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 밑에 '강건너 불구경님'의 여행기 읽어보셨나요?
전 작년 6월에 요기 올라온 이분의 오대산 여행기를 읽은 후 줄곧 이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밑에다 이분의 오대산 여행기 퍼다 놨습니다. 한번 읽어보시죠.
제가 이분의 글을 다시 읽고 싶은 건, 이분의 정갈한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것 보담은 정신없이 험한길 내리지르기에만 빠져있는 제게 자건거를 타고 가는 길의 풍경을 돌아보고 주변에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을 애정을 갖고 음미하는 즐거움을 일깨워준 글이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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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사랑하는 분들께 짧은 기행문 하나 띄웁니다.
이대로 간다면, 자동차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걸 믿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상기도 평안하신지
나 또한 살아 있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상기도 당신이 사시는 오막살이에
그 말할 수 없는 저녁노을이 지고 있습니까
나는 들었어요 당신이 애타는 마음을 숨기고
나 때문에 가슴을 조이신다고
이따금 철 지난 헌 옷을 꺼내 입고
신작로 가으로 나오신다고
….
(예쎄닌 作, 황석영 <오래된 정원>에서 베껴 씀)
수십 번도 더 읽은 시 이건만 지금 이 글을 타이핑 하고 있는 중에도 싯구를 되 뇌이며 목이 메입니다. 다른 글귀도 좋지만 특히 “말할 수 없는 저녁노을”이란 싯구에 홀딱 반했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이라 해도 느낌이 오지 않고 “정말 아름다운”이라고 하면 더더욱 맛이 떨어지는데 어쩜 이렇게 단어 한 마디로 절절한 느낌이 배여 나오는 것일까요. 그리움 애타는 마음 쓸쓸함 과거의 동경이 스며든 작가의 마음이 그 한 싯구로 제게 이어져 오는군요.
덧붙여서, 이번 여행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산길 산골의 안온했던 저녁햇살 바람 시내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산길 말할 수 없는 저녁햇살….이라는 형용사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흐….음.
토요일 아침 일찍 이라서 그런지 진부 행 오전 7시 10분발 시외버스에는 승객이라고 해 봤자 저 포함해 너댓명 뿐입니다. 가방에 잘 포장해 넣은 자전거를 짐칸에 싣고 빈 속에 담배를 한대 찌인 하게 피우고 버스에 탔습니다. 와이프를 두 달 동안 달래고 삶고 으르고 해서 가는 첫 솔로 여행이라 그런지 흥분한 마음이 곧추서서 잠이 올 것 같지 않네요. 의자에 푹 묻혀 조성모 3집 CD를 들으며 흥얼거리며 안개 자욱한 서울을 빠져 나갔습니다.
진부 거진 다 가다 들른 휴게소에서의 빈둥빈둥 20분까지 넣고도 버스는 2시간 30분 만에 진부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많이 빨라졌죠? 예전엔 못 잡아도 세시간 반씩은 걸렸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오대산 행 시내버스가 옆에 싸악 다가 서더군요. 마치 대절버스처럼.. 으짤스까.. 여기서부터 죽 잔차 타고 갈려고 했는디… 갸우뚱 거리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 한 소리 “빨리 올라타소!” 에 잽싸게 올라탔습죠. 에고, 극기훈련 하러 온 거도 아닌데 좀 편케 가자, 마.
오대산 국립공원 매표소 앞에 내리니 오전 10시 5분. 예정보다 무려 한시간 반 가량 일찍 왔어요. 흐뭇한 여행을 암시하는 듯한 좋은 징조여.. 자전거를 훌렁훌렁 조립하고 sun block lotion 바르고 장갑 끼고 메타기 달고 안장 높이 맞추고 모자를 쓰고 물통 잔차에 달고 나니 어, 타이즈만 안 입었다 뿐이지 제법 폼이 나는군요. 작년 가을 강원도 여행 때엔 시골소년 잔차 타고 집에 가는 차림이었는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개선된 부분은 안장. 폼은 날렵하나 엉덩이에겐 죽음이었던 놈을 떼어 버리고 과감하게 편의성 승차감 위주로 안장을 교체한 덕분에 이틀 내내 엉덩이 만큼은 정말 호강하면서 여행했읍니다요. 꼭 폭신폭신한 가죽소파에 앉아 있는 기분 이예요. 예전 남한산성 겁 없이 따라갔을 때 미루님에게 다운힐 할 때 안 좋으니 바꾸라는 충고를 듣긴 했지만 서도…
으쨌거나 출발!!
만세!
