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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제 1차 마일드바이크 속초투어 후기

........2002.06.05 07:28조회 수 1119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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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차 마일드바이크 속초투어 후기

"노을님 번장으로 한 말씀 하셔야죠" 가온의 말에 "말은 무슨, 갔다 오면 되지" 짤막한 노을의 말이 잠실선착장 바닥으로 떨어진다. 써얼~~렁

현재 시간 2002년 6월 2일 새벽 5시, 마일드바이크의 속초 투어 출정 시간이다.

새벽 3시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준비해둔 물건들 챙겨서 도착하니 속속 멤버들이 모여든다. 노을, 마이콜, 제킬, 만두, 가온 이렇게 다섯명의 라이더와 든든한 백업요원 뭉치!

출발시간이 되어 떠나는데 노을의 얼굴에 비장미가 어린다. 평소 헛소리를 가끔 하는데 오늘따라 말도 없이 묵묵하다. 그만큼 긴장이 된다는 얘기인가?

●1. 팔당대교까지

백업차는 팔당대교 초입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다섯명의 라이더는 서서히 잠실둔치를 출발하여 천호대교를 넘는다. 서울의 아침이 밝아오면서 정면에서 거대한 태양이 산에서 떠오른다. 빼꼼히 내민 태양을 보면서 오늘의 출정이 멋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 날씨가 꽤 쌀쌀하다. 민소매의 만두는 아마 꽤 추울 것이다.

●2. 아침 식사 장소까지


아침먹고

유명산에 들를 때 자주 아침을 먹던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이때까지 뭉치의 백업차가 든든하게 뒤를 보호한다. 차선하나를 막고 버텨주니 편안한 마음이 든다. 수동기어가 2단도 아니고 3단도 아니어서 운전하기 힘들다는 뭉치의 투덜거림에 고마움을 느낀다.

초반 선두 노을이 뒤로 빠지면서 마이콜이 선두에서 끈다. 사이클을 자주 탄다는 마이콜, 6월달에 각각 다른 모임에서 속초투어가 3번이나 있다는 마이콜! 끌어주니 편하다.^^

●3. 아침 식사 중

각자 먹고 싶은 밥을 시키고 다음 일정에 대해 논의한다. 뭉치, 만두를 시켜 먹는다. 만두, 그걸 얻어먹는다.(동족상잔이다!!)

예상보다 진행이 잘 되는 편이다. 컨디션들도 다들 괜찮은 것 같고, 다음은 홍천 쯤에서 점심을 먹자 하는데, 홍천까지 얼마 남지 않아 더 가기로 하고 뭉치의 차는 일단 홍천으로 향한다.


덥긴 더워

●4. 인제까지

이제 백업 없이 간다. 각자 일정한 시간만큼 선두를 서고, 힘들어 지면 뒷사람이 다시 선두를 맡는다.
50분 라이딩, 10분 휴식을 철저히 지키며 타는데, 다행스럽게 많이 힘들지는 않다. 가끔 지나가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지만 묵묵히 페달을 밟는다.


인적없는 휴게소에서

언덕이 나오면 어김없이 만두는 궁둥이를 씰룩거리면서 스텐딩 자세로 업힐을 하고 나머지 사람은 열 맞춰서 오른다. 대열 맞춘 후 만두 선두로 다운힐을 한다. 그렇게 그렇게 만두가 선두에 서는 경우가 많다. 평지에서는 힘이 별로 안 드는데, 언덕만 나오면 꽤 힘이 든다. 페달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호흡이 가빠진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오르니 그것도 할만하기는 하다.

어느새 홍천을 지나고 뭉치에게 전화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마 자나 보다^^(나중에 알고보니 화장실 갔다고 했지만...)

일단은 시간이 일러서 인제까지 가자고 한다. 가다가 신남을 거친다. 만두가 앞으로는 인제까지 가게가 없다하여 식수를 보충하고는 12시경이지만 인제까지 가서 점심을 먹기로 동의한다.

신남에서 인제까지의 길이 오르락내리락 꽤 힘들면서도 재미나는 구간이다. 좁은 편도 1차선에 차들이 옆으로 지나다니지만 힘든 업힐에 이은 신나는 다운은 꽤 재미가 쏠쏠하다.

약간의 평지가 나오면서 왼쪽으로 휴게소가 보인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좌회전해서 휴게소로 들어간다. 뭉치, 전화도 안 했는데 이 휴게소에서 만난다.

