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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이 이래야지요

........2001.12.07 02:41조회 수 44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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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탄천길 하이킹이 예상보다 길어져 5시 무렵에 모임에서 나오다. 하릴없이 잔차를 가지고 약속 장소로 가기로 하다.
양재천에서 급하게 학여울 역으로 나오다. 공중전화를 찾아 좀 늦는다고 전화를 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전용차선으로 양재를 향해 달리다. 그랬더니 순식간에 양재에 닿다.
옛 동료들과 만나 편안하게 세상 사는 얘기 나누다. 모처럼 엠티비 얘기로 잔차와 무관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다. 30대 후반과 40대 중반과 40대 후반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모두 삶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모두가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할 줄 안다. 그리고 상대의 얘기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내일을 위한 힘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는 만난다.
음주 후지만 잔차를 가져가다.
엠티비하는 분들이 비난하겠군. 그러나 불가피하다. 라이트는 없지만 깜빡이가 두 개니까 안심하자. 손발만 시렵지 않다면 된다. 천천히 가자.
이렇게 생각하며 청계산을 향해 달리다. 탄천길을 이용하기보다 가로등이 있는 도로를 이용해 분당 집으로 가기로 작정하다.
뒷차들이 배려하는 것이 느껴지다. 경적을 울리기 보다 천천히 접근하면서 추월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서 널찍이 비켜들 가다. 바람이 드세다. 대왕저수지로 내려갈 때 생각보다 속도가 붙지 않다.  세종 연구소로 접어들자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을 보며 경계심이 생기다. 인도에 바짝 붙어 힘차게 페달질하다. 술기운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허리를 숙이고 힘있게 구르니 언덕도 가뿐하다. 어느 새 판교다.
분당자전거도매센타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다. 봉고에서 부부가 용가리빵을 구워 팔고 있다. 문득 시험공부하는 첫째가 생각나 용가리 빵 앞으로 가다. 한 걸음 빠른 여자 손님이 싹쓸이해 버리다. 아줌마가 기다리실래요?
그래야지요.
아줌마는 주전자로 빵틀에 반죽을 따르고 빵속을 떼어 넣는다. 손놀림이 능숙하다. 물끄러미 관찰하는 나를 가끔 훔쳐보기도 하면서 빵틀에다 붓고 찍어 놓기를 반복하다. 그 때마다 아줌마의 얼굴에서 삶의 이력이 느껴지지다. 고생줄이 깊다. 그러나 건강해 보이고 아주 선량해 보이다. 어느 새 빵틀 한 바퀴가 돌다. 한 마리씩 꺼내기 시작하다. 이천원 어치 사고 싶은데 늦은 밤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천원 어치만 요구하다.
기다리셨으니깐 한 마리 더 드려요.
아줌마의 말에 아저씨가 한 마리 더 넣다.
손해 보시면 안 되는데.....
손해야 볼라구요!
편안한 목소리로 내 말을 받으며 아저씨가 빵 봉지를 내게 건네 주다.
빵봉지를 받아 들고 배낭에 넣다. 아줌마가,
베낭을 열어 주세요오.
네에!
하면서 집으로 향하다. 아아 이게 사는 거구나. 기분 좋게 집으로 오다. 시험 공부하던 첫째가 국어 시험 잘 봤다고 자랑이다. 오늘 왜 이리 잘 풀리는 것이야 하며 아내가 건네 주는 용가리 꼬리를 씹으며 샤워하러 들어가다.
현재 동료들과 즐거운 잔차 하이킹, 옛 동료와의 즐거운 대화, 한밤의 도로 라이딩, 용가리빵 부부......
내 잔차가 만들어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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