 전에 달려보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에 내렸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승객이 별로 없어서 가뿐히 전철에 잔차를 실었다. 새벽부터 빨빨거리면서 터미널까지 가는 것보다는 우아하게 전철을 이용하는게... 6시 15분 신남경유 거진행. 아침부터 짙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혹시 비가 오려나..
신남에서 하차 인제쪽으로 진행하다 오른쪽 부평교를 건너 정자리쪽으로 우회전.(4.5Km) 걱정했던 날씨는 조금씩 좋아지더니 이내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오늘도 열심히 선크림 발라야겠다. 간간이 보이는 붉은 단풍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오른편으로 소치초등학교가 보이고 조금 지나서 홍수에 반쯤 부서진 노인정이 보인다.(12.8Km) 이곳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계시는 한분께 정자리를 지나서 원대리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비교적 잘 정비된 임도가 있단다. 시멘트포장을 따라서 약 50m 오르다 조금전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준 오른쪽으로 향한다. 처음으로 들어서는 비포장이다. 그래도 버스가 오가는 길이라서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기는 했지만 평탄한 마을길이다.
정자리(19.5Km)- 정자초등교(폐교-길 왼쪽)를 지나 100여 미터 진행 왼쪽으로 돌아들어 2 Km 쯤 가니 갈령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밭 사이로 시멘트포장을 땀흘리면서 열심히 올라가 보니 노란색 물탱크가 보이고 길이 막혔다. 온 길을 뒤 돌아보니 오른쪽으로 시멘트포장길과 임도의 흔적이 보인다. 크-- 허무하구먼. 되돌아서 임도로 접어든다.(갈령골 진행방향에서 왼쪽) 임도 중간에 지도가 있다. 비교적 자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으나 현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다니..
잘 정비된 고속도로(?)를 따라서 2 -3Km 정도 오르니 삼거리가 나온다.(25.8Km) 고개의 정상인 것 같다. 스나이퍼가 가지고온 오이를 나누어 먹으며 오른쪽 내리막기로 가리로 정한다. 신나는 내리막 열심히 내려가다 보니, 이럴 수가 조금전 갈령골에서 잘 못 올랐던 노란색 물탱크가 발 밑으로 보인다. 저놈의 물탱크 두 번씩이나... 아직은 초반이라서 둘 다 군소리 없이 전의 삼거리까지 씩씩거리며 업힐해서 다른길로 들어선다.
또 삼거리(31.2Km) 이번에는 오른쪽. 아마도 왼쪽은 원대리로 내려가 31번 국도와 만나는 길인 듯 싶다. 임도 양쪽으로 간간히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과 홍엽이 눈에 들어오지만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다. 2주정도 후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룰 듯 싶다. 응봉산(해발 979m)을 따라서 굽이굽이 7 Km 정도 가니 삼거리(38.2Km). 이곳도 지도가 있지만 현재 위치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참고만 한다. 12시 40분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마을로 내려서서 따뜻한 점심을 먹기로 하기 왼쪽 내리막길로 간다.(오른쪽은 대바위산(해발1091m)을 끼고 하남리로 내려가는 10여 Km의 길인 것 같다)
갑자기 길이 끊긴다. 비로 산사태가 났는지 10여 m정도의 길이 유실되어 있다. 발 밑은 이삽십 미터 낭떠러지.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건너기로 했다. 50 m쯤 산비탈을 내려섰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흘러내린 돌과 흙으로 자꾸 미끄러진다. 이러다 흙더미에 깔리면 어쩌나 휴대폰도 안 되는데... 그래도 한참만에 간신히 올라섰다.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대 여섯 곳의 산사태 지대를 더 지나서 바리케이트에 이르렀다.(40.3Km) 마을에 들어서너 이곳의 표정은 가관이다. 산에서 흘러온 바위덩어리에 마을이 초토화된 듯한 느낌이다. 강에는 허연 바위들이 여기 저기 뒹글고 곳곳에 부서진 다리들. 중장비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좀 버거워 보인다. 그래도 홍수후에 지었는지 아니면 물난리에 용케도 살아 남았는지 예쁜 별장들이 여러 채 있다. 하남리로 내려오니 31번 국도 용포교다.(44.7Km) 항상 산에서 푸석푸석한 행동식만 먹다가 모처럼 따뜻한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2시 20분 나무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446지방도를 타기 위해 31번 국도를 따라서 남쪽으로 페달링. 오미치라는 언덕이다. 지난 여름 버니님의 미천골 번개에 따라왔다가 이곳을 지난적이 있다. 힘 좋은 무쏘 덕분에 별로 심하다고 생각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넘어야할 고개가 까마득한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조금 전 밥도 먹었는데 엔진(?)이 시원치 않나 보다.
상남리 446번 지방도 입구(55Km)
지도책에는 포장공사중이라고 나와있다. 점심을 먹으면서 마을 사람한테 물어보니 완전히 포장공사가 끝난 것은 아니고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초입에서 1 Km 정도 들어가니 굽이굽이 언덕이 시작된다. 그래도 포장도로라서 오르긴 올랐다.
신나는 다운힐로 첫 번째 고개를 내려서니 왼쪽으로 봉남대초등교의 흔적이 보인다. 무너진 건물 안으로 복도인 듯한 형태로 간신히 학교 건물 이였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앞쪽에는 화장실 자리도 보인다. 폐교된 지가 너무나 오래된 때문일까? 어느 곳이 운동장 자리인지조차 분갈할 수 없을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다.
