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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화정산 라이딩 후기

........2002.03.04 14:15조회 수 760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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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화정산 라이딩

봄이 이제 코 앞에 다가왔고, 겨울의 나른함을 깨우고자 일요일 라이딩 계획을 세운다. 왈바의 레츠레이스에 별로 갈만한 스케줄이 올라오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짱구님, 산초님 등과 의논하여 화정쪽의 싱글길을 타기로 약속하였다.

일요일 아침 멋지게 이발하신 짱구님과, 네비게이션을 앞세운 산초님과 맑은내님이 도착하고 잠깐의 온로드 후 바로 싱글길에 올라선다. 양지바른 곳은 땅이 많이 단단해져 있다. 싱글길이 즐겁다.

마구간? 차구간?

짱구님, 평소에는 업힐에 속력을 내지 않는데, 오늘따라 무지하게 업힐에서 쏘신다. 선두를 맡으셔서 더 그러시나?^^ 뒤에서 따라가기가 벅찰 지경이다.

어제 야번을 3시간 정도 한 산초님과 맑은내님, 약간 피곤한 듯 하지만 역시 잘 탄다.
"맑은내 저 양반이 이번 겨울 평패달 타다가 클릿패달로 바꾸고는 나 보다 더 잘 타요" 산초님의 말이다.
"산초님이 맑은내님하고 상대가 되요? 맑은내님이 훨씬 잘 타지" 가온은 받아 친다.

산초님과 짱구님

요즘 산초님, 남들이 잘탄다고 모두들 얘기하여 한껏 고무되어있다. 가끔 한 소리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 죽는다.^^

이전에 굉장히 힘들어 하던 다운을 그래도 꽤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뿌리가 많아 나에게 조금 벅찬 길이었지만 묻어 가니까 다 내려가서 한숨 한번 쉰다.
"아니 가온님이 이 길을 내려간다 말인가?" 산초님 또 놀리지만 오늘 가온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허허허.)

중간 기착지에서 잠시 휴식하며 산초님이 준비한 천하장사 쏘세지와 가온이 준비한 귤을 먹는다. 천하장사 쏘세지는 이럴 때 먹으면 참 맛있다. 여담이지만 불곡산에서 처음 천하장사 쏘세지를 먹고난 후(그때는 누가 싸오셨는지 모르지만...) 장 볼 때 꼭 그것을 한통씩 사게 된다. 사와서 그날로 식구들이 다 먹어버려서 문제지만 말이다.

아기자기한 화정 국사봉의 싱글길을 짱구님 잘 인도해 주신다. 시간나면 멀리 가지 않고 근처 산들의 등산로를 하나하나 둘러 보고 길을 알아 두셔서, 요리조리 겹치지 않게 잘 안내해 주셔서 정말 국사봉의 진수를 알 수 있었다. 평소 산 언저리에서 다운하고 마는데, 오늘은 국사봉 꼭대기의 군부대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지키는 군인이 "여기는 오면 안됩니다" 그런다. "네 죄송합니다"하고는 길을 계속 간다.(길이 그길 밖에 없어서....) 등산객들이 이쪽으로 오지는 않는지, 길이 굉장히 가파르고 눈이 녹은 길이라 미끄럽다. 끌고 들고 오른다. 상당히 가파른 길을 자전거를 메고 오르는데, 진흙 때문에 신발이 미끄러져, 못 오르게 되었다. 앞서간 맑은내님을 소리쳐 불러 보았으나, 감감 무소식.

다른 쪽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거기는 더 급경사. 할 수 없이 신발바닥의 진흙을 나뭇가지로 후벼 파는데, 짱구님과 맑은내님이 멀리서 가온을 소리쳐 부른다. 와서는 가온이 굴러 떨어진줄 알고 깜짝 놀란다. 두분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길을 오른다. 군부대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으려 했으나 밀리터리 메니아인 맑은내님,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하여 할 수 없이 그냥 다운한다.

맑은내님

요지조리 신나는 싱글길을 타고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오다 조금 거친 다운길을 만난다. 앞 사람들이 다 타고 내려갔겠거니 하고 내려가려고 하는데, 아래서 산초님이 외친다.
"그냥 끌고 내려오세요~~" 어려운 길인가 보다 하고 브레이크를 잡으려는데, 옆에 계시던 짱구님 " 그냥 타고 오세요" 한다.

잠깐 사이에 브레이크를 놓았다 풀었다 하면서 옆으로 팩 쓰러진다. 넘어져서도 하하하, 하면서 못 일어난다. 몸과 자전거 사이에 나무가 끼여서 도저히 못 일어난다. 뒤에서 지나가던 등산객이 일으켜준다. 쑥스럽다.^^

가끔 만나는 등산객들, 마냥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강남과 분당의 산들과 달리 이쪽 북쪽의 산들은 주로 정상에 군부대가 있으며 등산객들도 많지 않다. 아들과 같이 온 아주머니 한분, "어느쪽으로 가실 건가요?"하고 물어본다. 자전거 지나가고 나서 가시려나 보다 했는데, 뒤에서 타고 내려가는 것 구경하시겠단다. 씽씽 내려가니 뒤에서 환성을 지른다. 기분은 좋다.^^