어제 비가 왔는지 비포장 도로는 조금 젖어 있고 약간 푹푹 빠지는 맛도 있긴 하지만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들 등쌀에 일어나는 먼지도 없고 나쁘지 않다구만요. 매표소에서 상원사 아래까지 가는 길은 표지판대로면 8km, 실제 메타기에 찍힌 거리는 9.5km.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갔나? 한 시간 조금 더 걸렸읍죠.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을 헤치며 올라가는 적당한 경사의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는 길인데, 의외로 힘을 많이 잡아 먹더군요. 호오이! 상원사 밑에서 아점을 라면으로 때우며 생각해 보니, 기어 변속하는 걸 잊어버리고 계속 고단으로만 달렸더군요. 쯔쯔.. 일주일 안 탔다고 그새…
오전 11시 40분. 관광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 숲을 헤치며 늠름하게 오대산 임도로 진입했습니다. 출발부터 상당한 급경사인데, 기를 쓰며 저 밑에 여행객들 모습이 가려질 때 까지는 죽을 똥 살 똥 밟았습니다. 헤헤, 쪽 팔리잖아요, 잔차를 끌고 가면… 덕분에 출발한 지 삼분 만에 반 탈진상태로 돌입!
올 때마다 느끼고 또 항상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일상에 넌더리가 날 때마다 풍경이 그려지는 오대산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산도 푸근하고 계곡도 빼어나지만 뭐니뭐니 해도 빛나는 건 나무들. 쭉쭉 끝 갈 데 없이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기기묘묘한 자태의 소나무, 그 속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무성한 이런저런 단풍나무들 하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느낌. 그 숨막히는 평온함. 나무들만 바라보며 길을 걸어도 하나도 지루한 줄 모르는 그런 산길. 룰루랄라~
하늘은 훤한데 비는 계속 오락가락 하며 조금씩 흩뿌립니다. 방수기능이 약하다는 메타기가 조금 걱정될 뿐이지 뭐 No problem!! 타다 끌다 타다 끌다를 계속하며 조금씩 고개를 올라갑니다. 세상에 급할 것 없구 빨리 내려가 봐야 좋을 것 없는데 고생하며 탈 필요 없잖수? 그렇긴 해도 북대사 스님 두 분과 마주쳤을 땐 조금 창피하더군요.
“자전거를 왜 끌고 가나? 타고 가야지…”
“헤헤, 제가 힘이 좀 모자라서요…”
세상에, 사람들은 오르막길에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이 그렇게 신기한가 보죠? 저번에 왈바 식구들과 남한산성 갔을 때도 그러더니 말야…(물론 그 땐 다른 사람들은 다 타고 가는데 나만 허헉대며 끌고 가니까 그런 소리가 나올 만 하지만 서두. 쯥) 왜 끌고 가긴, 당연한 거 아냐? 니가 함 이 길 자전거 타고 올라가 봐라. 잉!
이제 좀 만 더 가면 정상이려나 싶은데, 길이 갑자기 오르막에서 아주 약한 내리막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더군요. 어, 벌써. 정말 아쉽더군요. 좀 힘들긴 해도 이런 길이라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쉬엄쉬엄 걷고 타고 싶은데… 참, 북대사 지나 조금만 더 가다보면 정상 조금 못 미쳐 참 매혹적인 길이 있습니다. 한 2-300m쯤? 내리막 같잖은 내리막인데 페달에서 발을 브레이크에서 손을 떼도 아주 느린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잔차는 유유히 길을 갑니다. 마치 올라 탄 손님에게 명상의 시간이라도 제공하는 듯이. 격렬함도 격정도 없고 고통과 슬픔도 없는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그런 조용한 길을 살다살다 첨 보았습니다.
오대산 고개는 높이만 천백미터가 넘는다는데 고개 이름도 없고 정상도 어, 내가 정상을 지났나 할 정도로 좀 밋밋한 편입니다. 예전부터 있던 길이 아니라 산림청에서 새로 길을 냈기 때문에 이름이 없는 게 아닐는지. 그건 그렇고 공원 관리공단에서 이 길 만큼은 고맙게도 확실하게 차량 통제를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오월말 까지는 산불강조기간 땜에 사람도 막았다더군요. 스님 두 분 빼곤 북대사골 길 내내 인적도 쓰레기도 자취를 감춘 길이었습니다. 정상에 선 시간은 기억컨데 오후 1시경. 어렴풋이 정상이라 짐작되는 곳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앙증맞은 참외 두개를 냠냠 먹었습니다.
이제 헬멧을 쓰고, 배낭을 허리까지 고정시키고,
신나는 다운힐 임다.