●5. 점심식사 중

이제는 꽤 피곤하다. 100km를 넘어선지가 한참 지났고, 휴식하고 나면 자전거에 앉기가 싫다. 엉덩이도 아파 오고, 손도 저린다.


엽기 노을

점심은 해물탕으로 먹기로 하는데 너무 느긋하게 먹다보니 1시간이나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얼음을 주어 물백에 넣고는 다시 안장에 올라 앉는다.


백업맨 뭉치님

●6. 민예단지 휴게소까지

인제부터 맞바람이 거세다. 속도가 20km/h를 넘기가 힘들다. 제킬 선두에 서 있는데,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한참 달리다 너무 힘들어 휴식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민예단지 휴게소이다. 이제부터 미시령으로 넘어가는 국도로 접어들게 된다.

얼음 넣어두었던 물백에 음료수 보충하고, 미시령 넘기 위한 힘을 보충한다.

●7. 미시령 아래까지

선두에 서 있던 노을, 쉬자고 한다. 내가 쉬자고 할 때는 무덤덤한 얼굴로 go go를 외치더니 갑자기 무슨 일?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난 것이다. 일단 배낭은 조금 전에 뭉치의 차에 다 넣었던 터라 치료 도구가 없다. 혈을 눌러주니 굉장히 아파한다. 천천히 가자고 얘기한다.

서서히 가자 해도 선두에 선 만두, 열심히 간다 ^^;;

이 속도로 가면 정작 미시령에서 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내 미시령 7km 라는 표지가 보이면서 앞으로 업힐이 서서히 드러난다.

2km 정도는 평탄한 업힐이라 어렵지가 않은데, 쥐가 난 노을 뒤에서 따라오지 못한다. 지나가는 뭉치의 차를 세워 놓고 침과 란셋을 꺼내 노을의 쥐를 잡는다. 나한테 침을 안 맞을려고 요리조리 도망 다녔지만 어림없다. 시커면 피가 펑펑 나온다. 다시 침을 깊숙히 찔러주니 엄살이 장난 아니다.^^

좀 나아진 듯 해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업힐 시작한다.

초반 기어비가 높았나 보다. 4km까지는 무리가 없었는데, 그 이후 경사가 더 세 지면서 기어가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런데도 허리와 배가 아파 올라가기 힘들다. 만두는 궁둥이 씰룩거리면서 제일 먼저 올라갔고, 뒤로 마이콜과 제킬이 묵묵히 거리 유지하면서 오른다.


마이콜님과 제킬님은 업힐 중

뒤를 돌아보니 노을 열심히 페달질이다. 쥐난 다리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저히 힘들어 중간에 휴식하며 노을을 기다린다. 괜찮냐고 하니 괜찮다 하지만 10초에 한번씩은 억억 하는 소리를 낸다. 같이 페이스를 맞추어 오른다. 노을이 옆에 있어 든든하다. 먼저 가라고 해도 같이 가잖다. 중간에 뭉치의 차에서 식수한번 보충하고 다시 오르는데, 갑자기 안개가 어디서 밀려왔는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가온과 노을은 업힐 중

이 때 내려오던 차에서 한 사람의 얼굴과 함께 팔이 쑥 나옴과 동시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가온님, 파이팅"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고개를 드니 줄바람님이 웃으면서 차에서 내다보고 계신다. 나도 엄지손가락을 들어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이런 곳에서 격려를 들으니 힘이 조금 난다. 줄바람님 감사합니다.^^

이제 정상 1km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 조금만 가면 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페달을 돌린다. 안개속으로 표지판이 나타나는데, 속으로 다 왔나부다 했으나 알고보니 FM은 얼마, AM은 얼마라는 라디오 안내 표지판이다. 속으로 힘들어 욕이 나오지만 한 굽이 더 도니 흐릿하게 주유소표지가 다시 들어온다. 아 마침내 다 왔구나.

●8. 미시령 휴게소에서

안개와 고도차이로 인해 너무 춥다. 얼른 윈드자켓과 긴바지를 입는다.
먼저 온 사람들이 사온 떡복이와 감자가 너무 따뜻하고 맛있다. 뭉치, 떡복이 보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


먼저 올라온 만두, 마이콜, 제킬

●9. 속초 입성

약간 휴식 후, 다운 한다. 안개로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간다. 그래도 50-60km/h로 속도계가 춤을 춘다. 뒤에서 노을이 "가온님 좀 밟아봐" 한다.

