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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죽다가 살아난 가리왕산 투어

........2001.10.25 10:33조회 수 25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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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바이크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 왈바 여러분 안녕하세요...
: 날씨가 선선하니 라이딩 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군요.
:
: 그저께 (10월 22일, 월요일) 저는 가는 계절이 아쉬워  단풍이 절정일 것 같은 가리왕산에 갔다 왔습니다.
:
: 까미노님의 가리왕산 투어기를 읽고 이때가 아니면 올가을에는 갈 수가 없겠구나 생각을 하고 저와 동생은
: 하안미리---장전리 3거리---마항치---가리왕산 자연휴양림---벽파령을 넘어---다시 하안미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
: 월요일 하루 휴가 내서 일산에 사는 동생과 밤 10시쯤 평창으로 출발했습니다.
:
: 새벽 1시쯤 평창읍내의 한 여관에서 숙박을 하고 까미노님이 처음 출발을 했던 하안미리의  가산 초등학교 근방의 노인회관에 주차를 하였습니다.( 까미노님의 가리왕산 투어기가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 10시쯤 잔차세팅을 끝내고 아스팔트 포장길의 약한 업힐을 약 1Km 정도 하니 가리왕산 초입으로 가는 바리게이트가 쳐진 임도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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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서부터 장전리 삼거리까지 약 10Km정도의 빡센 업힐이 없는 그렇지만 은근하고 고요한 숲속길이 마치 꿈의 세계로 빠져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
: 우측으로는 저 멀리 청옥산이 보이고 8-9부 능선에는 끝없이 이어진 임도 길이 나있었고 군데군데 산림청에서 조림한 아름다운 나무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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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는 낙엽이 우수수 깔려있어 마치 양탄자위로 라이딩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가끔은 낙엽이 브레이크 패드에 들어 붙어 여치가 우는소리를 연상케 하였습니다.
:
: 올라가는 도중에 산림감시원들의 간이 숙소인 산막과 그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나중에 이 시냇물이 저희들을 구원하여 주었습니다.)
:
: 이렇게 편안히 사진도 찍고 쉬어가면서 12시쯤 장전리 삼거리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
: 왼쪽으로 가면 280랠리 전사(저는 이분들을 전사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번에 이분들의 고생이 어떠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들이 진부를 목표로 막동리로 가는 방향이고 저희들은 우측으로 가리왕산 6Km라고 표시된 쪽으로 달렸습니다.
:
: 약 40분 후 마항치에 도착하니 바리게이트가 쳐져있고 산림감시원 초소 창문 귀퉁이 옆에는  아직도 선명하게 쓰여진 280Km 랠리가 표시된 이정표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
: 아! 이 이정표가 280랠리 전사들이 어렵게 동강을 건너고 지친 마당에 마항치를 넘어 이 표시를 봤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 사실 저도 280랠리를 해보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워낙 실력과 체력이 허접이다 보니 님들께서 다녀오신 투어스토리만 읽고 대리 만족이나 하였습니다.
:
: 이 마항치 에서는 길이 네갈레로 갈라지는데 우리는 세곡방향으로 가서 대성탄광쪽으로 난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 대성탄광까지는 얼핏 약 23Km이상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
: 길은 대개가 내리막이었고 노면은 부드러운 흙길이었으며 가끔은 풀길도 나타나는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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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우측으로 나있는 벽파령 내려가는 임도가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산밑에는 붉고 아름다운 단풍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
: 약 16Km정도 내려가자 하봉으로 감싸서 내려오던 가리왕산 순환임도와 만나게 되고 거기서부터 대성탄광까지의 길은 이전의 길과 비교도 안 되는 거칠고 노면이 푹푹 패여있는 아주 가파른 급경사의 길이었습니다.
:
: 계속해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이어진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서 우측으로 계곡이 나있는 시멘트 포장길과 잘 닦여진 비포장도로로 계속해서 업힐을 하였습니다.
:
: 약 5Km정도 약한 업힐을 하자 또다시 세갈래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상수원 보호지구라고 표시되어있고(아마도 여기가 마항 이라고 생각됨) 거기에도 철조망에 매어있는 280랠리 이정표가 우측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
: 여기서부터 오늘의 혼돈이 시작되었습니다.