뼛 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길과 숲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통,
한 순간도 다물어 지지 않는 내 주둥아리…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예전 미천골 내려 올 때 한 10분쯤 다운힐 한 게 가장 긴 시간이었는데, 북대사골은 스케일과 재미에서 좀 심하게 얘기하면 그 10배는 되는 것 같더군요. 길도 임도 치고는 급회전길이 드믈고 쭉쭉빵빵 뻗은 길이 많아서 속력 내기 좋고, 바닥도 정돈이 나름대로 잘 되어서 어떤 길은 마치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세상에, 다운힐만 계속 40분을 했으니 그 기분이 어떻겠어요? 무려 40분!!! – 무울론, 이건 과장임다. 그냥 씩 내려오기가 너무 아쉬워서 5분씩 마다 쉬고, 일부러 천천히 내려오고 그런 시간까지 포함된 거니까요.
다운힐을 끝내는 마지막 임도는 계곡을 바로 옆에 끼고 달리는 조용한 산책로 같은 정갈한 길입니다. 넋을 잃고 계곡을 바라보며 흐느적거리며 천천히 내려왔죠. 카스텔라 앙코가 들어있는 부분을 아까워 아까워 조금씩 떼어먹는 바로 그런 맛! 아,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도 한 동안 이 길에 대한 그리움에 끙끙 앓을 것만 같은 예감이…
북대사골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도로를 타게 됩니다. 10년 전에 친구 둘이랑 한겨울에 오대산에 와서 정상을 타고 북대사골로 (걸어) 내려 온 적이 있는데,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새벽 6시에 시작한 산행이 저녁 10가 되어서야 끝난 적이 있었죠. 그 때는 이 길들도 전부 비포장 이었고 랜턴도 없이 어두운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간혹 나타나는 기괴한 나무들 바위들에 흠칫흠칫 놀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하루종일 쫄쫄 굶고 한 지라 이 부근에서 신기루도 보고 그랬었죠. 신기루가 사막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구만요. 바위가 버스로 보이고, 나무가 사람으로 보이고… 동행이 없이 혼자 내려왔더라면 아마 미쳐버렸을런지도 모릅니다.
5분쯤 내리막길을 계속 가다보면 드뎌 내린천을 관통하는 국도를 만나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구룡령을 지나 양양으로, 왼쪽으로 가면 창촌과 운두령을 지나 속사로 나가게 되죠. 이 길도 경치가 가히 훌륭하고 차도 뜸해서 도시에서 타는 맛하고는 비교가 안되지만 아무렴 북대사골하고 쨉이 될까. 왼쪽으로 꺾어 한 30분쯤 내려가니 숙박 예정지인 광원리가 나옵니다.
광원리는 제가 내린천 올 때마다 탐승의 길목으로 잡던 동네입니다. 어귀에 제법 큰 휴게소가 있는데 이 집은 산채비빔밥으로 제법 유명한 곳이구요, 하천을 따라 민박집들이 여러 군데 널려 있습니다. 오늘은 개천 다리 바로 앞에 있는 강변민박이라는 곳에 일단 짐을 풀었습니다. 2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깨끗한 편이구, 가옥 형태도 콘도형부터 진짜 민박형 까지 다양하게 있더군요. 주인 할아버지도 돈 욕심은 그리 없으신지 욕실과 주방이 딸린 수준급 방을 2만원에 주시더군요. (원래는 3만원 이랍니다)
방도 방이고, 이 민박집 제가 자 본 곳 중 최고더군요. 마당도 널찍하고 정자 비스무리한 쉼터도 있고 아랫 마당으로 내려가면 할아버지께서 키우시는 수십마리의 닭과 오리, 토끼, 강아지들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돈 벌려고 키우는 게 아니고 재미삼아 하시는 거라 그런지 정말 모이주고 하시는 게 너무 재미있더군요. 옆에서 계속 구경하고 있으니 닭장에서 방금 낳은 달걀을 몇 개 꺼내오시다가 하나 먹어 보라고 주시데요. 와, 달다~ 토종닭 알인데 크기는 일반 계란의 반 밖에 안되지만 정말 고소해요. 토끼장 옆에는 전형적인 시골 똥개가 한마리 묶여 있는데 한 번 쓰다듬어 주니까 미친 년 널뛰듯이 지랄발광을 하네요. 그 통에 밥통을 엎어버려 쥔 할배한테 진짜 개 맞듯이 맞더군요. 큭큭.