메밀꽃인 듯한 하얀 꽃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수풀들. 길 양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사람들이 떠난 황폐한 집들뿐이다. 잔차를 타면서 많이 보는 것중의 하나가 폐가와 폐교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가? 어디가 논인지 밭인지 그리도 어디가 마당인지 조차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이 지났다. 마치 원폭을 맞은 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수년의 시간이 지난 후 자연 그래도 자생한 듯한 풍경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이채로운 모습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 있는 쭉 뻗은 길이다. 희한한 풍경에 넋을 잊다보니 다리에 부하가 걸린다. 오르막이다. 저 멀리 왼쪽 비스듬히 높은 고개가 보인다. 꽤 높아 보이는 저곳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폐달링을 해 가지만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우리가 지나가야 할 비둑재다. 굽이굽이 오르는 그런 고갯길이 아니다. 그냥 정상을 향하여 쭉쭉 길이 나 있다. 첫 번째 굽이를 도니 이번에는 더 급하고 긴 오르막. 그냥 보기만 해도 질린다. 내려서 사진한장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신남리 버스터미날에서 만난 어느 아저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기도 이곳에서 살다가 길이 새로 뚫리면서 보상금을 받고 나왔다고 한다. 이 근처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왜 모두들 떠났을까? 잔차를 타고 간 오지중의 오지라고 생각되는 아침가리골에서도 태극기를 걸어 놓고 굳굳하게 살고 있었는데... 뻥 뚫린 도로변에 전혀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다...
비득재를 내려서면 비포장도로이다. 비포장이라고 하지만 얼핏 보기에 4차선쯤되어 보이는 폭으로 포장을 위하여 널찍하게 잘 닦여져 있다. 이곳도 머지 않아 검은 콘크리트로 덮이겠지.. 오른쪽으로 덩그란히 탱크가 보이고 폐교된 김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군발이 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이 근처에는 모든 건물들이 폐허가 되어 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사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길 왼쪽으로 홍천으로 가는 비포장 도로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나, 도로 표지판이 보이질 않아 군발이 초병에게 길을 물었다. 부대가 이전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근처 지리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 같다. 학교 앞쪽으로 '군훈련장이니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보이는 곳이 홍천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하는 짐작만 한다.
초병왈 약한 언덕이 한 두개 더 있으나 방금 지나온 비둑재만한 큰 언덕은 없단다. 다시 약한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의 보상이 있는 법 그냥 내리 쏜다. 쭉쭉 일직선 길이고, 비포장이건만 잘 정비된 덕에 속도계가 60 Km/h를 넘나든다. 언덕을 내려서서 다리를 지나(갑둔교) 조금 가면 왼쪽으로 오개당 고개로 가는 길이 있다. 도로 표지판이 있지만 반대편 차선에서 잘 보이도록 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고개를 하나 넘어서 어론리, 오개당고개를 넘어서 44번 국도를 따라 신남으로 갈 수 있다.
길이 조금 오르막인가 싶은 곳에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인다.(446번 진입 17 Km 지점) 소치고개를 지나서 신남으로 가는 길이다. 446지방도를 버리고 이곳으로 잔차를 몰았다.(72.1Km) 계곡에 들어선 때문인지 조금은 싸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기온이 낮아서 일까? 유난히도 붉게 물든 단풍잎에 사진 한 장. 길을 따라서 흐르는 시냇물,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수풀이 ,446번 지방도는 원폭 맞은 곳이라면 이곳은 동화속에 나오는 아담한 길이다. 그녀랑 단둘이서 조용히 낙엽을 밝으며 트레킹하기 좋은 장소다.
길이 조금 험해지고 큰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잔차에서 내려서야 할 정도의 큰돌들로 변한다. 간간히 깊게 파인 4 wheel 차량의 바퀴자국이 눈에 뜬다. 야들이 한 번 지나가면 쑥대밭이 된다. 굉음을 내면서 이곳을 지나갔을 짚차들이 눈에 선하다. '차량통행금지'라는 서투른 글씨의 현수막을 지나니 시야가 확 트이면서 작은 운막과 가지런히 벤치가 시선을 끈다. 누군가 운치를 아는 사람이 사나보다. 3 K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아기자기한 길이다.
계곡을 내려서니 우각천 건너편으로 아침에 지났던 정자리 가는 도로와 소치초등교가 보인다.(75.5Km) 17시 10분. 조금 늦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조금 전 지난 오솔길을 생각하며 소치고개를 넘어서 신남으로 가기로 정하고 강을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진행하여 조금 오르니 삼거리다. 왼쪽 바리케이트가 있는 쪽으로 길을 택해 조금 심한 업힐을 오르다보니, 왼지 이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조금 전 삼거리로 back 다른 길을 택했다.
마지막 고개라는 생각에 잔차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오르려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큰비 때문인지 돌덩어리 뿐이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되어 비가 오면 그대로 물길이 될 것 같다. 길이 험하니 가지 말라고 말리던 식당 아저씨의 얼굴이 새삼 떠오른다. 돈 벌어서 가벼운 잔차를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1 Km정도 잔차를 둘러메고 걸었다. 정상에 올라서서 주위를 돌라보니 별로 뵈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도 평탄치 않지만 그래도 내리막은 내리막이다. 굴러서 내려왔다. 잔차와 함께. 다 내려서니 신남리 터미널 바로 옆이다.(82Km 18시 20분)
그리하여 무사히 신남까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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