일차 국사봉쪽 산을 다 돌고 아침을 안먹은 산초님과 맑은내님이 배고프다하여 산초님이 먹고싶다던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어디 갈지를 결정하다가 일단은 짱구님 말대로 근린공원의 계단을 한번 타러 간다. 근린공원사이에 조그마한 싱글길이 있다. 다들 잘도 타고 내려간다. 나무계단이 나왔다. 보기에 폭이 넓어서 꽤 콘트롤을 잘 해야 하는 계단이다. 짱구님 한번도 성공 못 했다고 산초님에게 권한다. 산초님 이정도 쯤이야 하고 툭툭 거리면서 내려간다. 뒤에서 보니 밸런스를 꽤 잘잡는다.(칭찬하면 안되는데...) 다만 마지막 계단 근처의 낙차가 조금 크다. 꽤 체공시간 길게 잘 내려가서 성공한다.

뒤따라 맑은내님 내려가다 낙차가 큰 계단을 통과한 후 콘트롤이 흔들리면서 앞으로 뒤집어진다. 급히 내려가보니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다. 약간 힘이 잘 안들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무릎, 팔꿈치 보호대를 가방에 끼고 있다. 착용을 하라고 말들 한다.

이어 짱구님 상기된 표정으로 시도하신다. 멋지게 성공. 가온은 오늘 유일한 하드테일인데다 맑은내님 보고는 그냥 옆길로 내려온다.

산초님의 계단 다운

조금 급한 다운힐 해보자며 옆의 언덕으로 올라가서 다운한다. 가온에게는 꽤 험하다. 엉덩이가 거의 뒤바퀴까지 물러선다. 하지만 콘트롤 미스 없이 잘 내려온다. 먼저 내려와 있던 짱구님과 산초님 탄성을 지른다.
"오늘 가온님 완전히 다 마스터 하는군요", "언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데?"
가온도 뿌듯하기는 하다.^^

근처 싱글길을 2개 더 타자고 하여 다시 로드 이동하여 산을 탄다. 산이 약간 짧지만 가온이 보기에는 맹산의 쉬운 길처럼 아주 아기자기 하며 탈만하다. 길도 다 말라 있고, 꽤 재밌다.

길이 푹신푹신하여 바퀴가 잘 안 구른다. 맑은내님은 아는 것도 많다. 흙이 들떠서 그렇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김훈의 '자전거여행'이라는 책에서도 나오고, 봄에 보리가 흙이 들떠 잘 못 자라기 때문에 흙을 밟아 준다는 내용이 생각난다.(최근 신문을 보니 김훈의 '자전거여행'이 어떤 챠트의 2위에 올랐더군요. 나온지 조금 된 책입니다만, 읽어보면 꽤 재밌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훈의 '칼의 노래'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한번들 읽어 보십시오. 이상 공익광고입니다.^^)

짱구님의 업힐


산초님의 입에 주목! 초점이 안 맞아 죄송합니다

첫 번째 산을 타고 약간 짧다고 아쉬워 하는 산초님에게 둘째산도 있다고 하고는 곧바로 오른다. 업힐 다운힐 다 재밌다. 신나게 쉬웅 타고 내려간다. 끝나고 나니 너무 즐겁다.

바꾸리님 버전의 촌?스런 기념사진


산초님의 멋진 웃음과 맑은내님의 허공보기

가온의 집에서 차나 한잔 하고 가자고 하고는 원래 차를 세워두었던 화정역으로 로드 이동한다. 라이딩 내내 맑은내님이 가온의 뒤에서 후미를 보며 가드를 해 주었는데, 로드 이동중에는 맑은내님이 가온의 앞에서 움직였다.

인도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데, 앞서 가던 산초님, 짱구님 인도턱을 바퀴를 번쩍들어 오른다. 뒤따르던 맑은내님도 앞바퀴를 번쩍 들어 내리는 순간 갑자기 옆으로 퍽 쓰러진다. 가온 깜짝놀라 급히 자전거를 버리고 달려갔다. 넘어진 맑은내님 못 일어난다. 크게 다쳤나 하면서 지나가던 행인과 함께 맑은내님을 일으켰는데, 맑은내님 팔이 빠진 것 같다고 한다. 팔을 만지는데 팔이 덜렁거린다.

부러진 것 같다. 일단 응급으로 팔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붕대와 테이프를 가지고 처치를 한 후 전화를 걸어 산초님과 짱구님을 불렀다. 근처의 명지병원 응급실로 갔다. 몇장의 엑스선 촬영을 하여 보니 왼쪽 팔뚝(상완골)의 윗부분이 부러져서 어긋나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맑은내님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촬영 후 팔을 당기면서 어긋난 부분을 맞추는 치료에 맑은내님 꿋꿋히 잘 참는다. 옆에서 보고 있어도 땀이 흐른다. 일단 응급치료를 한 후 맑은내님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의뢰서를 받아 산초님의 차를 타고 갔다.

맑은내님 부디 빨리 치료가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콜진님의 사고 후 집 근처 라이딩에는 헬멧을 잘 안쓰던 짱구님도 헬멧을 쓰고 나오셨다.

헬멧과 보호대는 라이딩을 더 재밌게 계속하도록 하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언제나 착용을 했으면 한다.

부디 올해는 더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

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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