예정보다 숙박지에 일찍 도착해 부근 계곡이나 탐승 갈려고 했는데, 금새 하늘이 어두워 지며 소낙비가 좍좍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길 가 조그만 웅덩이마다 올챙이들이 그득그득 신나게 헤엄을 치는 게 진짜 시골에 온 느낌이 확 나더군요. 할아버지께 우산을 빌려 500m 쯤 아래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왔습니다. 어귀에 있는 휴게소는 어쩐 일인지 문을 닫았더군요.
씩씩하게 내리던 비는 방에서 콜콜 조는 사이에 어느 새 그치고, 저녁햇살이 마당 가득히 드리워져 있더군요. 소낙비에 물이 불은 시내는 콸콸 신나게 흐르고, 더없이 싱그러운 초여름의 내음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정자에 기대 비스듬히 앉아 CD를 들으며 신경림씨의 <바람의 풍경>을 한 자 한 자씩 읽었습니다. 읽다가 좋은 글귀나 감명깊은 이야기가 나오면 어질어질할 정도로 가슴이 아프더군요. 경치가 좋으니까 문학적 감수성이 뭉클뭉클 솟아나는 것 같네요. 오우, 말할 수 없는 평화…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느긋하게 산골의 눈부신 아침을 맞습니다. 간밤에 내 자전거도 잘 쉬었는지 씩씩해 보입니다. 요즘 리니진가 하는 게임에 중독이 되면 게임속에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 정돈 아니지만 잔차가 생명을 가진 개체처럼 느껴질 때가 간혹 있어요. 특히 어제처럼 잔차에 몸을 맡기고 어쩌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다운힐을 하고 난 뒤에는 더욱 더 그래요.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오전 7시 20분 출발. 창촌 도착 오전 8시. 오늘의 목표는 1088m 짜리의 운두령입니다. 스믈스믈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는 국도를 낑낑대며 가는데, 어렵쇼. 도로에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시체가 쫙 깔려 있더군요. 알고 보니 온통 개구리 시체더군요. 성체가 된 개구리들이 도로 건너편 개울로 건너가려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밟혀 터져 죽은 것들이었습니다. 이건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아무리 개구리지만 너무 끔찍하더군요. 완전히 납작해진 놈들 다리만 터져 터진 다리를 질질 끌며 가는 개구리 겁에 질려 도로 중간에 바짝 엎드린 채 다가오는 죽음만을 기다리는 듯 미동도 않는 개구리들… 일단 도로에 들어서면 지나가는 차도 드문데 어서 펄쩍 펄쩍 뛰어서 건너가면 좋으련만 이 놈들이 동료들의 시체에 겁에 질렸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거예요. 보다 못해 운두령 입구까지 한 10km 동안 가다가 살아 있는 개구리가 보이면 눈에 보이는 대로 도로 가로 집어 던졌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개구리에겐 도로 가에 나왔다가 닥치는 대로 차에 밟혀 죽는 것이 주어진 섭리의 일부일 수 있는 지… 아무쪼록 오뉴월 경에는 차 몰고 다니는 강원도 여행은 되도록 삼가해야 겠더군요. 이거 원 무슨 대책을 세우든지 해야지… 차를 몰고 있으면 아마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겠죠?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개구리들이 바퀴에 찍혀 죽는지… 자전거가 참으로 “인간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운두령 정상에 서다. 오전 11시. 헐떡이는 숨을 추스리며 조금씩 멀어져 가는 강원도의 산들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이번엔 포장도로 다운힐.
아무렴 비포장 다운힐 보다야 스릴은 덜하지만 그래도 다운힐은 다운힐. 드뎌 순간속도 시속 60km를 돌파했습니다. 문득 평생 강원도에서 이 짓(다운힐)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르막길은 트럭 얻어타고 올라갔다가… 운두령 정상에서 5-6km 쯤 가다보면 운두령 산장이라고 나오는데 산장 주인이 유명한 MTB 선수 였답니다. 들러서 인사나 하고 갈까 하다 그냥 내뺐습니다.
이승복 반공 기념관 지나 속사 도착 정오.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진부행 국도에 올라 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차도 많이 다니고 강원도 심심산골의 정취에서 슬슬 깨어나오는 기분이 들더군요. 약간 힘든 고개를 하나 넘고 다시 다운힐 10분. 질풍노도처럼 진부터미널 도착. 오전 12시 40분. 쮸쮸바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너무 강렬한 인상을 기억에 남겼는 지, 잠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아쉽게 강원도를 벗어나 휴일날 집에서 공치고 있는 와이프가 기다리는, 살벌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여행 팁 하나. 영동고속도로 4차선 개통의 은혜로, 상기의 여행 코스를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 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길고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공익광고:
극우언론 곡필의 대명사 조선일보 사지도 보지도 맙시다!
