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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토막 강촌 후기..

........2002.03.28 07:23조회 수 526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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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글을 읽으시는분들께

약간 혐오스러운 내용이 있을수 있음을 공지하는바입니다.

그리고 '날으는짱돌' 이라는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아침에 눈을 떳다.
출근하기 싫다.
아내가 출근을 한다.
아들녀석을 놀이방에 맡겼다.

주섬주섬 자전거 옷을 입는다.
자전거를 차에 싣는다.

어허.. 이넘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하긴. 잔차탄지 너뎃달은 된것 같다.

겨우 우겨 넣었다..
어디로 갈까...


지난 가을 이후 나의 컨디션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 가을.. 그러니까 노을님과 유명산 답사 가기 전날이었다.
밤 11시에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잘 아는 선배 전화였다.
'죽었다'

나는 어느새 목동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그는 나의 과 선배였다.
물론 십수년 선배이지만.. 그래서 동년배의 반가움은 없었지만..

병원에 도착했다.
왜 죽었을까... '자살'
왜...

얼마전 망하긴 했지만 그선배는 그 잘나가던 회사의 연구소장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기울고 가족들의 원망과 질책이 커져가고..

돈이란것.. 권력이란것.. 체면과 가장으로서의 의무..
그런것들이 한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것.
그날밤 잘들지 못한 결론이었다.


어느새 경강역이다.. 그사이 공사장이 몇군데 들어서 있다..
역에 차를 세운다.. 자전거를 내려 조립하고 준비를 한다.

클리트를 끼우고 페달을 밟아 본다.. 이런..
자전거가 나가질 않는다.. 하긴 넉달만에 밟아보는건데 당연하지..

평속 15키로로 챌린지 코스 입구를 향한다...
입구에 들어서니 할머니 한분이 걸어오고 계신다.

꾸벅 인사를 하니 한참을 쳐다보신다.. 아마 아는사람인지 살펴보시려는것 같다..

언덕을 오른다.. 뒷변속기에서 체인이 빠진다.. 이런..

몇달을 타지 않았더니 자전거가 말썽이다..
아니 투덜대고 있다는 말이 맞을것 같다.

한참을 헛발질하며 올라간다..

앞변속기를 작은링으로 바꿨더니 더 자주 빠진다..
이래서 오늘 어디 산을 타겠나..

자전거를 뒤집고 이리저리 조절해 본다.. 아까보단 나아졌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오른다..

힘들다.. 벌써 허파는 비명을 지르고 어지러움까지 느껴진다..
생각은 계속 이어진다..

어떻게 죽었나.. '투신자살'
기왕죽을거면 우아하게 약물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었을것이고,
목을 맨다든지 하는 깨끗한 방법이 있었을거다..

왜 하필이면 주위에 피가 튀기고,
염하는 사람 열받게 투신을 했을까..
혹시 주위사람들에게 마지막 복수로 자신의 피맛을 보게하려한건 아닌지..
자신의 시신을 확인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처참한 몰골로
자신의 타들어간 가슴을 느끼게 하려한건 아니었는지..

한참을 오르니 반가운 장소가 나타난다. 바리케이트다..

강촌은 자전거 사고 처음 올랐던 산이다.. 아니 두번째다.
첫산은 미루님이 초보번개를 가진 일자산이었다.
일자산 번개 1번 나가고 바로 강촌번개를 쫓아 왔었다.. 참으로 무모한 짓이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땅바닥에 눕는다.
하늘엔 구름이 끼었다. 잠이온다.

내가 마누라를 처음만나건 제대하고 복학했을때였다..
첫인상은.. 입이 크다는것.
자그마한 덩치에 선머슴처럼 생긴.. 그런 여자였다.

나는 지금 내 아내를 그때만큼 사랑하고 있을까?
혹시 결혼한 다른 남자들처럼 때로는 권위적이고, 아집에 가득찬
가장의 권리만 주장하는 그런 위선적인 남편이 되어 있진 않은가?

우린 참으로 어렵게 결혼을 했다..
5년동안 연애를 했다.
그때 서로 힘든 시기를 참고 넘길수 있었던 어떤것.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고싶다.
여름날 밤 덥다고 투정부리는 아내를 위해 밤새 부채를 부쳐주었던 그런 마음을
나는 아직 가지고 있을까...

눈을 떴다.
다시 자전거 위에 오른다. 시계를 보니 20분이나 쉬었다.

꾸준한 오르막.
계속되는 변속기 문제를 꿋꿋이 이기며 오른다.
힘들어 생각할 겨를도 없다.
다만 돌을 밟지 않으려 노력할뿐이다.

첫번째 정상이다.

처음 강촌에 왔을때 이자리엔 바이크리님이 있었다.
바리케이트에서 첫번째 정상까지 옆에서 힘을 주었다.
사실 그땐 힘을준게 아니라 약을 올린것 같다.
'좀만 더 가면 되요. '
사실 등산하면서 느끼는것이 하산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절반 좀 심하면 1/4 정도 가면 된다고 말한다.
그것까지는 괜찮으나
'저도 초보예요' 하면서 하나도 힘들어 하는것 같지 않으면 거의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때 내 심정은 그랬다.

이제 신나는 내리막이다.
다리가 저릴정도로 신나게 내려간다.

달려가다보니 AIR님이 넘어졌던 곳을 지나친다. 넘어질만 하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돌에 미끌리기 좋은곳이다.
자전거를 세운다. 훔쳐온 아들녀석 간식을 먹는다. 역시 훔쳐먹는 바나나가 맛있다.

충분히 쉬었다.
다시 자전거를 탄다. 중간중간 오르막이 나오지만 처음보단 낫다.
약간 급한 다운힐을 하다보니 길이 이상하다. 낯설다.

갑자기 바리케이트가 나타난다.. 어쩐지..

다시 올라갈까 잠시 고민한다. 지금 시각 2시30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겨우내 하루에 200미터 이상 걸어본적이 없는 지금 몸 상태론 오늘중 완주가 어렵다.
라이트도 없지 않는가..

그냥 계속 길을 따라간다.
경강역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떴다.
나는 달라져 있는가?

그렇다. 나는 달라졌다. 다시금 힘을 얻고 처음 아내를 만났을때처럼, 처음 입사했을때처럼,
처음 자전거를 탈때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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