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분당에서 수원으로 간다. 동생들과 합류하여 성묘하기 위해서다. 풍덕천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신갈 방향으로 달린다. 시골길이다. 가는 길 한 개와 오는 길 한 개로 이루어진 편안한 길이다. 왼쪽엔 구성 아파트 단지와 경부고속도가 나란하다. 오른쪽으로는 들이 있고 야산이 고속도와 평행으로 달린다. 산기슭에 한 무리의 벚꽃이 개화해 있다. 막 터져 나온 애기싹으로 활엽수들은 연두빛을 띠고 있다. 그 연두빛을 배경으로 벚꽃 무리는 화려한 빛깔로 행인의 눈길을 끈다.
잠시 자전거를 쉬게 한다. 봄볕이 따가워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쓴다. 작은 언덕에는 쑥이 무성하다. 눈으로 보기에도 질기고 빛깔이 짙어 쑥국 재료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다시 페달을 밟는다. 한 무리의 꽃다지가 보인다. 한 무리의 냉이꽃도 보인다. 중간중간 민들레가 샛노랗게 피어 있다. 한 포기씩 조금씩 떨어져 피어 있는 것이 가로등 같다.
자세히 보면 달맞이꽃싹과 소리쟁이도 그들 무리에 섞여 있다. 별꽃도 보인다. 망초도 점점이 싹을 틔우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요즘은 한 무리의 꽃다지와 한 무리의 냉이꽃이 들길의 주인이다. 기차로 여행하다 보면 농촌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꽃다지와 냉이의 무리를 보면 가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꽃다지꽃은 노랗고 냉이꽃은 하얗지만 꽃모양은 같다. 키도 비슷하다. 특별히 잘난 놈도 없고 못난 놈도 없다. 그래서 꽃다지 마을이 끝나면 냉이 마을이 이어지고 잘도 어울린다.
이따금 덤프트럭이 경적을 울린다. 기사는 자신의 차가 차선을 거의 차지하다 보니 자전거가 성가신가 보다. 대개는 멀찍이 비켜 가지만 그럴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경적을 울린다. 즐거운 소리는 아니지만 싫지 않다. 그것은 내게 믿음을 준다. 슬며시 옆으로 비켜가는 승용차에서도 믿음을 느낀다. 나는 들꽃 마을에만 눈길을 주고 달리면 된다. 고속도의 차들은 맹꽁이들의 행진과 같다. 밥값을 못하는 고속도를 향해 나 보란 듯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들길의 풍경이 싫지가 않다.
언덕에서 또 쉰다. 잠바를 벗어 가방에 넣는다. 모양이 사나워지지만 오른쪽 바지를 양말 속에다 갈무리한다. 언덕을 내려간다. 모처럼 속도감을 즐긴다. 오리나무 가까이 스치다 보니 애기싹이 자세히 보인다. 막 태어난 아가도 주름이 많던데 애기싹에도 주름이 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배낭을 벗으니 비로소 속옷이 축축히 젖어 있음을 느낀다. 차에 올라 안성으로 달린다. 손등에 놓인 햇빛을 보니 졸음이 몰려온다. 아주 기분 좋은 졸림증이다. 기사야 교통체증에 이 궁리 저 궁리 하면서 운전을 해도 나는 스르르 꽃마을로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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