전 작년 6월에 요기 올라온 이분의 오대산 여행기를 읽은 후 줄곧 이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밑에다 이분의 오대산 여행기 퍼다 놨습니다. 한번 읽어보시죠.
제가 이분의 글을 다시 읽고 싶은 건, 이분의 정갈한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것 보담은 정신없이 험한길 내리지르기에만 빠져있는 제게 자건거를 타고 가는 길의 풍경을 돌아보고 주변에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을 애정을 갖고 음미하는 즐거움을 일깨워준 글이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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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사랑하는 분들께 짧은 기행문 하나 띄웁니다.
이대로 간다면, 자동차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걸 믿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상기도 평안하신지
나 또한 살아 있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상기도 당신이 사시는 오막살이에
그 말할 수 없는 저녁노을이 지고 있습니까
나는 들었어요 당신이 애타는 마음을 숨기고
나 때문에 가슴을 조이신다고
이따금 철 지난 헌 옷을 꺼내 입고
신작로 가으로 나오신다고
….
(예쎄닌 作, 황석영 <오래된 정원>에서 베껴 씀)
수십 번도 더 읽은 시 이건만 지금 이 글을 타이핑 하고 있는 중에도 싯구를 되 뇌이며 목이 메입니다. 다른 글귀도 좋지만 특히 “말할 수 없는 저녁노을”이란 싯구에 홀딱 반했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이라 해도 느낌이 오지 않고 “정말 아름다운”이라고 하면 더더욱 맛이 떨어지는데 어쩜 이렇게 단어 한 마디로 절절한 느낌이 배여 나오는 것일까요. 그리움 애타는 마음 쓸쓸함 과거의 동경이 스며든 작가의 마음이 그 한 싯구로 제게 이어져 오는군요.
덧붙여서, 이번 여행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산길 산골의 안온했던 저녁햇살 바람 시내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산길 말할 수 없는 저녁햇살….이라는 형용사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흐….음.
토요일 아침 일찍 이라서 그런지 진부 행 오전 7시 10분발 시외버스에는 승객이라고 해 봤자 저 포함해 너댓명 뿐입니다. 가방에 잘 포장해 넣은 자전거를 짐칸에 싣고 빈 속에 담배를 한대 찌인 하게 피우고 버스에 탔습니다. 와이프를 두 달 동안 달래고 삶고 으르고 해서 가는 첫 솔로 여행이라 그런지 흥분한 마음이 곧추서서 잠이 올 것 같지 않네요. 의자에 푹 묻혀 조성모 3집 CD를 들으며 흥얼거리며 안개 자욱한 서울을 빠져 나갔습니다.
진부 거진 다 가다 들른 휴게소에서의 빈둥빈둥 20분까지 넣고도 버스는 2시간 30분 만에 진부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많이 빨라졌죠? 예전엔 못 잡아도 세시간 반씩은 걸렸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오대산 행 시내버스가 옆에 싸악 다가 서더군요. 마치 대절버스처럼.. 으짤스까.. 여기서부터 죽 잔차 타고 갈려고 했는디… 갸우뚱 거리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 한 소리 “빨리 올라타소!” 에 잽싸게 올라탔습죠. 에고, 극기훈련 하러 온 거도 아닌데 좀 편케 가자, 마.
오대산 국립공원 매표소 앞에 내리니 오전 10시 5분. 예정보다 무려 한시간 반 가량 일찍 왔어요. 흐뭇한 여행을 암시하는 듯한 좋은 징조여.. 자전거를 훌렁훌렁 조립하고 sun block lotion 바르고 장갑 끼고 메타기 달고 안장 높이 맞추고 모자를 쓰고 물통 잔차에 달고 나니 어, 타이즈만 안 입었다 뿐이지 제법 폼이 나는군요. 작년 가을 강원도 여행 때엔 시골소년 잔차 타고 집에 가는 차림이었는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개선된 부분은 안장. 폼은 날렵하나 엉덩이에겐 죽음이었던 놈을 떼어 버리고 과감하게 편의성 승차감 위주로 안장을 교체한 덕분에 이틀 내내 엉덩이 만큼은 정말 호강하면서 여행했읍니다요. 꼭 폭신폭신한 가죽소파에 앉아 있는 기분 이예요. 예전 남한산성 겁 없이 따라갔을 때 미루님에게 다운힐 할 때 안 좋으니 바꾸라는 충고를 듣긴 했지만 서도…
으쨌거나 출발!!
만세!