: 이때가 3시 30분 아직은 햇볕이 아주 따뜻하게 내려 쬐이고 있고 지도상에도 마항에서 벽파령이 그렇게 멀리 표시되어 있지 않고 벽파령만 지나면 하안미리로 가는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을거 라고 생각했습니다.
:
: 그래서 동생이랑 나는 좌측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택했습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마항치로 올라가는 길도 실은 벽파령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 계속해서 약간 경사가 있는 업힐을 약 3-4Km정도 오르니 또다시 3거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표시된 지표석에는 계속해서 내려가면 정선 용탄리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벽파령 앞으로 10Km, 나와 동생은 눈알이 뾰용,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
: 아니 앞으로 10Km 업힐을 또 하라니 아! 이것은 틀림없이 가리왕산 산신령님이 우리를 시험하고 계시는구나 생각을 하고 우리는 할 수 없이 또다시 업!업!업힐을 계속 하였습니다.
:
: 점점 시간은 가고 날은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 그리고 설상가상 먹을 행동식은 바닥이 나고 남아 있는 거라곤 사탕 4개, 육포 먹다 남은 것 조금 그리고 물 반병...
:
: 그래 벽파령만 지나면 하안미리로 넘어 가는길이 나올거야 하는 생각에 열심히 페달질을 하였습니다.
:
: 약 4Km정도 달렸을까? 아니! 이럴 수가 또다시 앞에는 바리게이트가 쳐진 임도고 우측으로는 타이어바퀴가 선명하게 나있는 3거리가 나오지 않는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다 말인가?
:
: 나와 동생은 심사숙고하여 바리게이트가 쳐진 길로 들어갔습니다.
: 거기서부터 약 1Km쯤 갔을까? 나는 동생에게 우측으로 난 길이 타이어 자국이 나있는 것 보니 벽파령가는 길 같은데 너 생각은 어떠니? 하고 묻자 순순히 그래 그럼 그 길로 가지 뭐 하는게 아닌가?
:
: 그래서 우리는 다시 왔던길로 신나는 다운힐... 그리고 우측으로 난 길로 신나게 약 1Km 정도 더 다운힐 하니 정말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그 길은 바로 송전탑으로 난 급경사 길이 었던 것입니다.
:
: 정말 눈앞이 까마득한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습니다. 다리는 후들 후들... 다만 나는 내동생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걍 걸어서 다시 바리게이트가 쳐진 길로와서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
: 이제 날씨는 점점 어두워지고 해는 서산 넘어 가기 직전이었습니다.
: 아 저해가 넘어가면 산은 빨리 어두워지는데 하는 생각에 괜히 마음만 착착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
: 그런데 앞서가고 있는 동생이 갑자기 멧돼지다 하고 고함을 치는게 아닌가? 정말 중간쯤되는 크기의 멧돼지 한 마리가 우리가 가는 임도길을 따라 유유하게 걸어가지 않는가?
:
: 나는 저놈을 잡아 구워 먹을까? 하는 생각에 뒤를 쫒았지만 이내 저놈이 자기들 패거리를 끌고 와서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하지... 멧돼지는 어금니도 날카로운데 우리는 쪽수로 2명이고 저놈들이 때거리로 공격하면 이 첩첩산중에 우리가 어떻게 당할수 있지 아 드디어 멧돼지 밥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리는 36계 줄행랑 치고 말았습니다.
:
: 이제는 날도 완전히 저물어가고 희미한 초생달만 등뒤에서 우리를 비쳐주고 있었습니다.
: 다행히 동생은 라이트를 가져왔지만 건전지 수명이 다 되었는지 불빛은 휘미해져가고 있었습니다.
:
: 드디어 벽파령에 도착! 여기서도 눈앞이 뾰용...
: 우측으로 마항치  8Km, 아래는 화동의 자연 휴양림 8Km, 좌측으로 난길은 지동리 10Km 그럼 도대체 우리는 지동리로 해서 돌아 돌아 벽파령으로 올라왔단 말인가?