하지만 여기서 미끄러지면 죽음이라는 생각과 이빨이 덜덜 떨릴정도로 추워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브레이크 레버에 감긴 손가락에 계속 힘이 들어간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안개가 걷히고 멀리 속초시내가 보인다.

안개가 많고 너무 추워서 미시령에서 단체사진을 못 찍어 속초 안내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를 한다.


속초입성 기념사진

●10. 목욕탕에서

10시 차표를 끊어 놓은 뒤, 다들 감격의 포옹을 한다. 너무도 기쁜 순간이다.^^

만두가 일전 목욕했다는 사우나로 향한다.

경비실에 자전거 세워 놓는데, 경비 아저씨 왈
"중고등학교 자전거 선수들인가?" 라는 말에 일동 만두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ㅎㅎ

땀 냄새나는 옷을 벗고 잠깐 한증후에 뜨거운 탕에 들어가니 온몸이 나른하고 나가기가 싫다.

하지만 또 다른 기쁨, 속초의 회가 기다리고 있잖은가? 뭉치, 영사장님께 먼저 전화하여 추천해주신 횟집으로 이동하고, 라이더들은 목욕후 평상복으로 바꿔입고 횟집으로 향한다.

이때 우리의 노을, 복장이 완전히 동네에서 야채 심부름 나온 아저씨다. 흰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으면 딱 어울리겠는데, 아쉽게 sidi 슈즈라 묘한 언밸런스다.

●11. 회를 먹으며

등대가 멋지게 돌아가는 부두를 배경으로 한 선창가의 노천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바닷바람을 쐬면서가 좋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바람이 좀 추웠다.^^) 맛있게 회와 매운탕을 먹는다. 연신 전화벨이 울리고, 또 잘 왔다는 안부전화를 다들 건다.
가볍게 맥주를 한잔씩 하고는(서울 와서 다들 또 운전해야했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으로 와 자전거를 분해해서 가방에 넣는다. 지나가던 사람들 다들 신기해 하며 쳐다본다.


자전거를 가방에 넣어서


군만두가 된 만두...

●12. 버스 안에서

버스 안에서 뭐 할게 있겠는가? 다들 앉자마자 골아 떨어진다. 중간 휴게소에 왔다는 멘트에 눈을 뜨지만 아무도 안 일어난다. 만두는 나중에 왜 휴게소에서 안 깨웠냐고 난리다. 하지만 제일 엽기적인 자세로 잔 게 만두이기 때문에 아무도 깨울 수가 없었다.

●13. 다시 잠실로

마침내 서울로 돌아왔다. 분해했던 자전거 다시 조립하고, 가방이 터지도록 물건들 쑤셔넣고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잠실선착장으로 다시 들어온다.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이 밤에도 드문드문 자전거 타는 사람이 보인다.

노을은 마이콜과 만두를 다시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고, 서로 잘 하고 왔다는 인사를 한 후 헤어진다.

마지막 마이콜님의 말씀

"이렇게 퍼펙트하게 탈 수가 없어요, 펑크도 안나고, 체인도 안 끊어지고, 다친 사람도 없고..."

이렇게 마일드바이크 제 1차 속초 투어가 막을 내린다.

● 후기의 후기

1. 전원 무사히 다치지 않고 잘 갔다 올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노을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점심도 잘 먹었습니다. 중간중간에 담배 한 대씩 피면서 '담배 끊으려고 했더니 안끊어도 되겠네' 했지만 쥐난 사람은 노을님 밖에 없었습니다. ㅎㅎ

2. 항시 감탄과 존경을 느끼게 해 준 마이콜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제 앞에서 패달링하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되면서도 누구보다 멋지게 업힐 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라이더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3. 험한 맞바람 속에서도 굳건한 체력과 투지로 역경을 뚫고 나가는 제킬님, 너무 멋졌습니다. 간식도 듬뿍 싸 가지고 와서 중간 중간 아주 필요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4. 작은 체구에서 내뿜는 투지가 보통이 아닌 만두님, 늘 뒤돌아보면서 뒷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제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레이서가 될 것 같습니다.

5. 아주 귀찮은 백업을 불평한마디 없이(사실 무진장 투덜거렸지만서두....) 끝까지 맡아주신 뭉치님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라이딩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게 해 준 것은 뭉치님의 도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6. 가는 도중 전화로 격려해 주셨던 여러 왈바의 어르신들에게 감사말씀 드립니다. 많은 용기가 되었습니다.


라이더

가온

글의 전개를 위해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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