어제 비가 왔는지 비포장 도로는 조금 젖어 있고 약간 푹푹 빠지는 맛도 있긴 하지만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들 등쌀에 일어나는 먼지도 없고 나쁘지 않다구만요. 매표소에서 상원사 아래까지 가는 길은 표지판대로면 8km, 실제 메타기에 찍힌 거리는 9.5km.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갔나? 한 시간 조금 더 걸렸읍죠.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을 헤치며 올라가는 적당한 경사의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는 길인데, 의외로 힘을 많이 잡아 먹더군요. 호오이! 상원사 밑에서 아점을 라면으로 때우며 생각해 보니, 기어 변속하는 걸 잊어버리고 계속 고단으로만 달렸더군요. 쯔쯔.. 일주일 안 탔다고 그새…
오전 11시 40분. 관광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 숲을 헤치며 늠름하게 오대산 임도로 진입했습니다. 출발부터 상당한 급경사인데, 기를 쓰며 저 밑에 여행객들 모습이 가려질 때 까지는 죽을 똥 살 똥 밟았습니다. 헤헤, 쪽 팔리잖아요, 잔차를 끌고 가면… 덕분에 출발한 지 삼분 만에 반 탈진상태로 돌입!
올 때마다 느끼고 또 항상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일상에 넌더리가 날 때마다 풍경이 그려지는 오대산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산도 푸근하고 계곡도 빼어나지만 뭐니뭐니 해도 빛나는 건 나무들. 쭉쭉 끝 갈 데 없이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기기묘묘한 자태의 소나무, 그 속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무성한 이런저런 단풍나무들 하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느낌. 그 숨막히는 평온함. 나무들만 바라보며 길을 걸어도 하나도 지루한 줄 모르는 그런 산길. 룰루랄라~
하늘은 훤한데 비는 계속 오락가락 하며 조금씩 흩뿌립니다. 방수기능이 약하다는 메타기가 조금 걱정될 뿐이지 뭐 No problem!! 타다 끌다 타다 끌다를 계속하며 조금씩 고개를 올라갑니다. 세상에 급할 것 없구 빨리 내려가 봐야 좋을 것 없는데 고생하며 탈 필요 없잖수? 그렇긴 해도 북대사 스님 두 분과 마주쳤을 땐 조금 창피하더군요.
“자전거를 왜 끌고 가나? 타고 가야지…”
“헤헤, 제가 힘이 좀 모자라서요…”
세상에, 사람들은 오르막길에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이 그렇게 신기한가 보죠? 저번에 왈바 식구들과 남한산성 갔을 때도 그러더니 말야…(물론 그 땐 다른 사람들은 다 타고 가는데 나만 허헉대며 끌고 가니까 그런 소리가 나올 만 하지만 서두. 쯥) 왜 끌고 가긴, 당연한 거 아냐? 니가 함 이 길 자전거 타고 올라가 봐라. 잉!
이제 좀 만 더 가면 정상이려나 싶은데, 길이 갑자기 오르막에서 아주 약한 내리막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더군요. 어, 벌써. 정말 아쉽더군요. 좀 힘들긴 해도 이런 길이라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쉬엄쉬엄 걷고 타고 싶은데… 참, 북대사 지나 조금만 더 가다보면 정상 조금 못 미쳐 참 매혹적인 길이 있습니다. 한 2-300m쯤? 내리막 같잖은 내리막인데 페달에서 발을 브레이크에서 손을 떼도 아주 느린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잔차는 유유히 길을 갑니다. 마치 올라 탄 손님에게 명상의 시간이라도 제공하는 듯이. 격렬함도 격정도 없고 고통과 슬픔도 없는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그런 조용한 길을 살다살다 첨 보았습니다.
오대산 고개는 높이만 천백미터가 넘는다는데 고개 이름도 없고 정상도 어, 내가 정상을 지났나 할 정도로 좀 밋밋한 편입니다. 예전부터 있던 길이 아니라 산림청에서 새로 길을 냈기 때문에 이름이 없는 게 아닐는지. 그건 그렇고 공원 관리공단에서 이 길 만큼은 고맙게도 확실하게 차량 통제를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오월말 까지는 산불강조기간 땜에 사람도 막았다더군요. 스님 두 분 빼곤 북대사골 길 내내 인적도 쓰레기도 자취를 감춘 길이었습니다. 정상에 선 시간은 기억컨데 오후 1시경. 어렴풋이 정상이라 짐작되는 곳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앙증맞은 참외 두개를 냠냠 먹었습니다.
이제 헬멧을 쓰고, 배낭을 허리까지 고정시키고,
신나는 다운힐 임다.