:
: 아∼ 도대체 이 가리왕산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에 앞서 정말 산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 벽파령에 도달하기전 위쪽으로 난 임도길이 있던데 이길이 하안미리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누구 가본 사람 있으면 리플 달아 주세요...)
:
: 다시 동생이랑 신중히 상의를 하고 이제는 어떻게 할까? 영영 이 산에서 미아가 되는 걸까?
:
: 119에 신고하면 사람들이 와줄까? 잘 찾아올까? 해와 소년님이 이산에서 다쳤다고 하던데 이 산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온 나를 산신령님이 너 오늘 임자 만났네. 혼나봐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
: 결론은 이제는 두 번 다시 모험을 하지 말자. 마항치로 올라가서 우리가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자 괜히 초행길을 가다가 또다시 삼거리를 만나서 잘못 된 길로 가면 완전히 탈진한다.
:
: 그래서 거리는 멀지만 마항치에서 내려가는 길은 거의가 다운힐 이니깐 왔던길로 가자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미 우리에게는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다 떨어졌습니다.
:
: 앞으로 적어도 23Km를 더 가야하다니 하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 했지만 280랠리 전사들을 생각하니 그분들은 우리보다 더 악조건 속에서 랠리를 완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불뚝 용기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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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끝까지 가보는 거다. 이제 현재시간은 7시... 마항치까지 한시간 잡으면 8시, 거기서 장전삼거리까지 한시간 잡으면 9시, 거기서 차 있는데까지 한시간 잡으면 10시 그래 10시전에 차안에있는 맛있는 빵과 콜라가 기다린다. 자 출발하자라는 말은 나오지만 이제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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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라이트도 들어오지 않는군요. 밧데리가 수명이 다했나 봅니다. 아 설상가상 이제는 라이트도 없이 이 어두운 산길을 가야 된다 말인가?
: 순간 그렇지! 디지털 카메라의 밧데리가 있지 하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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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반은 끌고 반은 타고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게 갑자기 넓은 공터가 나왔습니다. 마항치 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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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잔차를 던지고 대자로 드러누웠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잠이나 실컷 잤으면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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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10분쯤 누워 있었을까 280랠리 전사들도 여기서 힘이 들어 나처럼 이렇게 누워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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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으론 하루에 마항치를 2번씩이나 오른 나 자신 에게도 너 오늘 고생이 많네? 하면서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
: 그렇지만 여기서 본 하늘의 숨막힐 듯한 별들, 한번 눈 뜰 때마다 마치 나에게 떨어 질 것만 같은 수많은 별들 아! 내 생전에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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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감상도 잠시 땀에 절은 몸은 이제는 저체온증으로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산꼭데기는 빨리 기온이 떨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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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열심히 페달질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만 앞서지 갈증과 배고픔에 그리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체력저하로 인해 잔차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면서 어느덧 장전 3거리, 이제는 10Km의 하안미리 삼거리까지 다운힐만 남았습니다.
:
: 그렇지만 속도가 날수록 체온저하는 더 심해져가고 있었습니다.
: 드디어 산막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식수를 보충하고 한번도 쉬지 않고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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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라이트가 없었도 눈에 불이 켜진 것처럼 길이 다 보이더군요...
:
: 총거리 --- 92Km(거의 임도)
: 총라이딩 시간 --- 정확히 12시간
: 가리왕산에서 만난 사람 --- 정말로 한 명도 못 봤음, 멧돼지 한 마리와  수많은 다람쥐만  봤음.
:
: ** 산속 라이딩시 주의 할 점 **
: 1. 사전에 유익한 정보를 알고 갈 것.(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다른 라이더의 경험담)
: 2. 깊은 산속은 기온이 빨리 떨어지므로 보온장비는 필수.
: 3. 충분한 행동식과 식수 준비 할 것.
: 4. 만에 하나 늦은 라이딩이 될 수 있으므로 야간 장비는 필수.
: 5. 간단한 수리함은 필수.
: 6. 제일 중요한 것은 해지기전에 산에서 내려 올 것.
:
: 저는 초보로서 이 여섯 가지 준비사항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 몇장의 사진을 와일드 파일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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