뼛 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
길과 숲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통,
한 순간도 다물어 지지 않는 내 주둥아리…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예전 미천골 내려 올 때 한 10분쯤 다운힐 한 게 가장 긴 시간이었는데, 북대사골은 스케일과 재미에서 좀 심하게 얘기하면 그 10배는 되는 것 같더군요. 길도 임도 치고는 급회전길이 드믈고 쭉쭉빵빵 뻗은 길이 많아서 속력 내기 좋고, 바닥도 정돈이 나름대로 잘 되어서 어떤 길은 마치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세상에, 다운힐만 계속 40분을 했으니 그 기분이 어떻겠어요? 무려 40분!!! – 무울론, 이건 과장임다. 그냥 씩 내려오기가 너무 아쉬워서 5분씩 마다 쉬고, 일부러 천천히 내려오고 그런 시간까지 포함된 거니까요.
다운힐을 끝내는 마지막 임도는 계곡을 바로 옆에 끼고 달리는 조용한 산책로 같은 정갈한 길입니다. 넋을 잃고 계곡을 바라보며 흐느적거리며 천천히 내려왔죠. 카스텔라 앙코가 들어있는 부분을 아까워 아까워 조금씩 떼어먹는 바로 그런 맛! 아,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도 한 동안 이 길에 대한 그리움에 끙끙 앓을 것만 같은 예감이…
북대사골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도로를 타게 됩니다. 10년 전에 친구 둘이랑 한겨울에 오대산에 와서 정상을 타고 북대사골로 (걸어) 내려 온 적이 있는데,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새벽 6시에 시작한 산행이 저녁 10가 되어서야 끝난 적이 있었죠. 그 때는 이 길들도 전부 비포장 이었고 랜턴도 없이 어두운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간혹 나타나는 기괴한 나무들 바위들에 흠칫흠칫 놀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하루종일 쫄쫄 굶고 한 지라 이 부근에서 신기루도 보고 그랬었죠. 신기루가 사막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구만요. 바위가 버스로 보이고, 나무가 사람으로 보이고… 동행이 없이 혼자 내려왔더라면 아마 미쳐버렸을런지도 모릅니다.
5분쯤 내리막길을 계속 가다보면 드뎌 내린천을 관통하는 국도를 만나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구룡령을 지나 양양으로, 왼쪽으로 가면 창촌과 운두령을 지나 속사로 나가게 되죠. 이 길도 경치가 가히 훌륭하고 차도 뜸해서 도시에서 타는 맛하고는 비교가 안되지만 아무렴 북대사골하고 쨉이 될까. 왼쪽으로 꺾어 한 30분쯤 내려가니 숙박 예정지인 광원리가 나옵니다.
광원리는 제가 내린천 올 때마다 탐승의 길목으로 잡던 동네입니다. 어귀에 제법 큰 휴게소가 있는데 이 집은 산채비빔밥으로 제법 유명한 곳이구요, 하천을 따라 민박집들이 여러 군데 널려 있습니다. 오늘은 개천 다리 바로 앞에 있는 강변민박이라는 곳에 일단 짐을 풀었습니다. 2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깨끗한 편이구, 가옥 형태도 콘도형부터 진짜 민박형 까지 다양하게 있더군요. 주인 할아버지도 돈 욕심은 그리 없으신지 욕실과 주방이 딸린 수준급 방을 2만원에 주시더군요. (원래는 3만원 이랍니다)
방도 방이고, 이 민박집 제가 자 본 곳 중 최고더군요. 마당도 널찍하고 정자 비스무리한 쉼터도 있고 아랫 마당으로 내려가면 할아버지께서 키우시는 수십마리의 닭과 오리, 토끼, 강아지들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돈 벌려고 키우는 게 아니고 재미삼아 하시는 거라 그런지 정말 모이주고 하시는 게 너무 재미있더군요. 옆에서 계속 구경하고 있으니 닭장에서 방금 낳은 달걀을 몇 개 꺼내오시다가 하나 먹어 보라고 주시데요. 와, 달다~ 토종닭 알인데 크기는 일반 계란의 반 밖에 안되지만 정말 고소해요. 토끼장 옆에는 전형적인 시골 똥개가 한마리 묶여 있는데 한 번 쓰다듬어 주니까 미친 년 널뛰듯이 지랄발광을 하네요. 그 통에 밥통을 엎어버려 쥔 할배한테 진짜 개 맞듯이 맞더군요. 큭큭.
예정보다 숙박지에 일찍 도착해 부근 계곡이나 탐승 갈려고 했는데, 금새 하늘이 어두워 지며 소낙비가 좍좍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길 가 조그만 웅덩이마다 올챙이들이 그득그득 신나게 헤엄을 치는 게 진짜 시골에 온 느낌이 확 나더군요. 할아버지께 우산을 빌려 500m 쯤 아래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왔습니다. 어귀에 있는 휴게소는 어쩐 일인지 문을 닫았더군요.
씩씩하게 내리던 비는 방에서 콜콜 조는 사이에 어느 새 그치고, 저녁햇살이 마당 가득히 드리워져 있더군요. 소낙비에 물이 불은 시내는 콸콸 신나게 흐르고, 더없이 싱그러운 초여름의 내음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정자에 기대 비스듬히 앉아 CD를 들으며 신경림씨의 <바람의 풍경>을 한 자 한 자씩 읽었습니다. 읽다가 좋은 글귀나 감명깊은 이야기가 나오면 어질어질할 정도로 가슴이 아프더군요. 경치가 좋으니까 문학적 감수성이 뭉클뭉클 솟아나는 것 같네요. 오우, 말할 수 없는 평화…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느긋하게 산골의 눈부신 아침을 맞습니다. 간밤에 내 자전거도 잘 쉬었는지 씩씩해 보입니다. 요즘 리니진가 하는 게임에 중독이 되면 게임속에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 정돈 아니지만 잔차가 생명을 가진 개체처럼 느껴질 때가 간혹 있어요. 특히 어제처럼 잔차에 몸을 맡기고 어쩌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다운힐을 하고 난 뒤에는 더욱 더 그래요.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오전 7시 20분 출발. 창촌 도착 오전 8시. 오늘의 목표는 1088m 짜리의 운두령입니다. 스믈스믈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는 국도를 낑낑대며 가는데, 어렵쇼. 도로에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시체가 쫙 깔려 있더군요. 알고 보니 온통 개구리 시체더군요. 성체가 된 개구리들이 도로 건너편 개울로 건너가려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밟혀 터져 죽은 것들이었습니다. 이건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아무리 개구리지만 너무 끔찍하더군요. 완전히 납작해진 놈들 다리만 터져 터진 다리를 질질 끌며 가는 개구리 겁에 질려 도로 중간에 바짝 엎드린 채 다가오는 죽음만을 기다리는 듯 미동도 않는 개구리들… 일단 도로에 들어서면 지나가는 차도 드문데 어서 펄쩍 펄쩍 뛰어서 건너가면 좋으련만 이 놈들이 동료들의 시체에 겁에 질렸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거예요. 보다 못해 운두령 입구까지 한 10km 동안 가다가 살아 있는 개구리가 보이면 눈에 보이는 대로 도로 가로 집어 던졌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개구리에겐 도로 가에 나왔다가 닥치는 대로 차에 밟혀 죽는 것이 주어진 섭리의 일부일 수 있는 지… 아무쪼록 오뉴월 경에는 차 몰고 다니는 강원도 여행은 되도록 삼가해야 겠더군요. 이거 원 무슨 대책을 세우든지 해야지… 차를 몰고 있으면 아마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겠죠?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개구리들이 바퀴에 찍혀 죽는지… 자전거가 참으로 “인간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운두령 정상에 서다. 오전 11시. 헐떡이는 숨을 추스리며 조금씩 멀어져 가는 강원도의 산들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이번엔 포장도로 다운힐.
아무렴 비포장 다운힐 보다야 스릴은 덜하지만 그래도 다운힐은 다운힐. 드뎌 순간속도 시속 60km를 돌파했습니다. 문득 평생 강원도에서 이 짓(다운힐)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르막길은 트럭 얻어타고 올라갔다가… 운두령 정상에서 5-6km 쯤 가다보면 운두령 산장이라고 나오는데 산장 주인이 유명한 MTB 선수 였답니다. 들러서 인사나 하고 갈까 하다 그냥 내뺐습니다.
이승복 반공 기념관 지나 속사 도착 정오.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진부행 국도에 올라 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차도 많이 다니고 강원도 심심산골의 정취에서 슬슬 깨어나오는 기분이 들더군요. 약간 힘든 고개를 하나 넘고 다시 다운힐 10분. 질풍노도처럼 진부터미널 도착. 오전 12시 40분. 쮸쮸바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너무 강렬한 인상을 기억에 남겼는 지, 잠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아쉽게 강원도를 벗어나 휴일날 집에서 공치고 있는 와이프가 기다리는, 살벌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여행 팁 하나. 영동고속도로 4차선 개통의 은혜로, 상기의 여행 코스를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 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길고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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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언론 곡필의 대명사 조선일보 사지도 보지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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